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돌/이화이] 사이비는 무림에 환생 했다2

그로부터, 19년 후…

졸립 by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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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마는 아이돌이 되었다(약칭, 천마돌)의 2차연성 썰 백업.

  • 스포일러성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이비X위화진X사이비

  • 1(https://penxle.com/nada/768338360)


무림에 태어난 지 19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사이비의 머리는 허리까지 길어져 머리를 묶는 아침이 하루의 시작이 되었고, 몸에 딱 맞게 입던 타이트한 정장보다 하늘하늘한 비단 천에 폭 넓은 소매에 익숙해진 지금. 사이비는 따분함을 느끼고 있다. 정마대전으로 인해, 밖은 비명과 혼란으로 시끄럽지만 마교내에서 천마님의 관심을 독차지하여 금지옥엽이 된 사이비는 난세와 거리가 멀었고, 자신을 안전한 곳에 둔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천마에 사이비는 그저 하염없이 천마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간동안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천마의 말에, 무공을 배워보기도 하였으나 어느정도 실력을 갖자 그것도 지겨워져 그만두었고, 근처 마을에 내려와 이것저것 사보는 행동들도 이전의 삶과 별 다를게 없어 금방 흥미가 떨어졌기에 그저 연못 근처에 서성이며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사이비의 유일한 낙이었다.

" 천마님은 언제 돌아오실려나요. "

연못속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사이비는 중얼 거렸다. 자신을 데리고다닐만도 한데, 여전히 천마의 눈에 어려보였는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만은 강경히 거부하는 천마에 사이비의 살짝 심통이 나기도 했었다. 애초에 자신이 무공을 배운 이유는, 천마님의 옆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인데 이렇게 보호받기만 하면… 도움 되는게 없지 않은가. 차라리 마교도에 들어갔으면 천마님과 함께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돌아와 옷 정비를 하고 있는 이에게 "천마님!" 하고 달려가면, 잠깐 멈칫 하였다가 갈아입어 문제 없음을 확인한 옷으로 자신을 안아주는 천마를 보며 사이비는 다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흉내를 내며 천마의 품에 안겨들었다. 다 자란 지금에도 언제나 못 받은 애정을 다 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이 좋았기에, 이런 행복을 놓칠 수 없어 천마님이 돌아올 곳이 되고자 한 발 물러난 사이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마 위화진을 기다리는 시간은 날이갈 수록 점점 길어져 사이비에게도 점점 시간을 보낼 곳을 찾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이거였다. 그러나 슬슬 연못의 물고기들을 보며 말을 거는 것도 이제는 질려 일어나볼까 하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근처에서 싸움이라도 일어난건지 시끄러운 소리에 사이비는 인상을 살폿 찌푸리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이곳에서 싸움을 일으키는 자들은 이제 없을텐데… 누가 이런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네요. "

사이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공을 펼치며, 연못가에서 벗어나 소란이 들리는 곳으로 향하였고 도착하자 보인것은 이미 싸움은 다 끝나 정리 된 것인지 한 사람을 두고 둘러싼 마교도들이 둥그렇게 모여있는 상황이었다. 사이비는 그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누군가 비집고 들어오자 시선을 돌리곤 자신을 발견한 마교도들은 물러나기 시작했고 아직 자신이 온 걸 모르는 마교도들은 여전히 한 사람의 앞에 둘러싸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저어기~ 무슨 일이죠? "

" 어떻게 할… 뭐야? "

" 음? "

자신보다 훨씬 덩치도, 키도 큰 마교도들 사이에서 뒷짐쥔채 생긋 웃으며 묻자 그제서야 시선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마교도에 사이비는 가볍게 손인사 하는 것으로 대신하곤, 마교도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자를 보기 위해 고개를 기웃거렸으나 제 시선을 가리는 손에 사이비는 자신의 시야를 가린이를 보고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뭐죠? "

" …볼 게 못 됩니다. "

허? 사이비는 어이 없다는 시선으로 제 시선을 가린 마교도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이내 표정을 갈무리 하곤 웃으며 말하였다.

" 제가 보지 못하는 것은 없을텐데요? "

사근한 목소리속 심기가 뒤틀린듯한 투에, 사이비의 뒤에 천마가 있다는 것을 아는 마교도는 고민에 빠진 듯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별 일 없을거라 여긴 듯,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마교도가 물러남과 동시에 보인 얼굴에 사이비는 순간, 표정을 일그러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앞에 있는 것은, 마교도들을 상대하느라 여기저기 다쳐 너덜해진 꼴로 포박되어있지만 익숙한…

" 일검군…? "

여기에서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제일검의 얼굴이었다. 전생의 제일검보다 덩치도 키도 조금 더 크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 여기저기 구르며 다쳐 꾀죄죄한 꼴이었지만 숨기지 못한 수려하고 화려한 미모는, 저 얼굴은… 틀림없는 자신이 잘 아는 제일검의 얼굴이었다. 어째서? 혼란스러움 사이로 작게 내뱉어진 사이비의 부름에 피에 감겨져있던 남자의 눈이 떠졌고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사이비는 마교도 틈에 빠르게 숨어버렸다. 자신이 왜 숨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얼핏 마주친 시선에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아릿해져 사이비는 도망치듯 몸을 숨긴 채 마저 입을 열었다.

