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15:32
부족 연합, 무너진 거주지 복구 작업 시작.
이방인, 신원 미상의 남성과 조우.
온달 용인족은 아닌 것 같은데.
시프리에드 당신, 그들의 행방을 알고 있나요?
온달 글쎄. 어떤 목적으로 그들을 찾고 있지?
시프리에드 용인족을 찾는다기보다는, 당신을 찾아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온달 호오, 내가 누군지 알고?
시프리에드 그것까지는 모르지만, 당신에게서 여기 있는 이 사람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로드 ….
온달 저자와 내가? 흥미로운 이야기긴 한데. 뭘 원하지?
시프리에드 두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봐야겠어요.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의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고요.
온달 …기억이 없나?
로드 예. 이름, 나이, 제가 살아온 곳이 어디인지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온달 흠. 굉장히 수상한데. 기억을 잃은 자와, 그를 호위하는 정체 모를 인물. 지금 이 땅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시프리에드 저는 그 문제를 해결하러 온 거예요. 이 사람은 그 과정에서 생긴 혹덩이고. 호위라니, 불쾌한 오해로군요.
로드 …민폐여서 죄송합니다.
온달 아니, 나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지. 이 황야에는 여러 종족이 살고 있지만, 인간을 만나는 건 지금 그쪽이 처음이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기억을 잃었다고 했지만, 너무 어설픈 핑계라 속아줄 마음도 안 들어.
시프리에드 그럼 그쪽의 존재는? 당신도 인간 아닌가요?
온달 맞아. 나도 인간이지.
시프리에드 그 쪽에게 똑같이 돌려 드리도록 하지요. 우리 또한 황야에서 인간을 마주치는 건 처음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온달 그래, 그 대답을 원했다.
시프리에드 …처음부터 싸우기 위해 떠봤군요. 이쪽에서 말꼬리를 잡을 만한 이야기를 던지면서.
온달 자신이 영리하다 생각하는 자라면 당연히 놓치지 않겠지. 기대한 대로라 꽤 흡족하군.
시프리에드 성질 돋우는 게 목적이었다면 성공적이었어요. 바라는 대로 해드리죠.
로드 시, 시프리에드!
로드 이, 이쯤 하면 된 것 같은…!
온달 생각대로 꽤 강자로군. 계속할 텐가?
시프리에드 그쪽도 얻을 게 없을 텐데요.
온달 그래. 어쨌든 공격에 살기가 없었고, 사악한 목적으로 이쪽을 찾지는 않은 듯하니.
시프리에드 행동 하나하나가 계산적이군요. 더 싸울 생각이 없다면 잠시 대화를 나누는 건?
온달 알겠다. 그쪽은 이름이 뭐지?
시프리에드 시프리에드. 이쪽은….
로드 ….
온달 기억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로드 예. 이름조차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온달 알겠다. 너희는 어디에서 오는 길이지?
시프리에드 질문만 하지 마시고, 당신의 이름도 말씀해주시죠. 얻어가려고만 하면 저도 입을 닫고 있을 테니까.
온달 이런, 미안하군. 아직 경계심이 다 사그라진 게 아니라서. 나는 온달이다.
시프리에드 온달? 특이한 이름이군요. 어디에서 왔죠?
온달 가우리.
로드 가우리?
시프리에드 국가명인가요?
온달 …모르나?
시프리에드 인접한 국가로 어떤 나라가 있었나요? 여러 개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죠.
온달 흠, 미르는 알겠지.
시프리에드 …들어봤어요?
로드 아뇨… 처음 듣습니다.
온달 …야마토, 베다.
로드 ….
시프리에드 ….
온달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 사실을 내게 숨겨 이득 될 것이 있나?
시프리에드 모르면서 아는척하면 이득 될 게 있나요? 저는 꽤 오랜 시간 세상을 주유했지만, 확실히 이 대륙에 위치한 나라들은 아니에요.
온달 …. 대륙이 다르다고…?
