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이
여름은 끝났다. 지난 계절에 추억할 일은 없었다. 더위 속에 아가미를 벌리듯 호흡하는 나날은 숨 쉬는 것만으로 오멸의 날이었다. 다녀올게요. 태헌이 문간을 나서자 매미 시체가 발에 챘다. 한 철 구애 끝에 결실 없이 말라죽은 곤충은 개미떼가 들끓어 시커먼 덩어리로 남았다. 불에 탄 주검처럼.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시선을 두고 있다는 걸 깨달은 태헌이 걸음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 기분 이상해. 관두는 게 좋을 거야. 제이 잭슨은 여전히 웃음기 머금은 미소를 띠고 킬그레이브를 바라보았다. 킬그레이브는 못마땅한 신음을 내며 먼저 고개를 돌렸다. 제이는 키득거리며 쿠션을 끌어안았다. 남자는 무시하는 데 소질이 없었고 얼마 후 다시 몸을 돌렸다. 망할,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나도 좀 알자. 아냐, 별거 아냐.
배신자. 그게 남자가 하루 만에 여자에게 꺼낸 첫마디였다. 이전의 그라면 해본 적 없는 짓이다. 숱한 행적과 기이한 습관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의 자신이 하는 일을 악취미라고 부를 거다. 여자는 말이 없다. 남자는 바이올렛색 벨벳 소파를 손끝으로 긁다가 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짚는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내려와 손등에 닿았다. 넌 내 곁에 머무르겠다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