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물리치료

쿠로가 감기에 걸렸어요

미케지마 마다라 x 키류 쿠로

나시님과 연성교환 감사합니다!!!!!!!!

가볍게 씀…

사귀는 사이 x

-

“…콜록.”

텅 빈 기숙사 방.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 쿠로가 힘없는 기침을 연거푸 토했다. 머리가 지끈거렸기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날이 따뜻해졌대도 이 날씨에 폭포수를 맞는 건 역시 좀 무리였나.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기에 이불을 더 끌어당기고서 몸을 웅크렸다. 하스미 나리나 칸자키도 아니고 이렇게 된통 감기에 걸려버릴 건 뭐람. 뜻모를 찬 바람이 아까부터 마음속을 쓸어내렸다. 아마도 외로움일 것이다. 이렇게까지 아파본 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이어서 그럴까. 이제는 너무나도 옅어져버린 엄마의 자장가가 그리웠다. …바보같긴. 콧물을 쿨쩍이며 더더욱 웅숭그렸다. 물수건이 베개 위로 툭 미끄러졌으나 구태여 줍지 않았다. 외로움도 그리움도, 전부 자신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감정이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서 옆을 더듬거렸다. 목이 말랐다.

“쿠로 씨, 여기 이온음료.”

“아아. 고맙…다…?”

깜빡깜빡.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떴다. 익숙한 얼굴이 제게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그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쿠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통을 받았다.

“뭐야, 콜록. 어쩐 일이냐 네녀석….”

“흐응, 어쩐 일이냐니. 쿠로 씨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간호를 하러 온 거란다아~! 쿠로 씨도 참, 이렇게 아플 때는 마마한테 어리광 부려도 되는데?”

“…지랄.”

콜록콜록. 목이 답답했기에 길게 말할 수 없었다. 너무해 쿠로 씨~ 라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헛소리를 받아줄 정신따위 없었다. 후들거리는 팔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머리가 쨍-하고 지끈거렸기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하, 진짜 한심하네.

-라고 생각하던 찰나. 쿠로의 몸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정확히는 마다라에 의해 부축당한 거지만, 지금 그의 인지능력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갑자기 세상이 훌쩍 낮아졌기에 벽에 등을 기대고서 가쁜 숨을 골랐다. 마다라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어둠이 스쳤으나, 쿠로가 그것을 알아챌 수 있을리 만무했다. 마다라가 말 없이 뚜껑을 열고서 쿠로의 손에 쥐어주었다. 멍하니 허공을 보던 쿠로가 천천히 시선을 옮겨 마다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힘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고맙다.”

“….”

쿠로의 솔직한 감사에 마다라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쿠로 씨, 정말 많이 아프구나. 고장이라도 난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마다라는 베개에 떨어진 물수건을 발견했다. 그리고 완전히 미지근해져버린 물그릇까지. 쿠로가 힘없이 이온음료를 마시는 동안 마다라는 달그락거리며 수건을 다시 적셔왔다. 차가운 수건을 쿠로의 이마 위로 올리며 마다라가 활짝 웃었다. 방금까지 있었던 무거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짜잔~ 어때 쿠로 씨, 이제 좀 나아졌을까~?”

“어후 차가워.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와하하☆ 마마표 특제 얼음장 물수건이란다~ 쿠로 씨의 열을 순식간에 내려줄 거라구우.”

“그냥 물에 적셔온 거면서 큰 소리는.”

실없는 대화에 쿠로가 피식 웃었다. 다 비어버린 물통을 아쉽다는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아까까지만해도 온 몸이 검푸른 늪에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냥 몸이 좀 무거운 정도. …미케지마 녀석이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한 건가. 다시 눈을 떴다. 손에 있던 물통은 이미 마다라가 치웠는지 없었다. 마다라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쿠로 씨, 감기약은 없어?”

“…아, 서랍 안에 있어.”

콜록콜록. 약을 더 먹어야 하나. 빈속인데 큰일이네. 물도 방금 다 마셔버렸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남겨둘 걸. 내가 그렇지 뭐. 어질어질한 정신에서 전개되는 생각은, 아까부터 쿠로에게 같은 결론을 가져왔다. 되는 것 하나 없는 하루.

