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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상] 교환

Overrule each other's Melancholy

Idyll Garden by 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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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트판 (원본(포스타입 멤버십): https://posty.pe/h353z6 )

※센가버스 센티넬 준수 & 일반인 상호

※트리거 존재(자살, 가족 및 지인 죽음)

서울에서 양산으로 가려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역으로 간 다음 버스를 타면 된다.

기상호가 울산역에 내려왔을 때 버스는 막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광역시답게 25시에도 운행하는 버스가 있었다.

지난 밤 '큰 사건'이 있었지만, 기상호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으로 인한 소모 비용보다 교통 중단으로 인한 소모 비용이 더 크다는 통계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기상호는 서울에서 살 적에 심야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오랜만이구로."

기상호는 서울에서도 집값이 저렴한 작은 동네에서 살았는데, 그곳과 비교해도 고향인 양산은 한적했다. 이따금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으나 그 소리는 선선한 바람과 나란히 때로는 반대로 달리다 이내 흩어졌다.

인도에 있는 사람은 기상호 한 명뿐이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짐도 없었다. 홀가분해 보이는 모양새였으나 그 걸음은 아슬아슬했다.

그가 가진 것은 옷가지를 제외하면 지갑 하나와 스마트폰 하나. 지갑에는 신분증과 지폐 몇 장이 들었지만 이 시간에 그걸 쓸 만한 곳은 편의점 정도일 터인데 그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어둡네…"

목적지는 다리 위.

그가 고개를 숙이자 어렸을 적 그가 발을 담그고 친구들과 함께 송사리 따위를 잡았다 놓아주며 놀았던 냇물이 있었다. 다리 난간에 달린 여러 현수막을 무시하는 머리가 강바람이 닿을 듯 말 듯 한 상공을 향했다. 스읍― 숨을 들이마신 기상호의 표정은 상쾌하다기보다는 무언가에 취한 듯 평온해 보였다.

그래, 꿈에 취한 듯.

"죽기 좋은 날이다."

그가 늦은 밤 서울에서 양산으로 온 이유.

그가 태어난 곳에서 죽기 위해.

난간 아래에 그의 삶을 증명할 지갑을 내려놓고, 앞으로 몸을 내밀고. 하나―

둘―

셋―

"이런 X발!"

욕지거리가 들림과 동시에 기상호의 몸이 멈췄다.

그 순간 기상호의 시각이 인식한 것은 언제 생겨났는지 모를 얼음이었고, 촉각이 인식한 것은 강바람보다 서늘한 냉기였다.

그 얼음을 타고, 누군가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다가온 얼굴은 분노하고 있었지만, 기상호의 양 뺨을 붙잡는 손은 그 열기에 어울리지 않게 차가웠다. 기상호가 그 감각에 눈이 크게 뜨여 그 얼굴을 온전히 담았을 때는 어쩐지 울 것 같은 표정이 보여서, 기상호는 그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무게를 기억했다.

"―죽지 마."

그 무게에 가라앉듯 기상호의 눈이 감겼다.

[준상] 교환
Overrule each other's Melancholy

괴물들이 게이트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현상―몬스터 웨이브.

괴물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나 그 대가인지 심신의 안정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센티넬과 그 안정성을 되찾아줄 수 있는 사람들―가이드.

기상호는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희석된 시기, 센티넬과 가이드가 3세대에 이르렀을 무렵 태어난 일반인이었다. 위에 그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인 형과 누나가 있었다. 아버지가 가이드이기는 했지만 의무 등록 범위에 없었기 때문에 부모와 다자녀 구성으로 핵가족의 흔한 예시라고 할 만한 그들의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갔다.

그 평온함은 기상호가 매년 실시되는 센티넬-가이드 판별 검사에서 발현 가능성이 0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굳어지는 듯했다. 기상호는 센티넬과 가이드를 동경하기는 했으나, 영리한 머리로 그들이 겪는 위험을 명확히 알았기에 마음 한구석으로 안심했다.

