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가 아니었던 시절의 경위

쪄뱅온。 by 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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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래가 그렇게 설명 가능한 방식으로만 꾸려지는 건 아니라서. 무의식 중에 쌓여온 인상, 삶에 대한 반발, 미래에 대한 고민, 그런 걸로 축적된 막연함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듦.

직업이라는 게 결국 내가 무엇을 해나갈 것인가. 잖아.

근데 경위한테 꿈은 없었을 것 같고, 학창시절의 끝자락에 서면 자연히 하게 되는 ’뭐가 될까‘ 하는 고민에도 이렇다할 답은 없었고, 그러나 어쨌든 계속 살아갈 거라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낫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어서.

그러나 가족들 중에선 누구도 그걸 원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한 채로. 따라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러나 누구에게도 허락 받을 생각 없이. 조용한 저항을 시작했을 수도 있겠다 싶음.

어쨌든 경위가 가족의 바깥을 크게 도는 삶을, 그래서 또래들 사이를 평범히 섞여 가는 와중에도 일면 관조적이고 유리된 시야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그냥 그렇게 조용했을 것 같음. 조용히 시작해서 조용히 끝을 맺기. 이때의 끝은 가족에게 경찰대 합격 사실을 통보하고 그대로 집을 나오는 것 ← 이었을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해보면 경위의 자기 관철은 생각보다 더 오래됐을 수도 있겠다 싶음. 사실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어느정도 내재되어 있던 삶의 태도 ·· 일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러나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웃기도 떠들기도 하며 살아왔을 것 같음. 자신의 힘으로. 어떤 거대한 범주의 공통 가치 ← 같은 것을 추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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