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8:17

척인족 부대, 큰 부상 입고 도주.

시프리에드 ……. 아닌가. 누군가 이쪽을 지켜보는 듯했는데.

로드 ….

시프리에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로드 아, 네. 계속 생각을 하다 보면 뭔가 하나라도 기억나지 않을까 하여….

시프리에드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잠시 기억이 나지 않는 거라면,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 아직 당신의 정체에 대해 저 또한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자 같지도 않고요. 걱정되는 건 페르사의 상황 정도네요.

로드 상황이 심각합니까?

시프리에드 어제 말했죠? 페르사는 수인들이 부족을 이루고 사는 곳이라고요.

로드 예.

시프리에드 여러 부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이렇다 할 국가 체계가 갖추어져 있진 않아요. 부족 연합이 있었지만, 몇 년간 결성과 와해를 반복했다 하더군요. 지금도 연합은 이름으로만 존재하고, 그 안에서는 부족 간의 전쟁이 빈번하죠. 특히 조인족과 척인족의 사이는 좋지 않아요. 용인족은 이에 관여하지 않는 듯하고요.

로드 왜 그렇습니까?

시프리에드 최근 들어 페르사에 원인 불명의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지진이라든가, 산사태라든가…. 본디 단명종이 살기에 척박한 환경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문제는, 각각의 부족이 그 원인으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는 거죠.

로드 …상호 의심이 팽배해 있군요. 그 재해를 서로의 탓으로 돌려서 얻는 것이 있습니까?

시프리에드 글쎄요. 이제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죠. 외지인에게 말을 해줄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로드 으음…. 페르사 외에 다른 나라는 또 무엇이 있습니까? 제가 이 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혹 다른 나라에서 왔을지….

시프리에드 인근 국가라면 인간 중심의 플로렌스나 엘프 중심의 엘펜하임 정도가 있겠군요. 엘펜하임 출신은 아닌 듯하고요.

로드 아, 네. 제가 엘프는 아니니….

시프리에드 물론 그곳에 엘프만 사는 건 아니지만요. 엘펜하임은 화합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다인종 국가거든요. 그러니 인간이라 해도 충분히 엘펜하임 출신일 수 있어요.

로드 그런데 왜 아니라 확신하십니까?

시프리에드 복식이 그곳의 풍습과 꽤나 거리가 멀거든요.

로드 아하… 그럼 플로렌스?

시프리에드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노예나 평민 같진 않은데, 그럼 플로렌스의 귀족이라는 뜻이겠죠? 타국의 귀족이 대체 왜 페르사에 뚝 떨어졌겠어요?

로드 그렇… 앗, 저쪽에…!

리자드맨 주술사 크르륵… 찾았다! 케흑… 여기 수상한 놈들… 있다!

시프리에드 또 말썽이네. 자, 그쪽은 빠져 있어요.

로드 저, 저도 돕겠습니다.

시프리에드 아뇨. 쭉 보니까 그쪽이 나서봤자 제 할 일만 늘어날 것 같더군요. 심심하면 응원이라도 하시죠.

로드 아, 네….

로드 강하시군요….

시프리에드 약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죠.

로드 예…?

시프리에드 고룡의 후예가 이런 자들에게 당해서야 되겠어요?

로드 고룡…? 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시프리에드 네.

로드 하지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시프리에드 혹시 이 꼬리는 그냥 장식 정도로 생각하셨나요? 생각보다 취향에 열려있는 분이군요. 뭐, 굳이 따지자면 혼혈이에요. 아버지 쪽이 용이었죠.

로드 아, 그렇군요… 멋진데요.

시프리에드 딱히 멋질 것도 안 멋질 것도 없어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뿐이지. 그나저나 아직 척인족이 출몰하는 걸 보면 조인족 거주지까지는 아직 거리가 더 있겠네요. 도착할 때까지는 주위를 잘 살피도록 하세요.

로드 네, 알겠습니다. ……. 그런데… 저….

시프리에드 네.

로드 실례지만…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시프리에드 빨리도 물어보시는군요. 아주 민첩한 반응이에요.

로드 경황이 없던지라 이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시프리에드 하긴…. 다시 소개하죠. 저는 시프리에드, 고룡족의 후예입니다.

로드 아, 시프리에드 님. 반갑습니다. 저는…. ……. 어….

시프리에드 그쪽의 이름은 나중에 꼭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로드 노력해보겠습니다….

시프리에드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