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이
여름은 끝났다. 지난 계절에 추억할 일은 없었다. 더위 속에 아가미를 벌리듯 호흡하는 나날은 숨 쉬는 것만으로 오멸의 날이었다. 다녀올게요. 태헌이 문간을 나서자 매미 시체가 발에 챘다. 한 철 구애 끝에 결실 없이 말라죽은 곤충은 개미떼가 들끓어 시커먼 덩어리로 남았다. 불에 탄 주검처럼.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시선을 두고 있다는 걸 깨달은 태헌이 걸음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 기분 이상해. 관두는 게 좋을 거야. 제이 잭슨은 여전히 웃음기 머금은 미소를 띠고 킬그레이브를 바라보았다. 킬그레이브는 못마땅한 신음을 내며 먼저 고개를 돌렸다. 제이는 키득거리며 쿠션을 끌어안았다. 남자는 무시하는 데 소질이 없었고 얼마 후 다시 몸을 돌렸다. 망할,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나도 좀 알자. 아냐, 별거 아냐.
그날 본 야경은 과연 아름다웠다. 루시엔의 낙마를 막기 위해 밧줄을 칭칭 동여맨 채 말을 타야 했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었지만 적어도 한 명은 문제 삼지 않았다. 너울지는 광막한 오색 커튼 아래 천지를 덮어쓴 그들은 발밑이 진동하도록 우짖어대는 폭포에 하늘의 빛이 섞여 드는 것을 보았다. 태양이 밤에 보낸 연서는 그런 색이었다. 사방을 둘러치는 빛의 파도.
아이슬란드의 물은 치명적이며 처염하다. 물살이 한 번 돌아 굽이치면 물안개가 일어 거대한 바위에 한 겹 흠을 내며 우르르 쏟아진다. 파도는 몸을 일으키며 물러서고 다시 온몸을 부딪쳐 바위를 깎는다. 폭포는 용맹한 물살에 굉음을 더하며 낙하하여 물은 서로를 온몸으로 부둥켜안고 서로와 온몸으로 맞서 싸운다. 그 격렬한 화해의 풍경을 홀몸으로 관조하노라면 근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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