그의 인생에 놀라운 일이 없지는 않았다. 큰마음 먹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 거기!'라고 외칠 만한 대학교의 과학교육과로 상향 지원한 것이 딱 붙었다. 그의 부모님을 포함한 동네 사람들 모두가 마을 정문에 걸린 현수막 아래에서 거하게 먹고 춤을 췄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더라도, 요즘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던 하루들. 큰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도 넘길 수 있었던 날들.

그래, 그렇게 평온했는데.

기상호가 서울의 중학교에 부임한 지 꽤 되었을 때,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 양산의 작은 동네에서 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터졌다.

현 세대에도 몬스터 웨이브는 일어나기는 일어나는 일이라서 각 지역마다 센티넬들과 가이드들이 여러 센티넬-가이드 센터에서 상시 대기하고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는 등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 몬스터 웨이브는 너무 빨랐다. 센티넬들이 출동했을 때 몬스터들은 게이트 속으로 진작 사라진 상태였다.

한 동네가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시신 일부는커녕 유품도 유산도 한 조각 남지 않은 땅에 출입금지선이 감겨 있는 것을 보며, 사람은 심한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에 반응할 힘도 잃어버린다는 걸, 기상호는 처음 알았다.

기상호를 포함해 외지로 나가 있었던 동향 사람들은 합동 장례식을 진행했다. 현대에도 몬스터 웨이브는 자연재해와 같아 100%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었기에, 일반인은 절대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에게밖에 향할 수 없는 원망은 자신들만 남았다는 비탄의 형태로 터져나왔다.

그렇게 크게 울었기 때문에 기상호는 괜찮았다.

괜찮아야만 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연락처를 교환하며 죽은 이들의 몫까지 살아가자고 결의했다. 그러나 기상호는 그 연락처 중 자신의 또래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어느 순간부터 만화 뒷내용이 궁금하지 않아졌다.

학교는 그의 사정을 알고 그에게 휴가를 주었다. 학생들은 인품도 실력도 훌륭한 선생님의 귀환을 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상호의 본가는 괴물들에게 짓밟혀 흔적도 남지 않아 기상호가 몸 누일 수 있는 곳은 교사 생활을 위해 얻은 작은 원룸뿐이었기 때문에, 기상호는 휴가 동안 어디로도 나가지 않고 그곳에 틀어박혔다.

나가지 않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침대에서 나갈 생각은커녕 움직일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매년 부모님이 보내주셨던 반찬이 떨어지고 새로운 반찬이 들어올 일도 앞으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하지 않고 이 아닌 아사의 고통과 아사로 인해 발생할 민폐에 대해 가늠했다.

그래, 기상호는, 자살을 생각했다.

기상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정신이 듭니까?"

옆에는 그를 병원에 데려왔을 인물 ― 100% 센티넬 ― 이 있었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는 몰랐는데 낮의 건물 안에서 보니 얼굴도, 차가웠던 손가락도 새하얬다. 기상호는 언제인가 봤던 영화 속 잭 프로스트를 떠올렸다. 냉기를 다루는 새하얀 미남. 눈앞의 상대의 머리카락은 창틀처럼 까맸지만 얼굴은 정말로 하얬다.

"……."

이내 기상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도달했다.

죽음으로 떨어지기 전 건져진 감각이, 눈 뜨자마자 보인 미남의 존재감에 잊혔다가 다시금 떠올랐다.

살았구나.

"의사 선생님 불렀으니까 가만히 있어요."

그 미남은 의사가 올 때까지도 자리를 지켰다. 

"부상은 없고, 영양실조 기가 있네요."

영양실조라는 말에 기상호는 자신이 오랫동안 식사다운 식사를 안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제야 손등으로 수액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번 맞아본 적이 있었다. 사범대학교를 목표로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더니 

"수액 다 맞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퇴원.

기상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갈 곳이 없었다. 양산의 본가는 없어진 지 오래고, 내려오기 전 원룸 계약을 끝냈다. 애초에 계약이 끝나는 날을 고려해 교사직까지 그만뒀다. 그때 기상호의 상태가 심각해 보였는지 행정실 사람도 기상호와 면담을 한 교장과 교감도 차라리 장기 휴가로 바꿔줄 테니 쉬었다 오라고 만류했지만 기상호는 감사해하면서도 끝내 거저했었다.