" 저자는 누구죠? "

" 무림맹주… 입니다. "

" 무림… 맹주요? "

" 세간에서는 제일검이라 부르고 있죠. 큼…, 저런 실력을 가지고 제일검이라니 웃기지 않습니까? "

" 제일검은, 우리 천마님 이시지. "

" 그거야 당연한거 아냐? 킥킥. "

" 여기가 어딘데 혼자서 들이와가지곤, 미친 거 아닙니까?. "

이미 다 잡은 적이라 그런지 그의 앞에서 깔아내리며 비아냥 거리곤 발로 차는 등 품위없는 행동들에 사이비의 표정이 저절로 찌푸러지는 걸 감출 수 없게되자, 가지고 있던 부채를 펼쳐 얼굴을 가렸다. 무림맹주… 제일검, 익숙한 단어들을 곱씹으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죠? … 이 세계는 무슨 세계란 말인가요.

" …어떻게 할 거죠? "

" 그야…죽여야죠? 마교에 쳐들어온 이상 죽은 목숨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고… 하며 덧붙이며 저를 쳐다보는 마교도들의 시선에 사이비는 표정을 갈무리 하고선, 얼굴을 가렸던 부채를 탁 접고선 입을 열었다.

" 천마님은 알고계시나요? "

" 예? 그건… "

" 그럼, 지금 천마님의 명도 안 듣고 죽일 생각이었나요? 옥에 가두세요. "

" 네? "

" 저는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합니다. 천마님의 명이 오기 전까지 그를 옥에 가두세요. 죽여선 안 됩니다. "

그 말에 자신에게 불온한 시선을 보이는 자들이 있었으나,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를 긁적이며 의논하는 듯 싶더니 이내 말을 따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제일검을 닮은 제일검을 데리고 가는 마교도들이었다. 마교도에 끌려가면서 숨어 있던 사이비를 발견한 제일검의 눈동자가 일순간 살짝 커졌다가 감겼으나, 사이비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 한채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며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처소에 돌아온 사이비는 방을 청소하고 있던 이들을 모두 내보낸 뒤 그제서야 정갈히 묶었던 머리를 풀어내고선, 이리저리 방안을 돌아다녔다.

" …알 수가 없어요. 단순히 닮은 얼굴일까요… 아니면,"

천마님 처럼, 자신이 아는 그 제일검일까요? 여기서 익숙한 얼굴을 둘이나, 볼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기에 사이비는 혼란스러웠다.

이들 말고도 자신이 아는 얼굴들이 있을까, 제일검은 왜 혼자서 천마가 없는 틈을 타 마교에 쳐들어왔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보통 그정도 되는 직책이면 다같이 오거나, 천마의 앞에 나타지 않나? 주인없는 집을 터는 것이 아니라? 딱딱, 알 수 없는 상황에 사이비는 불안한 듯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 뜯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자신의 볼을 가볍게 짝, 내리치며 중얼거리다 고개를 절레였다.

" 곧, 천마님이 오시니. 천마님께 물어보면… "

… 이걸 어찌 물어본다 말인가. 저자가 누구냐고? 그럼 천마님은 말하겠지. 무림맹주의 제일검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원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저자가, 자신이 아는 그 제일검이 맞는지가 중요했고, 그걸 알아낼 방법은 자신이 직접 상대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듯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발걸음에 사이비는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감정은 전생에서도, 지금에서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휘말려 움직이지 못 하는 제 꼴이 웃겨 사이비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 보냈다.

"─저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확인하지 못 하는 걸까요."

사이비는 애써 감정을 진정시키며 마음을 도로 잡을때, 드르륵─ 하고 열리는 문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신의 처소 문을 이렇게 마음대로 열 수 있는 건 자신이 그렇게 기다리던 단 한 사람. 천마님 뿐이기에. 아까전의 혼란스러움은 어디갔냐는 듯 사이비는 말간웃음을 지으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쉽게 나아가지 못했던 발걸음을 옮겨 달려가기 시작했다.

" 천마님! "

달려간 그의 옷차림이 평소와 달리 흐트러져 있고, 짙은 혈 향이 나는 것을 품에 안기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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