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백업 by 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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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시마 상정하고 씀.

미완성. 중간중간 내용 추가, 수정함

제목은 노래에서 가져옴.


정말로. 그렇지 않다면 대체.

혹시나 하는 마음의 집합일 뿐입니다. 



평범한 날이었다. 거지같고, 아주 조금 기적적이고, 약간 따뜻하고, 또 약간 건조했다. 봄이 오는 건 느껴졌지만 그래도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넌 봄바람과 더불은 꽃샘추위에 깜빡 속아 감기에 며칠째 시달리는 중이었다. 그러게 옷을 좀 따뜻하게 입지 그랬냐는 나의 핀잔에 너는 “그래도 봄의 스타일링은 포기 할 수 없었는 걸?!”하며 대책없는 말을 했다. 대체 감기가 언제까지 따라오는 건지 모르겠다며 넌 투덜거리면서도 꼭 차가운 음료를 고집했다. 굳이 편의점에서 차가운 물을 한병 집어와 달랑 차에 탄 너에게 나는 빨리 낫고 싶은 사람 맞냐며 몇마디 하고선 내가 들고온 가방 속 보온병을 아무렇지 않게 건넸다. 따뜻한 녹차였다. 녹차는 따뜻한 걸 좋아해서 꼭 타온다고 변명한 사실과는 다르게 난 집 찬장 구석에 박아둔 보온병을 일부러 찾아 꺼내온 거였다. 따뜻한 걸 먹어야 감기기운이 좀 나아질테니까. 고집 센 너를 위해 난 그닥 좋아하지 않는 녹차까지 사왔다. 네가 녹차는 좋아하니까 내가 그렇게 변명하며 너에게 건네면 분명 먹을거라 생각했다. 너는 기침하고서 내게 먹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보온병을 열었다. 넌 아직 김이 나는 안을 잠깐 보더니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난 그런 너를 힐끔힐끔 바라보다 네가 나를 쳐다보자 아닌 척 슬쩍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기랄.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는 나를 보고 다시 보온병을 보더니 “아아앗!” 하고 과장된 리액션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입 댄 거 먹으면 감기 옮는 거 아냐?”

“어 그렇네?” 하고 난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던 것 같다. 

“그럼 그건 그냥 너 먹어. 난 이거 먹으면 되니까.”

나는 너에게로 몸을 숙여 너의 다리 사이에 놓인 생수병을 집어갔다. 

“앗! 내가 산 물!”

네가 반응하기도 전에 뚜껑을 돌려 열고 생수를 한모금 마셨다. 너는 소위 네가 지어보이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에…내가 먹으려고 산건데.” 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곤 한번 자세를 고쳐 앉은 후 보온병 속 녹차를 몇 모금 더 마셨다. 잠깐 정적이었고, 너는 짐짓 장난 같게, 하지만 또 진지하게 물어왔다. 

“네가 먹으려고 굳이 가져온건데, 정말 괜찮아?”

“뭐, 그렇게 소중한 것까지는 아니야. 그리고 난 감기 걸리기 싫거든.”

“에에, 뭔가 재수 없어.”

 넌 그렇게 말하고선 자동차의 시트에 몸을 깊숙히 기댔다. 나도 그런 너를 아주 조금만 더 바라보다가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날 오후의 시작은 미묘했고, 난 왠지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럴리는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지. 어쨌건, 그게 어느날 이른 봄의 기억이었다.

 이 짝사랑에는 따라오는 물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언제, 왜, 어쩌다가 따위의 것들 말이다. 그런 질문은 죄다 하나로 퉁 칠 수 있었다. 종잡을 수가 없이, 로 말이다. 사실의 엄청남에 비해 이유나 그런 것이 너무 하잘 것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잠깐 스치고 맘 한켠의 추억으로 웃으며 남길 법한 게 아니었다. 반대로 너무 질척거리고, 크고, 자꾸 들러붙는 기분나쁜 감정이었다. 아무리 떨쳐내려 애를 쓰고 털어내도 자꾸 기어나왔다. 어떤 순간 너무 행복하고 나를 충만하게 해서, 내가 마음을 놓고 기대하게 만드는 점이 위험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고, 그건 부족하기 보다는 과했다. 그게 문제였다. 몇번이나 동료애나 친구의 우정 정도로 퉁쳐보려 애썼지만 언제나 감정은 턱 없이 넘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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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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