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비
미즈이코
4월의 이상 고온이 멈추지 않았다. 7월이나 8월쯤 되어야 할 것 같은 기온의 상승 질주에 때 이르게 옷장 안을 정리하여 여름옷을 채워 넣어야 했다. 올해 얼마 입지 못한 봄가을의 옷은 리빙박스 안에 차곡차곡 개어 넣어 놓고, 여름 난방은 옷걸이에 걸어 손 뻗으면 닿는 옷걸이 봉에 하나하나 걸어놓는다. 옷장 안은 깔끔하니 의외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는 집안으
“―가 죽었대. 자기 대원을 지키다가.” 어느 때고 그 말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 때고. 아무 말도. 제3차 미카도시 대규모 침공. 정규 대원 중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4월. 사망자는 대장급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였고 그 이유도 다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무턱대고 무모하게 적에게 덤벼들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 정도 분별도 없
학교 근처 카페에선 격월에 한 번씩 사장님의 신작 파르페가 출시되었다. 두 달에 한 번이라고 해도 신메뉴를 구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진대 가게의 자부심을 걸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장님의 기개는 가히 감동적이라, 예고된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기대하며 기다리지 않는 법을 이코마는 도통 익힐 수가 없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알게 된 카페였다. 입학식에 참
7 사람이 아닌 것이 당연한, 그리고 분명한. 사람으로 칭해서는 분별을 잃고 마는 환상, 환청, 환후. 그 주제에 반대로 옷깃을 여미고, 목은 흰 깃으로 빈틈없이 감싼 그것. 눈을 감아 보지 않으면 그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꼭 산 사람처럼 굴지만, 내려간 앞머리를 파득 올라간 어깨 따라 흔들며 평소처럼 대꾸하기나 하지만, 뇌 내의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니
4 구 카자마 부대, 현 우타가와 부대의 유일한 중학생 대원 스즈이 미나토는 작전실로 가져온 수학 숙제의 남은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다 이윽고 긴 한숨을 내쉬며 문제지 위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그러다 벌떡 고개를 쳐들었다. 이따가 저도 가면 안 돼요? 그에 키쿠치하라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채로 대꾸했다. 숙제 있다며. 잘하면 그전까
* 폭력성, 잔인성, 사망 소재 주의 1 ‘트리온체니까 걱정하지 마’ 같은 말을 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먹혀들지도 않을 거짓말이거니와 거짓말에 익숙하거나 능숙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에게 그런 기대는 걸 수 없었다. 앞서 그를 움직이게 한 행동 원리는 타당했으니 베일 아웃이 동작하지 않아 그 자리 그대로 전투체가 해제된 자신 외엔 그의 동기가 될 자가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