새 집을 구할 때까지 자신을 재워줄 지인이 있는지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양산에서 없어진 것은 기상호의 본가만이 아니었다.

"… 내는 죽으러 왔는데 뭘 걱정하노."

이윽고 기상호의 입가에 헛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죽으러 왔다. 죽으러 온 사람이 집 걱정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죽지 마요."

"예?"

그러나 센티넬의 예민한 감각이 그 혼잣말을 놓치지 않았는지, 기상호의 손이 붙잡혔다. 센티넬은 얼음을 조각한 듯한 

"죽지 말라고요. 기상호 씨."

그러고 보니 센티넬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었다.

지금처럼, 죽지 말라고 말하면서.

"… 미안합니다."

구해준 이에 대한 예의 이전에 그 말의 무게가 다시 떠올라, 기상호는 사과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기상호는 그를 구해준 센티넬과 이야기를 나눴다.

센티넬의 이름은 성준수. A급 센티넬. 능력은 기상호도 봤다시피 빙결―공기 중 수증기를 얼리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 현재 부산의 센티넬-가이드 센터 중 하나인 지상센터 소속이며 페어 가이드는 따로 없고 그가 근무하는 현장6팀 전담 가이드의 가이딩을 받는다.

"힘들지 않아요?"

"별로요."

성준수의 쿨한 대답에 기상호는 자신을 구해준 것도 일이었냐고 물으려다가, 티 나지 않게 고개를 젓고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을 고쳤다. 대화하면서 파악한 바로는 성준수는 절대 눈물이 헤픈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을 센티멘털하게 한다는 호르몬 ― 주로 밤에 분비된다고 한다 ― 도 통하지 않을 존재 같았다.

그러니까, 기상호를 구하며 그 표정을 지은 것에는 의무를 넘은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상호는 그걸 파악하기엔 좀 많이 지쳐 있었다. 타고난 관찰력과 별개로 심신은 휴식을 요구해댔다. 그래서 영원히 잠들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옆에 깨어 있어야 할 이유, 성준수가 있었다.

기상호가 퇴원하자 성준수는 그의 입원비를 냈다. 기상호는 깜짝 놀라 자기가 내겠다고 했지만 무시당했다.

"센터에서 내 주는 겁니다."

센티넬이 일반인을 구조하는 데 든 비용으로 계산해 준다고 하니 기상호가 더 할 말은 없었다. 기상호는 문득 난간 아래에 지갑을 두고 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었다는 현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그게…"

다시 성큼 다가온 거취 문제에 기상호는 성준수의 시선을 피했다. 갈 곳이 있다는 거짓말은 성준수에게 통하지 않을 것 같았고, 죽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고 싶지는 않았다. 양산에는 이제 그를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니, 그 과거의 사건을 생각하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관계자들의 손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즉, 눈앞의 성준수만이 지금 기상호의 존재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모르겠네요…, 집도 팔아가…"

"괜찮으시다면 센터로 같이 가시죠."

"센터요?"

"사람 한 명 더 지낼 공간은 있거든요."

기상호는 고민했다. 본래부터 인명 구조를 담당하기 위해 세워진 기관에서 조금만 머무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기상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준수는 택시를 불렀다.

지상센터를 비롯한 센티넬-가이드 센터에는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연립주택 형식이어서 각 호실에 부엌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정말 여서 지내도 돼요?"

"어."

기본적으로 센터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만, 그 가족들이 방문할 때나 같이 지내게 될 때를 상정해 방이 2개 이상이었다. 생활감이 없진 않은데 풍부하지도 않은 집안을 둘러보며 기상호는 택시에서 말 놓는 데 1초도 안 걸린 성준수와 어울리는 집이라고 속으로 평했다.

"필요한 물건들은 천천히 사고, 이 옷 입어 봐."

"고맙습니다."

"키는 비슷한데 체격은 어떨지 모르겠다."

