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 MHTS

08. 같이 세차하고 나와서 거품&물에 쫄딱 젖은 서로 보고 폭소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RR's room by 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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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이 수건 몇 개 담은 종이가방을 뒷좌석에 두고 동승석에 자리를 잡는 동안 명헌은 트렁크에 있는 도구들을 한 번 더 점검했다. 얼마 전 종일 굵은 눈이 내렸다. 비시즌이라 태섭은 개인 훈련 스케줄로 변경이 되었지만 명헌은 어쨌든 구단 사무실로 출근은 해야 했고, 습기 가득한 눈을 맞고 다닌 명헌의 차는 먼지 뒤엉긴 마른 물얼룩으로 꼬질이가 되어 주차장에 처박혀 있는 중이었다. 셀프세차장 예약하며 도움을 청했는데 기계 세차 터널 한 번 지나면 되는 걸 굳이 고생을 하려하냐는 태섭의 건성 대꾸에 입을 댓발 내밀었다가 꼬집혔다. 그래도 데이트하자고 다시 꼬셔 태섭과 함께 세차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맛있는 거 뭐 사줄 거예요”

“힘쓸 테니 고기 뿅”

“한우-”

“접수”

세차할 때 입을 거라며 세차 도구들과 함께 구비해 두었던 두께감 있는 우의를 태섭은 익숙하게 알아서 챙겨 입는다. 손목에 고무줄을 끼는 걸로 소매의 틈을 막고, 후드도 뒤집어쓴다. 한우를 향한 패기는 좋았으나 너무 이른 준비만만이었다. 세차의 시작은 우의가 기능을 발휘할 일은 생기지 않는 내부 세차. 몸의 열이 우의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해 내부 세차를 끝냈을 땐 온몸이 뜨끈뜨끈했다. 챙겨온 팩우유를 사이좋게 쪼옵 마셨다.

“언제 챙겼어”

“원래 목욕탕에서는 흰우유 먹는거잖아요”

“목욕은 차가 하고 있는데용”

“나도 지금 사우나 하는 것 같으니까 대충 비슷한 걸로 해요”

“ㅋㅋㅋㅋ 뿅”

에너지를 주입했으니 이제 정말 차를 씻겨줄 차례였다. 차체의 왼쪽 오른쪽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 각자 담당구역에 세제거품을 칠했다. 부드러운 스펀지를 쥐고 팔의 가동범위 안에서 박박 문질러줘야 하다 보니 그 휘적대는 움직임에 후드는 어느새 벗겨져 있었지만 고무장갑을 낀 손이 거품투성이라 다시 머리에 쓸 수는 없었다. 스피드는 태섭이 빨랐다. 차의 표면엔 스펀지가 지나다닌 원형의 곡선들이 하얗게 남았다. 바퀴 휠까지 마무리하고 세차장 칸을 분리해 주는 중간 벽에 기대 바닥에 대충 앉았다. 육체적인 힘듦도 힘듦이지만 태섭에게 손세차란 크게 흥미가 있는 행위가 아니어서 더 힘이 들다 느껴지긴 했다. 본인의 차는 한 번도 직접 손세차를 해본 적 없다. 주유하고 바로 세차 터널에서 둥실둥실 떠나니기만 하면 빠른 시간에 깨끗한 차가 된다. 이런 자신과 반대인 연인에게서 왜 이렇게 빨리했냐 제대로 한 게 맞냐는 잔소리가 곧 들어올 것임을 알지만 사실 이 타이밍이 즐거운 거다. 그 잔소리를 하는 연인의 뚱한 표정이 얼마나 귀엽냐면,

“깨끗하게 한 거 맞아용?”

“그럼그럼, 송태섭 애인 손세차 보조 짬바가 몇 년인데”

“헹궈보면 알아용”

호스를 챙기며 곁을 지나는 명헌의 눈매가 슬 가늘어졌다 제 크기로 돌아간다. 그래 저 표정. 곧은 선이 잠시 흐트러지는 찰나의 표정이 나오게 하려면 이명헌 말을 잘 안 들어야 하는데 자주 그랬다간 가정파탄 날 것 같으니까 이런 기회를 적절히 이용해야지. 반대편으로 넘어간 명헌에게서 물 튼다 뿅-이 들려온다. 조금 전 봤던 표정을 계속 반복해서 떠올리느라 네에- 대답만 하고 뭘 해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은 자가 겪을 일은 하나뿐이었다.

“으아악!”

차의 윗면에 붙은 거품을 쓸며 넘어온 물이 벽까지 날아와 머리로 쏟아져 내린다. 후드는 아까 벗겨졌었으니 영락없이 직방이었다. 넥라인의 틈으로 흐른 물에 상의도 제법 젖었다. 명헌은 별안간 들려온 비명에 수도를 반쯤 잠그고 태섭의 상태를 살피러 달려왔다. 푹 꺼진 머리칼을 손으로 털어내는 움직임으로 날아오는 물방울을 손으로 가로막았다.

“태섭, 괜찮아?”

“진짜 목욕을 시켜버리는 게 어디, …형?”

웃음 반 째림 반으로 명헌을 보는데 그의 머리 위에 올라앉은 거품 때문에 웃음이 터진다. 이명헌도 목욕 중이었어?. 무슨 말이에용. 머리 감아 볼까 우리 애기-. 뺏어 든 호스에서는 물이 졸졸대며 바닥을 적신다. 뒷목을 잡고 완력으로 숙이게 하려는 태섭의 힘과 갑자기 버티기 한판을 해야하는 명헌에게서도 웃음소리 샌다. 힘겨루기에 이리저리 춤을 추는 호스로 바짓단부터 신발 속까지 축축해졌다.

한우고 뭐고 귀가가 시급해져 버렸다.

형, 이거 계략이지.

억울해용.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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