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내가 초능력자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꼬맹이가 고백하면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지을 만한 깜찍한 상상이겠지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건 망상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을 일으킬 만한 일이 된다. 다행히 나는 이런 생각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내가 현실적이고 똑부러진 어린이라고 생
나는 생각했다. 사실 그러면 안 됐다. 왜 안 되냐면. 아,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다 말할 수 없다. 어떤 것부터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 요점만 말하자면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는 이곳에, 이동혁과 덩그러니 앉아있다. 나는 그게 너무 억울하고 원통했다. “야. 삐졌냐?” “말 걸지 마.” “그러니까 왜 삐지고 그
0. 집에 돌아가고 싶어. 왜? 거기엔 네가 없잖아. 악의 없는 말투로 고백하며 인준은 안경다리를 접어 안경집에 집어넣었다. 곧이어 피곤한 듯 두 손등이 눈두덩을 문지른다. 날렵해진 턱선과 각질이 일어난 선 고운 입술이 흐릿한 시야에 들어찼다 사라지고, 손은 단정히 이불자락 위로 도로 놓인다. 그 위에 푸르게 자리 잡은 점. 동혁은 그 희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