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오늘이다. 오늘은 결단을 내려야한다. 준비는 끝났다. 커다란 침대 위에서 배우자와 뒹굴거리며 나른한 한때를 보내던 사쿠야 스칼렛은 벌떡 일어나 눈을 껌뻑이며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배우자에게 말했다. "나가자.""어디를?" 사쿠야를 따라 상체를 일으키며 베인이 의문을 표했다. 굳이?라는 뒷말이 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것 같다. "어디든. 너, 여기에 있으
최근 티르코네일에서 뜨거운 이야기 주제라면 단연 연애였다. 안타깝게도 트레보의 딜리스를 향한 절절한 순애보나, 노라를 향한 말콤의 오랜 짝사랑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을 밖에서야 에린을 구한 영웅이니 뭐니 해도 티르코네일에서는 밀을 베다가 실수하거나 낚시를 하다가도 번번히 놓치곤 하는 옆집 오빠이자 청년인 사쿠야 스칼렛과, 이주해 온 지는 얼마 되
오랜만에 티르네코일로 돌아와 던컨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촌장의 집으로 향하던 사쿠야 스칼렛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처음보는 누군가가 던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일레흐 왕국에 속하지 않는 자치구인 티르코네일은 폐쇄적이라면 폐쇄적인 곳이라, 마을 구성원이 변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처음보는 자의 얼굴, 그래, 그것이 문제였다
"너...왜 나를 그렇게 쳐다봐?" 물론 그의 배우자가-정식으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약식으로 둘만의 맹세는 했으므로, 분명 그는 사쿠야의 배우자였다-하릴없이 사쿠야를 바라보기만 하는 게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그정도가 심했다. "그대가 취미를 좀 가져보라고 하질 않았나. 나름대로 요즘 밀레시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티르코네일의 '베인'은 의외로 규칙적이고 성실한 생활루틴의 소유자였다. 잠을 자는지 자지 않는지-물론 다난인 만큼 수면을 취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쿠야 몫의 아침식사까지 준비한다. 아침잠이 많은 사쿠야를 어르고 달래 식탁 앞에 앉히고는, 아침을 먹어야 하루가 원만히 굴러가는 법이라며 감자스프를 크게 한술 떠서 사쿠야의 입가에 가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