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반 / 부산조] 믿음

부제 ;; 세상에는 믿어야만 하는 것들이 있어 {미스터리 수사반 공룡 덕개}

“공...경장님.”

“어 그래 덕개야.”

평화로운 어느 가을 아침이었다. 자못 서늘해진 가을의 산들바람이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 잎들로 바닥을 꾸미는- 그런 날이었다. 이런 가을 한복판에 대한민국 성화시에 위치한 경찰서의 한 사무실에는 두 명의 형사들이 있었다. 한 명은 무거운 주황색의 머리칼을 가진 미스터리 수사반 소속 덕개 경장, 다른 한 명은 갈색 머리에 초록빛 광채가 나는 눈을 가진 덕개 경장의 사수, 공룡 경장이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야근을 한 그들만이 미수반의 사무실을 지킨다. 바닥에 연한 갈색의 믹스 커피 자국이 남은 종이컵들이 휴지통에 즐비한다. 벽에 달린 시계는 째깍이며 돌아갔고, 공경장의 손에서 휙휙 돌아가지는 펜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조용하고 한적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그런 공경장의 앞에는 생각에 잠긴 듯한 덕경장이 있다.

과연 그에게 자신은 무엇일까. 그는 이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그와 자신은 어떤 관계지? 모든 것을 정의 내리고 정리하는 그의 사수는 벌써 알아냈을까. 그는 두렵다. 그에게 자신은 그저 비즈니스적인 관계일까 봐. 그는 두렵다. 그에게 자신은 그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 일뿐일까 봐. 처음에는 반강제로 그와 친해진 그였지만 그는 이제 그에게 의지한다. 그는 그에게 사수보다는 더욱 강한 존재이며, 그의 정신적 지지대이다. 그가 만약 그들 사이의 관계를 정의 내리지 못해 그저 무시할까 봐 무섭다. 언젠가 떠나갈 관계로 생각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는지 두렵다.

조금, 아니 많이 긴장하는 듯해 보이는 한 경장이 다른 경장에게 말을 꺼낸다. 깊이 고민하던 생각을 그는 꺼낸다. 그는 거의 두렵기까지 하다. 그의 대답이 오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원하지 않는다. 분위기와 대조적인 가벼운 산들바람이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와 경장들의 머리를 흩뜨리곤 떠난다. 프릴 같은 커튼이 아름답게 펄럭인다. 마냥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가을 아침이었다. 덕경장이 이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할 정도로 놀랍도록 완벽한 평온이었다.

“우리 덕경장 그것 때문에 계속 죽상이었던 거야?”

“ㅈ 죽상이라뇨! 전 심각해요!”

“아후 이러니까 내가 사수이고 넌 부사수인거야.”

“아니 왜 갑자기 그 얘기가 나와요.”

그가 말을 돌리는 것 같아 불안하다. 그때 아직 웃음을 얼굴에서 거두지 못했던 공룡은 짧게 숨을 내쉬더니 이내 대답을 해준다.

“덕개야. 세상에는 정의 내리지 않아도 존재하는 게 있어.”

다행이었다. 그때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왜 백과사전이라는 능력을 잘 다루는지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것은.

믿음은... 정의 내리지 않아도 된다. 역시 그 다운 답변이었고, 그 다운 생각이었고, 그래서 그는 믿음이 더욱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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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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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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