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공허
흐드러지게 핀 것이 죄다 매화였다. 흰 꽃 사이에서 A은 눈멀 듯이 황홀을 느꼈다. 꽃이 이리도 만개하니 꼭 봄에 찾아온 눈 같습니다. 바닥 가득 깔린 꽃잎 위를 짧은 걸음으로 뛰어다니며 A은 양팔을 벌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눈이 팔랑거리니 마냥 즐거울 따름이었다. A은 움직이는 나무 같았다. 길게 늘어뜨린 갈색 머리칼이 얇은 가지처럼 휘날렸다. 다만
불이 나간 방 안은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눈을 뜨자마자 좁은 방 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바빴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 생각에는 이 모자가 좀 더 나은 것 같거든. 여자는 대꾸 대신 짧은 숨을 모아 뱉었다. 높은 서랍장 위에 얇게 쌓인 먼지가 몸을 들썩였다. 제대로 된 청소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던 거야. 깨금발을 든 채 검지로 먼지를
잠을 깬 건 오후가 반쯤 지나서였다. 점심 식사에도 저녁 식사에도 어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자리에 누운 자세 그대로 휴대전화를 집어 화면을 쓸었다. 수 개의 광고와 몇 개의 답장해야 할 물음들이 줄지어 선 알림창을 하나씩 지나치다 화면을 껐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기상 시간이 열 시인가, 네 시인가의 차이일 뿐. 한숨 쉬는 대신 몸을 일으켰
흘러나오는 노래는 분명 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전 한 시의 라디오. 잠이 오지 않아 머리맡에 지나가도록 두었던 지직대는 말소리 사이에 네가 불쑥 끼어들었다. 익숙한 이름을 아주 오랜만에 낯선 사람의 입으로 듣는다. 나는 일부러 궁금해한 적은 없는 너의 근황을 공교롭게도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알게 된다. 이어 들어본 적 있는 몇 밴드의 이름과 네가 속한
일반샘플
포스트 7개
관상샘플
포스트 3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