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뺑이]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현대문학
제목 보자마자 감이 왔다. 아 이거 소련 풍자하겠구만.
다 읽고 난 감상: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들은 풍자의 서기장 풍자의 정치지도원 풍자의 인민위원이다… (좋은 뜻)
형제의 작품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에 의해 영화화된 적 있다. 영화 제목은 <거울>이고, 소설 원제는 <노변의 피크닉>. 그래서 난 쇼트 케이크 위의 장식을 가장 마지막에 홀라당 먹는 심리마냥 이 형제 소설들은 아껴 읽으려고 했었다. 더 일찍 읽을 걸 그랬다. 존니 재밌네 진짜… 아 이거 뭐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음 동슬라브 문화와 역사와 문학의 총집합이자 소비에트 대환장 휘뚜루마뚜루 풍자소설 이건 반드시 영혼으로 느껴야 한다…
‘설명보다는 공명이 필요함’, 이게 바로 이 소설의 최대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제2세계에 속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SF에는 역사가 필요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사전 공부가 요구될 만큼 길거나 깊지 않다. 배경지식 없어도 잘 읽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이 제1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강한 나라다 보니(^^;;) 미국 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월요일…>은 동슬라브 문화와 이하생략의 총집합이자 1960년대—후기 사회주의 시대 소련의 반영 그 자체이다. 소련이 폭삭 망한 지금에 와서는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텍스트가 아닌 것이다.
냉전은 SF 작품 세계도 서방과 동방으로 갈라놓았다. 폴란드 최고의 SF 작가(이자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영화화한 소설 <솔라리스>의 저자… 네 저 탈콥 사랑해요)로 손꼽히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일화만 봐도 그렇다. 때는 바야흐로 폴란드 인민 공화국 시절… 루드비크가 호그와트 복도를 종횡무진하며 “야 이 돼지들아”를 외치던 1974년… 렘은 그냥 SF 덕톡이 하고 싶어서 미국 소설가 필립 K. 딕에게 “님 소설 개쩔어요 넘 좋아요” “서방 SF는 다 별로인데 그래도 님 소설은 진짜 짱인 듯”이라고 말했다. (딕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딕이 갑자기 “아악 미친 폴란드 빨갱이 저리 가요” “렘은 미국인들에게 공산주의 세뇌를 시키려는 간악한 공산당의 음모로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다… 그는 실존하지 않는다”면서 FBI에 렘을 고발한다. 살다 살다 존재 부정까지 당해버린 렘은 충격과 분노 때문에 다시는 미제놈들 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야 이 돼지들아!
몇몇 예외를 제외한다면, 그 당시 SF 작품 세계는 철의 장막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었다. 자기네 세력권에서 각자 발전한 느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냉전에 승리함으로써 SF의 계보 및 영향력이 다소 서쪽으로 기울어졌다… 고, 나는 좀 느끼고 있다. 왜 이 얘길 하냐면 <월요일…>이 너무 재밌어서 다들 읽어 주면 좋겠지만 역시 요즘 SF 메이저 감성은 아니게 된 것 같아서. 흑흑!!
중학교 3년 내내 가장 높게 나온 과학 점수가 72점이었던 본인이지만 (열심히 공부했는데 72점보다 더 높게 나오지가 않아서 아직까지도 점수를 기억하고 있다) SF는 내가 꽤 좋아하는 장르다. 소비에트 SF 더 읽고 싶다. 렘 도장깨기와 함께 스트루가츠키 도장깨기도 시작해야 할 때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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