마도대전 -예언의 서-

DAY 3. 20:46

두드리는 땅에서 소규모 전투 발생.

조인족 방비 태세 강화.


시프리에드 왠지 너무 조용한데….

로드 무언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시프리에드 그쪽도 느끼고 있었군요. 제법 감은 좋은가…?

로드 음….

시프리에드 무언가 있긴 한데, 사방이 막혀 있지 않아 어느 방향인지 알 수가 없군요. 경계를 늦추지 말고, 일단은 걸음을 빨리 하도록하죠.

로드 예. 한데 시프리에드 님께서는 원래부터 페르사에 거주하셨습니까?

시프리에드 아뇨. 보통 인적 없는 곳에 칩거하고 있죠. 그러다 나와서 여러 곳을 유랑하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여기까지 온 거고요.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것도 제법 오랜만이긴 하네. 거의 100년 만인가.

로드 아… 혹시 칩거하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시프리에드 호기심을 무기로 민감한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는 건 그쪽 습관인가요?

로드 부, 불쾌하셨다면 송구합니다. 괜한 질문을 드렸군요….

시프리에드 …굳이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겠어요. 애초에 궁금해할만 한 말을 던진 건 저니까. 그 일만 아니었다면… 아마 아직까지 사람들과 함께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로드 그 일…?

시프리에드 …떠올리려니 별로 달갑지는 않군요. 마침 바람결이 좋으니 조용히 운치를 즐기는 것도 좋겠어요.

로드 아,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시프리에드 ….

로드 ….

시프리에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요. 그쪽 잘못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로드 아닙니다. 뭔가 듣다 보면 제 기억도 돌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이 짧았습니다.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프리에드 ….

하타랄 …누구시오?

시프리에드 아, 드디어. 제대로 찾아왔군요. 그런데 마을이 왜 이렇게 텅 비어 있죠?

하타랄 누구냐고 물었소.

시프리에드 이런, 소개가 늦었군요. 시프리에드, 고룡의 후예입니다.

하타랄 고, 고룡…?!

시프리에드 그리고 이쪽은….

로드 ….

시프리에드 음….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동행이에요.

로드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누군지 잘 모릅니다.

하타랄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출입은 제한하고 있소. 이 이상은 들어갈 수 없으니 이만 돌아가시오.

시프리에드 전사들은 어딘가로 떠났군요?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고.

하타랄 그, 그걸 어떻게…!

시프리에드 …반응이 그래서야 누굴 속이지도 못하겠네요. 조인족 특성이긴 하지만…. 어쨌든 보면 알죠. 척인족과 전쟁 중인가요?

하타랄 큭, 외지인 같소만 왜 그걸 궁금해하시오?

시프리에드 현재 페르사에서 벌어지는 재해에 대한 각 부족의 대처를 위해서요. 함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왜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타랄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오. 왜 당신이 참견하는 거요?

로드 저, 시프리에드 님….

시프리에드 잠깐만 조용. 평소라면 저도 못 이기는 척 물러났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군요. 대답해 주는 게 좋을 거예요. 저는 참견하기 좋아하면서 힘까지 센 불청객이니까. 달갑지 않은 자연재해라 생각해도 좋겠군요. 원래 그런 건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 자, 이 지진 내지는 홍수에게 당신들의 생각을 말해주시는 게 어때요?

하타랄 흥, 됐으니까 이만 가보시오. 먹히지도 않는 위협은 하지 말고.

시프리에드 세 번은 말하지 않을 거예요.

하타랄 어쩌겠다는 거요? 남의 일에 신경 끄시오. 외지인 주제에 계속 귀찮게 굴면 무력을 사용해서 쫓아내겠소.

로드 그… 시프리에드 님….

시프리에드 자꾸 왜 그래요?

로드 포위된 것 같습니다만….

하타랄 ….

황야의 사냥꾼 ….

시프리에드 분명 말했어요. 저 힘세다고.

하타랄 우리도 분명 경고했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쪽들이오.

로드 시프리에드 님,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시프리에드 악역이 될지라도 빠르게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빠져 있어요.


하타랄 크윽… 대체 무슨 힘이…!

시프리에드 감사하게도 선조에게 물려받은 힘이죠.

하타랄 척인족 놈들이 보낸 것인가!

시프리에드 여태 뭘 들으신 건가요. 저는 상황을 물어보러 온 것뿐이에요. 척인족과는 아무 관련 없고, 그렇다 해서 당신들의 편도 아니고요.

하타랄 대체 외지인이 왜 우리의 일에 관여하려는 것이오?!

시프리에드 저는 살의와 증오를 느낄 수 있어요. 그 에너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신경이 곤두서죠. 어느 날부터 그 기운이 이상하리만치 증폭된 게 여기였고, 그래서 온 거예요. 페르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재해가 계속 일어나고 있죠? 지진이라든가, 산사태라든가.