“쿠로 씨, 여기 죽이란다아.”

“…? 죽여? 누굴?”

“쿠로 씨가 누굴 죽이든 적어도 마마는 아니면 좋겠네….”

바보같은 농담과 함께 마다라가 그릇을 안겨주었다. 그 안에는 적당히 따뜻한 죽이 담겨 있었다. 멍하니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자, 마다라가 씨익 웃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혹시 먹여주는 걸 바라는 걸까나~? 그럼그럼, 마마는 전부 다 해줄 수 있다구~.”

“손목 부러트리기 전에 내려놔라.”

“힝….”

훌쩍훌쩍. 쿠로 씨를 위해 열심히 요리해왔는데 내 맘도 몰라주고 너무해. 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게의치 않고 죽을 입에 떠 넣었다. 입 안에서 퍼져나가는 고소한 맛에 슬쩍 웃음이 지어졌다.

“맛있네.”

“! 정말? 고생한 보람이 있다니, 기뻐♪”

“나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바보같이 기뻐하기는…. 이런걸 두고 뭐라고 하더라. 그… 일리일리였던가.”

“일희일비를 말하는 걸까 쿠로 씨…?”

“어어, 비슷했네.”

죽을 삼키고서 재밌다는 듯 쿠로가 킥킥 웃었다. 그의 웃음에 마다라도 피식 웃었다. 아파서 무방비해진 건 쿠로인데, 어째서 자신 또한 경계가 허물어진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깨끗이 비워진 그릇과 비워진 약봉지, 한결 개운해진 표정으로 누워 있는 쿠로와 투덜거리며 물수건을 짜는 마다라. 제 이마를 닦아주는 마다라에게 쿠로는 바보같은 농담까지 던지고 있었다.

“그보다 네녀석, 용케도 간호하러 와줬네. 옮으면 어쩌려고?”

“마마는 튼튼하니까 감기같은 건 안 걸린다구~.”

“아아, 그건가.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던 그거.”

그게 무슨 말이니이! 볼을 부풀리며 쿠로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찰싹찰싹 때리는 마다라였기에 쿠로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이런 것도 좋네. 여전히 시야가 어지러웠기에 느릿느릿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진짜로 왜 왔냐.”

“응? 그야 나는 모두의 마마-”

“아니, 그런 거 말고.”

허공을 바라보던 쿠로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것 같은, 그 특유의 강직한 눈빛에 마다라가 그대로 굳었다.

어째서일까. 쿠로의 앞에서는 마다라가 견고하게 쌓아올린 가면들이 모두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글쎄.”

시선을 내리고서 그가 피식 웃었다. 무방비하게 놓여있는 쿠로의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러쥐었다. 그는 손 끝을 움찔거리기만 할 뿐 그를 뿌리치지 않았다. 쿠로의 손에 제 손을 얽어잡으며 마다라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렇게 무방비해진 쿠로 씨를… 구경하러?”

“….”

“아니면 저항하지 못하는 쿠로 씨에게, 못된 짓을 하려고?”

이렇게 말하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서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좋았는데, 왜 나는 결국 일을 저지르는 걸까. 그냥 쿠로 씨가 보고 싶어서 왔다던지 대충 둘러대면 됐잖아.

진짜 한심해.

라고 생각하던 때에, 쿠로의 손이 마다라의 손을 꽈악 움켜쥐었다. 급작스러운 압박에 마다라가 눈을 번쩍 뜨자, 어이없다는 표정의 쿠로가 보였다.

“악취미네.”

“엑.”

“백날 그래봐라. 도장 청소는 네 담당이니까.”

“으에엑?!”

어디서 꼼수질이야~ 쿠로가 피식 웃고는 또다시 마다라의 손을 움켜쥐었다. 아야야, 아프단다 쿠로 씨이…! 당혹감에 이리저리 시선만 굴리고 있자, 쿠로가 그의 손을 획- 끌어당겼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마다라가 침을 꿀꺽 삼켰다.

“구경하려 한 것치고는 내 눈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못된 짓 하려 했던 것 치고는 여태 착한 일만 숱하게 하지 않았냐.”

“….”

“네녀석은 가끔 진짜 미련한 구석이 있다니까.”

