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가쿠텐 89

89EUN10N by 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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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추위가 덧대어진 계절이다. 모처럼 홀로 나선 스케줄을 모두 마치고 세 사람이 함께 지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어서 와. 평소와 달리 한 사람 분의 목소리만 돌아온다. 신발을 벗어 정리하며 거실로 들어선다.

답지 않게 쭈뼛대는 듯한 행동에 소파에 앉아 있던 텐이 의아하다는 시선을 던진다. 괜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매하게 시선을 돌린 채 묻는다.

“류는?”

“니카이도와 술 약속. 늦는댔어.”

“아, 그러냐.”

줄곧 코트 주머니에 밀어 넣었던 손을 간신히 빼낸다. 검은 가죽 장갑에 감싸인 손 위로 선물용으로 포장된 작은 케이스 하나가 올라가 있다. 이건 뭐야? 텐이 묻는다. 느리게 시선을 올린다. 대답하기 전까지 좀처럼 물리지 않을 듯한 시선에 가쿠가 나직하게 답했다.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 실내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답지 않은 행동을 한 데에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구분은 되지 않았으나 텐이 빙그레 미소를 드리운다.

“야오토메 주니어, 귀여운 구석이 있네.”

“시끄러워.”

쇼케이스에 진열되어 있는 초커는 평소 무대에 오를 때나 할 법한 화려한 디자인이었으나 감사하다며 배웅하는 점원의 인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가쿠의 손에는 케이스 하나가 놓인 뒤였다. 충동에 가까운 행동이었으나 별달리 무거운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텐이 착용하면 잘 어울릴 게 분명했으며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의식을 건져 와 눈앞에 서 있는 이에게 시선을 건네면 물끄러미 바라보는 텐이 있다. 내민 선물을 받아 들지도, 거절하지도 않은 채 한참 바라보기만 할 뿐. 의중을 알 수 없어 슬그머니 손을 물린다.

“차라리 말이라도 해라. 알았어, 도로 환불하고…….”

“가쿠.”

아무렇지 않은 양 잇던 말을 뚝 끊은 부름에 반응하듯 눈을 한 번 끔벅인다.

“그거, 들고만 있을 거야?”

익숙한 목소리로 떨어지는 문장이 곧장 뇌로 스며들지 않는다. 얼 빠진 소리를 내자 직접 해 달라는 듯 성큼 다가와 돌아선다. 목덜미를 살풋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제 손으로 걷으며 기다린다.

여지껏 코트조차 벗지 못하고 서 있던 가쿠는 그제야 포장을 풀어 케이스를 열어 낸다. 그 목 위에 얹으면 꼭 어울릴 거라 생각한 초커를 조심스레 꺼내 두르기 위해 팔을 움직인다. 하얀 벨벳 소재의 천으로 된 초커가 목을 감싸고, 고리를 건다. 잠시 멈추어 있던 가쿠가 텐의 허리를 조심스레 붙잡더니 초커 위로, 목덜미에 정중히 입술을 내린다.

텐이 허리 위로 올라와 있는 손을 천천히 물러 내고 등을 돌려 눈을 마주한다. 그러나 이 행동이 달갑지 않아 물러 내는 듯보이지는 않았다.

“고마워, 가쿠.”

날 위해 준비한 물건이지? 문장이 사이사이 쓰며든다. 동시에 아이처럼 말갛게 웃는 모습에 가쿠는 별 이유 없이 산 물건이라는 말이 제 스스로 무심코 거짓을 고한 게 아닐까 떠올린다. 어쩌면, 이 미소를 원해 행한 일일지 모른다 생각하고 만다.

아주 오래 전부터 너를 돕고 싶다고 말한 고백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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