성준수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 기상호에게 건넸다. 기상호가 입어보니 좀 헐렁했지만 온갖 괴물들을 상대하는 특수직의 옷을 그와 키만 비슷한 前 과학 교사가 입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성준수가 입은 센티넬 활동복은 몸에 착 달라붙는 재질로 그의 근육을 돋보이게 해 기상호를 괜히 민망하게 만들었다. 

"왜 그래?"

"그, 저도 어디 가서 말랐다는 소리 안 들었는데."

"운동 안 하게 생긴 일반인하고 비교가 되겠냐."

"윽."

실제로 기상호는 몸치였기 때문에 어렸을 적 다들 한다는 축구에도 못 끼었다. 그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긴 했지만 말이다.

"방 먼지 좀 치우고 있을게. 쉬어."

내가 이렇게 바빴나, X바꺼. 기상호에게 내줄 방에 먼지가 많이 쌓였는지 욕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기상호는 그만 피식 웃었고 소파에 앉았다. 오랜만에 앉은 소파는 적당히 푹신했고, 기상호에게 편안한 기분을 안겨주며 그를 살살 달래듯 잠재워버렸다.

"좋은 일 있을 거예요."

기상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한 술집에 있었고 합석한 이를 달랬다. 그가 입은 옷은 평소 근무하던 학교에서 입고 다녔던 . 어쩌다 합석했는지 모르겠지만 자리가 없었겠거니 했다. 상대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울분을 삼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살아요."

내가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나.

주륵, 눈물이 흘렀다. 남에게 살라고 해 놓고 자신은 죽으려고 했던가. 조금 웃겼다. 어느 부분이 웃겼는지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줄줄 흐르면서도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왔다.

"네가 살라며."

이상하게도, 눈물에 시야가 흐려지는데 상대의 얼굴은 선명해졌다.

"네가 살라고 해서, 살아봤어."

그 상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 준수햄."

기상호는, 서울에서 있었던 어떤 하루를 기억해냈다.

기상호가 서울의 중학교에서 근무한 지 한 달쯤 되었던 날.

동시에, 성준수가 서울 원중센터에서 근무한 지 몇 년 되었던 날.

성준수가 처음부터 A급이었던 것은 아니다. 첫 발현 검사에서 B급 센티넬이 떴고, 그 등급으로 센티넬-가이드 교육 센터를 다녔다. 그 뒤 원중센터에 들어가 B급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말을 들었지만, 성준수는 만족할 수 없었다.

더 강해져서, 가족들과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한다고 사람들의 정신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원중센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A급 센티넬들은 혹사당하고, 그 아래 등급의 센티넬들은 무시당했다. 원중센터는 성준수를 비롯한 B급 센티넬들에게 정신 건강을 생각해 타 센터로 이직할 것을 권했다.

성준수는 받아들였다. 다만, 정신 건강 때문이 아니고 서울 사람들을 구할 마음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여동생이 가이드로 발현했기 때문에 여동생이 근무하는 센터에서 지켜줄 것이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몸 바쳐 일한 결과가 그따위였으니 심란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그 마음을 달래고자 술집에 갔고, 기상호를 만났다.

"좋은 일 있을 거예요."

센티넬과 가이드의 생태에 대해 잘 모를 일반인.

"살아요."

그럼에도 그 말은 위로가 되었다.

그 뒤 성준수는 조금 홀린 듯한 기분으로 지상센터로 이직했고, 수많은 괴물들을 쓰러뜨리고 그 배가 되는 사람들을 구해냈다. 능력을 사용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A급으로 등급이 올랐다. 성준수의 사정을 아는 팀원들은 언론에 준수의 A급 판정 소식을 시원하게 터뜨려 주었다.

그랬는데―

"이런 X발!"

그 은인인 기상호가 죽으려고 했다.

단 몇 분에 불과했을 시간 때문에, 삶을 이어가 다른 이에게 돌려주려는 이가 있었다.

"고마워요, 햄."

그래서 기상호는, 삶을 생각했다.

"살아볼래요."


(소장용 결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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