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백곰
“바쁜데 미안해.” “아냐, 일 다 끝내서 괜찮아.” “문 닫을 시간인데 깨워도 일어나질 않아서….” 안달복달한 얼굴을 조금 펴며 나를 데리고 들어선 점장은 작게 한숨을 쉬며 앞치마에 마른 손을 닦았다. 반듯했던 검은 천에는 어찌 수습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이 상황을 도와줄 이가 생겼다는 안도와 내게 수고를 끼쳐 편치만은 못한 마음이 동시에 묻으며 살짝 구겨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응, 전혀.” 소녀는 내가 무섭지 않나 보다. 놀이기구를 찾아 떠도는 인파로부터 내게 다가온 사람이야 여럿 있었지만 다들 어색하게 미소란 가면만 쓰고 사라지던데. 아까부터 귀찮을 정도로 꾸준히 이것저것 물어온다. “으으음, 그럼 먼저 부모님을 찾으러 가볼까요? 아, 나는 아사히라고 해요.” 부드럽게 물결치는 긴 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