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오는 명헌과 사귀기로 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럴 만한 순간에, 그럴 만한 이유를 대어, 그럴듯한 고백을 했고, 이도 저도 아닌 대답과, 귀에 새겨지듯 확실한 소리를 돌려받았다. 주고받은 것의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은 그러하였다. 고등학교 동급생에게 고백하게 된 경위는 달리 없었다. 첫마디와 같이, 그럴 만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