시프리에드 이렇게 생소한 걸 보면, 저 대해협 건너의 동방 대륙에서 쓰이는 이름일지도 모르겠군요.
온달 …….
로드 그 이름을 들어도 아무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제가 잃어버린 기억과도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어쩌면 저와 비슷한 기운이 풍긴 것은….
시프리에드 흠…. 온달? 당신, 이곳을 페르사라 부르는 건 아나요?
온달 내 사정을 숨겨봤자 도움될 일이 없을 듯하군. 이 땅의 이름이 페르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날 도와준 용인족에게 들었지.
시프리에드 역시 예상대로 이쪽 사람이 아니시고, 용인족의 도움을 받았었군요.
온달 용인족의 행방을 묻는다면 해줄 말은 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났으니.
시프리에드 아직도 심하게 경계하는 것 같으니 명확히 하고 갈게요. 우리는 용인족과 적대하는 관계가 아니에요. 그저 지금 페르사에 일어나고 있는 얼간이 같은 짓을 막으려는 거죠.
온달 좀 더 설명해줬으면 싶지만. 그래, 조인족과 척인족의 대립을 말하는 건가?
시프리에드 예. 문제는 서로에게 있지 않은데, 그저 갈등과 조급함을 없애기 위해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지요.
온달 나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시프리에드 ….
온달 ….
로드 ….
시프리에드 당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죠?
온달 그래. 아직 할 일을 끝마치지 못했거든.
시프리에드 여기에서 뭔가 단서를 찾은 게 아니라면, 함께 행동하는 건 어떤가요?
온달 글쎄. 보통 이런 경우에는 조난이 시작된 곳에서 대기하는 편이 현명하지 않던가?
시프리에드 가까운 곳에 당신을 기꺼이 찾아줄 동료가 있을 경우에는 말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공간을 뛰어넘어도 너무 멀리 온 느낌인데,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날지는 미지수고요.
온달 ….
시프리에드 자랑은 아니지만, 저만큼 이 대륙의 신비와 기묘한 일들을 알고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저와 행동을 함께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겠죠. 여기서 황야의 내부 싸움에 휘말려 괜히 체력만 소모하다 죽어도 제 눈앞만 아니라면야 솔직히 상관없지만, 웬만하면 말리고 싶네요.
온달 하, 더 간절한 쪽은 나였군.
시프리에드 그러니까 간 보는 건 적당히 하고, 예를 갖춰 대해줄 때 이쪽으로 오시죠.
온달 나와 동행하면 당신들은 뭘 얻지?
시프리에드 저에게 지금 불안 요소가 둘 있는데, 하나는 당신.
온달 ….
시프리에드 하나는 당신이에요.
로드 …아, 예.
시프리에드 당신들 모두 원래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 같고, 어떤 비틀림을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으니…. 차라리 둘 다 제 옆에 두는 편이 낫죠.
온달 위험요소의 감시를 위해서인가…. 그래, 납득했다.
시프리에드 흥.
온달 당신도 나름 이 세계를 걱정하는 거군.
시프리에드 맞아요, 이방인.
온달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받아들이지.
시프리에드 아직 서로를 믿는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저는 적어도 전장에서 당신 뒤를 맡길 수 있을 정도는 돼요.
온달 나도 그렇다고 해둘까.
로드 ….
온달 너는….
로드 …저는 솔직히 능력이 없습니다. 뒤를 맡겨달라고는 차마 못 하겠군요.
온달 그래 보이긴 하지만 숨겨진 한 수 정도는 있겠지.
로드 ….
온달 …없나?
로드 예….
온달 짐덩이를 달고 이 황무지를 돌아다녔다니. 당신의 수준을 조금 더 상향 조정해야겠군.
시프리에드 마음대로 하시고, 어쨌든 합류한 걸 환영해요. 온달.
온달 서로 원하는 바를 얻길 바라지. 시프리에드. 그리고….
로드 …이름이 생각나면 말씀드리죠.
온달 그래.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