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여름밤의 약속 알타이르, 데네브, 베가. 별들이 만드는 대 삼각형이 하늘에 자리하고 있던 여름밤. 가정초대회가 있었던 체이서 저택은 늦은 시간까지 낮처럼 밝았다. 가정초대회라고 하기에는, 체이서 가족과 절친한 사이인 이브넘 가족만 초
빈센트 체이서는 본디 겁이 없는 성정이라, 긴장과 불안이 제 생의 동반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이전에 해본 바가 없었다. 그는 얻어내는 이였고, 빼앗는 이였으며, 짓밟히면 아득바득 붙들어 물어뜯는 이였다. 그러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름을 나란히 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제 눈앞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매번 행복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기 마련이다. 린다는 평소와 다른 무게감이 양 옆에서 제 몸을 누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새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아침임은 분명했다. 다만, 평소라면 이미 걷혀있을 커튼이 아직도 창문을 가리고 있은 것을 보고서야 간밤에 상황이 벌어졌는지 떠올린 그는 아직 곤히
빈센트의 왼손은 여전히 린다의 왼쪽 발을 붙들고 있었다. 그는 린다를 올려다보다가, 그녀의 왼손 손가락 끝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어나갔다. 그 입술의 뜨거움이 제 피부에 닿을 때면, 린다는 제 체온이 낮은 걸까, 그의 체온이 높은 걸까 하는 시답잖은 고민을 하곤 한다. 이윽고 빈센트가 린다의 손목 안쪽을 입술로 살짝 물었다가 놓았을 때, 진한 웃
고작 2년을 함께 살아보겠다고 그 모든 일들이 있었던 건지.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올린 린다는 비적비적 몸을 일으켰다. 추운데 춥지않아. 어두운데 어둡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더라. 무슨 일이 있었더라...무의미하게 옮겨지던 시선에 여느 때보다 창백한 얼굴로 눈도 감지 못한 제 남편의 얼굴이 들어왔을 때에서야 기억이 났다. 괴물이 들어왔었지. 비명소리랑,
365일의 핼러윈(순한맛) 린다,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요? 왜. 그날도 핼로윈이었잖아요. 친구들이 파티에 가장하고 갈 거라고 잔뜩 들떠서 나도 했었는데. 왜 그거 있잖아요. 팬텀.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하얀 가면을 쓰고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아, 기억나요? 맞아요. 왁스로 머리 넘기고, 빨간 장미도 하나 들고. 준비할 때는 정말 별 생
때는 늦은 한밤 중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서재로 향하던 린다는 살짝 열린 응접실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사용인들도 모두 잠든 밤, 응접실에 있을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었으므로 무슨 일인가 싶어 린다는 조심스럽게 응접실 문을 열었다. 의자에 앉아 무언가 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린다가 천천히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