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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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iwa_jeyeon CM 여름밤의 약속 알타이르, 데네브, 베가. 별들이 만드는 대 삼각형이 하늘에 자리하고 있던 여름밤. 가정초대회가 있었던 체이서 저택은 늦은 시간까지 낮처럼 밝았다. 가정초대회라고 하기에는, 체이서 가족과 절친한 사이인 이브넘 가족만 초
오늘이다. 오늘은 결단을 내려야한다. 준비는 끝났다. 커다란 침대 위에서 배우자와 뒹굴거리며 나른한 한때를 보내던 사쿠야 스칼렛은 벌떡 일어나 눈을 껌뻑이며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배우자에게 말했다. "나가자.""어디를?" 사쿠야를 따라 상체를 일으키며 베인이 의문을 표했다. 굳이?라는 뒷말이 하지 않아도 들려오는 것 같다. "어디든. 너, 여기에 있으
최근 티르코네일에서 뜨거운 이야기 주제라면 단연 연애였다. 안타깝게도 트레보의 딜리스를 향한 절절한 순애보나, 노라를 향한 말콤의 오랜 짝사랑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을 밖에서야 에린을 구한 영웅이니 뭐니 해도 티르코네일에서는 밀을 베다가 실수하거나 낚시를 하다가도 번번히 놓치곤 하는 옆집 오빠이자 청년인 사쿠야 스칼렛과, 이주해 온 지는 얼마 되
오랜만에 티르네코일로 돌아와 던컨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촌장의 집으로 향하던 사쿠야 스칼렛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처음보는 누군가가 던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일레흐 왕국에 속하지 않는 자치구인 티르코네일은 폐쇄적이라면 폐쇄적인 곳이라, 마을 구성원이 변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처음보는 자의 얼굴, 그래, 그것이 문제였다
"너...왜 나를 그렇게 쳐다봐?" 물론 그의 배우자가-정식으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약식으로 둘만의 맹세는 했으므로, 분명 그는 사쿠야의 배우자였다-하릴없이 사쿠야를 바라보기만 하는 게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그정도가 심했다. "그대가 취미를 좀 가져보라고 하질 않았나. 나름대로 요즘 밀레시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티르코네일의 '베인'은 의외로 규칙적이고 성실한 생활루틴의 소유자였다. 잠을 자는지 자지 않는지-물론 다난인 만큼 수면을 취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쿠야 몫의 아침식사까지 준비한다. 아침잠이 많은 사쿠야를 어르고 달래 식탁 앞에 앉히고는, 아침을 먹어야 하루가 원만히 굴러가는 법이라며 감자스프를 크게 한술 떠서 사쿠야의 입가에 가져다
챙강, 하고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노아는 양손에 든 검을 교차하여 저를 향해 쇄도하는 대검을 막아냈다. '여긴 안 되는데...' 스스로가 서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눈치챈 노아는 상대의 주의를 돌려 장소를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불행하게도 그녀보다 상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나와 검을 맞대고 있는데, 한눈을 팔 여유가 있나?" 이윽고 주
집 떠나면 고생이다. 선조의 지혜가 담긴 격언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겐이치는 저를 향해 쇄도해오는 나뭇가지를 간신히 피하며 가쁜 숨을 헉헉 내쉬었다. 등판을 흠뻑 적신 땀은 금세 식어 서늘하게마저 느껴졌다. 겐이치에게 아주 잠깐의 숨을 돌릴 여유를 준 상태는 다시금 손에 든 나뭇가지를 겐이치에게 휘둘러댔다. 겐이치는 필사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을 느끼며 소파에 눕듯이 앉아-누군가는 척추 수술 1800만원을 외칠지 모르는 일이지만 밀레시안은 환생을 하면 되는 일이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던 사쿠야 스칼렛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잔소리를 들을까 허리를 세워 고쳐앉았다. "그대." "오래 걸렸네~ 어디 새 옷 입은 것 좀 보자."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휙 돌
봄꽃이 만개하기 시작하는 3월. 상점가에 자리한 꽃집 부케는 평일 오후 답게, 좋게 말하면 여유롭고 평화로웠고 나쁘게 말하면 한산하고 손님이 없었다. 하긴, 길거리만 걸어도 꽃이 핀 나무들이 잔뜩 팔을 흔들고 있는데다가, 졸업식과 달리 입학식 시즌에는 꽃다발을 선물하는 일도 드물기 때문에 손님이 없는 게 당연하긴 했다.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아엘라스 헬더는 약초상이다. 정확히는 에일레흐 왕국 북쪽에 위치한 대공령에 자리한 상점가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약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엘프 약초상이다. 그런 그는 지금 평소에 입던 초록빛이 도는 편한 작업복이 아니라 각이 잡힌 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 조끼로 이루어진 집사복을 입고 대공저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진짜 크네...큰만큼 사용인도 많을
