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타 재업 '죽음만이 인류를 구하리' 다 허물어진 콘크리트 벽을 뒤덮은 넝쿨을 헤집자 익숙한 문자가 보였다. 검은색 스프레이로 누군가 휘갈겨 쓴 메시지였다. 박문대는 자신의 것이 아닌 필체를 본 게 언제 적이었는지 가늠해 보았다. 세상이 이 꼴이 나고부터 박문대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읊으며 놓지 않으려던 편지가 마지막이었던가. 목숨처럼 품어
* 포타 재업* 2010년 배경 그날 이후 선아현과 나는 관습이나 의식처럼 서로를 찾았다. 주로 그 애의 교실이나 내 집, 아니 집이라 하기도 뭣한 좁은 원룸에서 몸을 섞었다. 선아현은 종종 부모님께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는 전화를 넣고 내 집에서 밤을 보냈다. 그 애의 부모님은 새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에 금지옥엽 키운 아들의 외박을 순순히 허락
* 포타 재업 * 2010년 배경 나는 문턱을 넘어 교실로 발을 디뎠다. 선아현은 그제야 드러난 맨몸이 부끄럽다는 것을 자각이라도 한 듯 목까지 빨갛게 물을 들였다. 어쩔 줄 몰라 방황하던 제 팔을 어정쩡하게 감싸며 시선을 떨어뜨리는 그 애를 보고 있자니 난잡했던 머리에 틈이 생겨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선아현은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
* 포타 재업 * 학교 폭력 소재 주의 * 2010년 배경 그 애한테서는 썩은 우유 냄새가 났다. 습기 가득한 더운 바람 덕에 썩은 내가 펜스 너머까지 실려왔다. 발치에 잔뜩 널브러진 우유 팩으로 보아하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던졌겠지. 젖은 하복 셔츠 아래로 발갛게 부어오른 그 애의 살갗이 비쳤다. 턱 끝을 따라 툭툭 떨어지는 하얀 액체가 그 애
* 포타 재업 3. 선아현의 머릿속에는 한때 자신이 병원에 가야 한다고 구역질을 할 정도로 믿지 않았던 박문대의 말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 떠보니 낯선 천장에, 다른 사람의 몸이었다고 했던가.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아닌 나무 재질의 책상이 보였다'는 게 선아현의 입장이었다. '분명 침대에 누워서 잤는데'라는 의문에 고개를 들어 올린
* 포타 재업* 강압적인 묘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이세진은 초록이 싫었다. 작년 즈음이었나. 창에 빼꼼히 보이던 초록이 걷잡을 수 없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한 게. 세진은 언젠가 저 초록이 자기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불행히도 이맘때, 그러니까 장마철이 되면 초록은 더 짙어졌다. 방 안 가득한 녹빛이 꼭 녹조가 잔뜩 낀 어느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