입을 달싹이던 마다라가 시선을 피했다. 귀 끝이 뜨거웠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말해라. 내가 그정도로 인정머리 없는 놈은 아니거든.”

“….”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왜 갑자기 그에게 이렇게까지 관용을 베푸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아파서 마음이 약해진 걸지도. 약기운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침대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마다라가 시야에 들어왔다. 붉어진 얼굴로, 쿠로의 손을 꼭 잡고서. 어딘가 긴장한 표정으로 마다라가 쿠로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허락을 구하는 듯한 눈빛.

“…진심이냐?”

“…싫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마다라가 고개를 숙였다. 쿠로의 볼을 쓰다듬고서 숨이 섞이는 거리까지 고개를 숙였다. 훅- 가까워진 거리에 쿠로가 두 눈을 스르륵 감았다.

이게 네녀석의 「못된 짓」이었냐고.

“…감기 옮아도 난 모른다.”

“오히려 쿠로 씨가 나을지도 모르지.”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다라가 고개를 숙였다. 혀가 얽히고, 숨이 섞이고, 세상이 뒤엉켰다. 마주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열기운 때문인지 간지러움 때문인지 쿠로가 몸을 바르작거렸다. 그가 움직일 수 없도록 이불 위에서 몸으로 꾸욱 누르며 마다라는 계속해서 그의 입 안을 탐했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어지러움 때문에 그를 밀어낼 겨를이 없었다. 아니, 그를 밀어낼 생각이 없었다. 그를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표정으로 자신에게 입맞춰오는 사람을 밀어낼만큼 쿠로는 매몰찬 사람이 아니었다. 욕망 가득히 쿠로의 입 안을 탐하고 빨아들이고, 입술을 씹으며 제게 주어진 기회를 붙잡았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불안감과 흥분감에 숨이 가쁘게 차올랐기에 가까운 거리에서 숨을 나눴다. 마다라가 천천히 마주잡았던 손을 풀고서 몸을 일으켰다. 괴로운 표정이었다. 열기운에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마다라를 올려다보던 쿠로가 생각했다.

멍청이.

“…!”

멀어지는 마다라의 손목을 다시 붙잡고서 쿠로가 그를 끌어당겼다. 예상못한 쿠로의 행동에 마다라가 저항없이 그의 위에 쓰러졌다. 둘은 같은 속도로 헐떡이고 있었고, 같은 심박을 공유했다.

“…나는, 싫어하는 녀석이 멋대로 키스하게 둘만큼 멍청하지는 않거든.”

“…!”

“근데 너는 싫어하는 녀석이 키스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멍청이인 거 같다.”

마다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얼굴이 붉어졌고, 가슴이 간지러웠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손 끝을 꼼지락거리던 마다라가 스르륵 쿠로의 볼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으로 목을 쓸어내렸다.

꿀꺽.

무언의 제안에 쿠로가 눈을 감았다. …아, 감기… 나으려면 한참 걸리려나.

벌컥-

“키류 공!! 괜찮으시오?! 본인이 죽을…. …에.”

“무슨 일이지 칸자키? 어서 키류에게…?”

방 문이 열렸다.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온 소마와, 그의 뒤를 따라온 케이토. 그 둘의 앞에 보이는 건 침대 위에서 뜨겁게 뒤엉켜있는 두 남자였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소마가 눈을 깜빡이고 있자, 케이토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어이 미케지마! 지금 우리 키류에게 뭐하고 있는 거지?? 칸자키, 검을 뽑아라!!”

“…!! 명 받들겠소이다!!!”

우당탕- 우와앗 소마 씨, 오해란다아!! 뭐가 오해라는 거냐 구제불능! 키류 공에게 무슨 짓을 하려했는지 당장 바른대로 부시오!! 마마는 아무짓도 안 했는데~!?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방 안과, 태풍의 눈마냥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는 쿠로. 방금까지 마다라와 했던 짓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잠기운이 몰려왔기에 스르륵 두 눈을 감았다. 쿠로 씨이 자지 말고 소마 씨에게 해명해줘어어 라는 마다라의 외침도 자장가 같았다.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날 자빠뜨리려면, 하스미랑 칸자키 정도는 이겨야 할 거다.

감기가 나으면 마저 하자고. 오늘 못다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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