빈센트 체이서는 본디 겁이 없는 성정이라, 긴장과 불안이 제 생의 동반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이전에 해본 바가 없었다. 그는 얻어내는 이였고, 빼앗는 이였으며, 짓밟히면 아득바득 붙들어 물어뜯는 이였다. 그러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름을 나란히 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제 눈앞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매번 행복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기 마련이다. 린다는 평소와 다른 무게감이 양 옆에서 제 몸을 누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새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아침임은 분명했다. 다만, 평소라면 이미 걷혀있을 커튼이 아직도 창문을 가리고 있은 것을 보고서야 간밤에 상황이 벌어졌는지 떠올린 그는 아직 곤히
빈센트의 왼손은 여전히 린다의 왼쪽 발을 붙들고 있었다. 그는 린다를 올려다보다가, 그녀의 왼손 손가락 끝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어나갔다. 그 입술의 뜨거움이 제 피부에 닿을 때면, 린다는 제 체온이 낮은 걸까, 그의 체온이 높은 걸까 하는 시답잖은 고민을 하곤 한다. 이윽고 빈센트가 린다의 손목 안쪽을 입술로 살짝 물었다가 놓았을 때, 진한 웃
고작 2년을 함께 살아보겠다고 그 모든 일들이 있었던 건지.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올린 린다는 비적비적 몸을 일으켰다. 추운데 춥지않아. 어두운데 어둡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더라. 무슨 일이 있었더라...무의미하게 옮겨지던 시선에 여느 때보다 창백한 얼굴로 눈도 감지 못한 제 남편의 얼굴이 들어왔을 때에서야 기억이 났다. 괴물이 들어왔었지. 비명소리랑,
365일의 핼러윈(순한맛) 린다,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요? 왜. 그날도 핼로윈이었잖아요. 친구들이 파티에 가장하고 갈 거라고 잔뜩 들떠서 나도 했었는데. 왜 그거 있잖아요. 팬텀.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하얀 가면을 쓰고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아, 기억나요? 맞아요. 왁스로 머리 넘기고, 빨간 장미도 하나 들고. 준비할 때는 정말 별 생
때는 늦은 한밤 중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서재로 향하던 린다는 살짝 열린 응접실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사용인들도 모두 잠든 밤, 응접실에 있을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었으므로 무슨 일인가 싶어 린다는 조심스럽게 응접실 문을 열었다. 의자에 앉아 무언가 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린다가 천천히 소
야마다 겐이치는 형사다. 정확히는 일본 경찰청 소속의 경찰이자 UGN에 협력하는 일리걸이다. 직업 하나만 있어도 일하느라 정신이 없을 현대 사회에서, 투잡, 그것도 하나는 표면상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을 영위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야마다 겐이치는 일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형사로, 레니게이드 관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일리걸로 성
겐이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들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아엘라스는 생각한다. 그것은 스스로의 말주변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눈처럼 흩뿌려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소한 한 두 마디를 나눈 것을 내내 기억한다. 멀리서 뒷모습만 봐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늘 깊게 생각하고
계절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사랑은 계절이 자나갔음에도 한결같았다. 뜨뜻미지근하게 애매한 관계로 보냈던 봄. 겐이치가 고백해 온 여름. 아엘라스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감정에 겐이치의 고백이 닿자, 이름없던 마음에도 이름이 생겼다. 그리하여 여전히 아엘라스가 여전히 사랑을 느끼는 가을. 겐이치의 눈빛이, 목소리가, 스쳐가는 손짓 하나조차 당신을 사랑
"이 저택을 나갈까해." 가볍게 던져진 말이었지만, 그 말이 가져온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막 스테이크를 썰어 삼키고 있던 노아는 입 안에 있던 음식을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키고 말았고, 컵에 물을 따르던 일레이시아는 그만 물병을 놓치고 말았으며, 막 양손으로 식기를 집어들었던 유미너리는 왼손에 들었던 포크를 식탁 밑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