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백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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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렇게까지 좋아할 생각은 없었는데.’ 는 입덕 부정기를 거치고 나서 절로 찾게 되는 단골 대사다. 올해는 평온하게 기존 우물만 파내려 갈 줄 알았는데 웬걸, 도스테가 내게 그런 작품이 되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도검남사의 체계를 알아갈 수 있었던 <허전>. 취향인 캐릭터들과 이야기가 버무려져 만족스럽게 봤던 <의전>. 실제 역사적 장소를 바탕으로
“지각인데……!” 덜 닫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잠이 깨서 비몽사몽으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가 이제 막 8에서 9로 넘어가는 숫자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 분명 알람을 맞춰두고 잤는데 울리지 않은 건지 혹은 못 들은 건지 불티나게 몰려드는 온갖 생각을 되는 대로 곱씹으며 다급하게 일어나려다가, 시간과 함께 화면에 표시된 날짜를 떠올려 보곤 그
“바쁜데 미안해.” “아냐, 일 다 끝내서 괜찮아.” “문 닫을 시간인데 깨워도 일어나질 않아서….” 안달복달한 얼굴을 조금 펴며 나를 데리고 들어선 점장은 작게 한숨을 쉬며 앞치마에 마른 손을 닦았다. 반듯했던 검은 천에는 어찌 수습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이 상황을 도와줄 이가 생겼다는 안도와 내게 수고를 끼쳐 편치만은 못한 마음이 동시에 묻으며 살짝 구겨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응, 전혀.” 소녀는 내가 무섭지 않나 보다. 놀이기구를 찾아 떠도는 인파로부터 내게 다가온 사람이야 여럿 있었지만 다들 어색하게 미소란 가면만 쓰고 사라지던데. 아까부터 귀찮을 정도로 꾸준히 이것저것 물어온다. “으으음, 그럼 먼저 부모님을 찾으러 가볼까요? 아, 나는 아사히라고 해요.” 부드럽게 물결치는 긴 머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