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지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도, 내 곁에는 긍지가 있었다. 광월한 이 영구동토는 그 외에 무엇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긍지를 지키며 쭉 살아왔다. 남에게 깔보이지 않고, 항상 올려다보는 상대가 되도록. 힘의 차이를 보이고 모든 것을 굴복시켰다. 그런데 어느 날 바보 같은 아이를 만났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앞에 몸을 숙여서 예의 바르게 굴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