하타랄 그건…! 다 척인족 놈들 때문이오!

시프리에드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하타랄 그놈들은 예전부터 주술을 부리니 뭐니 하면서 이상한 짓을 많이 했소. 개구리의 발가락만 모아서 목걸이처럼 하고 다니질 않나, 수원지를 찾아낸답시고 땅을 마구 파내 지반을 뒤흔들질 않나. 대지의 수호신께서 그에 노하신 거요. 그놈들 때문에 우리까지 천벌을 받는 게지.

시프리에드 하아…. 그쪽은 그렇게 생각한다 치고. 척인족은 왜 당신들에게 적대적인 거죠?

하타랄 흥, 그것도 다 그놈들의 편협하고 옹졸한 마음가짐 때문 아니겠소?

시프리에드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하타랄 이곳, 두드리는 땅의 주인은 대대로 조인족이었소. 페르사 내에서도 물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이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모든 것이 풍요롭지. 그걸 시기한 거요. 구르는 바위… 그러니까 척인족 놈들의 거주지는 매우 척박하거든.

시프리에드 좀 나눠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타랄 우리도 그리 여유롭지 않소! 마실 물도 부족한 형편인데, 다른 부족과 나눌 수는 없단 말이오!

시프리에드 아, 정말이지… 눈에 탐욕이 가득하군요.

하타랄 뭐, 뭐요?!

로드 자, 잠깐. 진정들 하시고….

시프리에드 무슨 말을 하려고요.

로드 이대로는 서로 비난만 하게 될 뿐,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말씀드려봐도 되겠습니까?

시프리에드 …뭔가 생각이 있으니 나선 거겠죠.

로드 저희는 페르사가 처한 위기의 진상을 알아내려 합니다. 귀하를 포함한 조인족에게는 악의가 전혀 없고요. 무력 사태가 일어난 것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한데, 족장 되십니까?

하타랄 ….

황야의 사냥꾼 ….

로드 음…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군요.

황야의 사냥꾼 족장은… 얼마 전 황야의 품에 안겼소.

하타랄 다 척인족 놈들 때문에…! 그놈들만 아니었어도 그리 허무하게 가진 않았을진데…!

로드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황야의 혼은 먼지와 바람으로.

하타랄 …고맙소. 페르사의 오래된 격언을 알고 있다니.

로드 …어?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지…?

시프리에드 …당신…?

하타랄 어쨌거나 우리는 척인족 놈들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소. 족장의 일도 그렇고. 그 탐욕스러운 놈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를 공격해올 거요.

로드 혹시 이 모든 일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타랄 오해가 아니오! 우리의 눈은 그렇게 어둡지 않소!

시프리에드 …됐어요. 더 말해서 좋을 것도 없어 보이는군요. 우린 우리의 길을 가죠.

로드 자, 잠시만요. 조금만 더 이야기를….

시프리에드 제 오래된 감으로 지금은 떠나야 할 때예요. 부디 그 소중한 수원지, 잘 지켜내시길.

하타랄 …흥.


로드 시프리에드 님!

시프리에드 청력에 아무 이상 없으니 목소리는 낮춰도 돼요.

로드 헉… 헉….

시프리에드 …조금 뛰었다고 그렇게 지치나요. 평소에 잘 걷지도 않았나 보죠.

로드 그건 잘 모르겠지만… 후우…. 아무튼 시프리에드 님. 이대로 가시는 겁니까?

시프리에드 그럼 어쩌겠어요. 저렇게 꽉 막혀 있으니 차라리 벽과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유익할 텐데.

로드 하지만 저대로 두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만 더 커질 텐데요….

시프리에드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지 이젠 모르겠군요.

로드 느껴지는 살의에 시프리에드 당신도 괴롭다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화해의 물꼬를 틔워 주기만 한다면 저들은 분명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시프리에드 ….

로드 이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처음 나왔을 때와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지 않겠습니까? 외람되오나… 당신은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 도움을 요청한 이가 없음에도 여기까지 와주신 게 아닙니까.

시프리에드 당신이 저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괜한 설득은 마세요. 저 나름대로 깊게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로드 아, 그렇습니까….

시프리에드 후우. 알았어요. 한 번 더 이야기를 해보죠. 정말, 쓸데없이 고집만 센 족속이라니까.

로드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시프리에드 오늘은 이미 늦었어요. 여기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다시 돌아가도록 하죠. 황야의 밤은 꽤나 추운데, 여태 괜찮았나요? 그 얇은 살갗으로는 버티기 어려웠을 듯한데.

로드 예. 이 망토가 제법 보온이 잘 되더군요.

시프리에드 그러고 보니 이건 흔한 소재가 아닌데, 당신이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죠?

로드 ….

시프리에드 하긴, 모르겠군요. 추후 조금이라도 기억이 난다면 이 또한 유추해볼 수 있겠지요.

로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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