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돌/이화이] 사이비는 무림에 환생 했다.

1군 아이돌을 키운 기획사 대표였던 내가 무림에선, 0살?!

졸립 by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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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마는 아이돌이 되었다(약칭, 천마돌)의 2차연성 썰 백업.

  • 스포일러성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이비는 제 죽음을 기억한다. 제 진명을 부르던 남자를 여전히 기억한다. 제 목을 망설이 없이 베어내던 자신의 신을 기억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자신을 따르는 건지 모를 아이를 기억한다 그럼 뭐하나, 자신은 다른 세계에 태어났는 걸. 사이비는 다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던 인생에 대해 막막해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많이 살았으면 뭐하나. 자신은 0살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직 살 날이 많다는 사실이, 사이비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만 살아도 되는데 말이죠….' 불행 중 다행인지, 사이비는 이번에도 유복한 집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위로 형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형이라는 사람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자신이 태어난지 1년, 가문이 멸 할때까지 형이라는 자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불길에 뒤덮인 집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익숙한 피비린내에 사이비는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거면 환생은 왜 한 건지 인생이란 참 알수가 없네요…' 사이비는 조용히. 그렇게 죽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검은 녹빛 머리를 가진 장발의 사내가 자신을 들어올리기 전까지 말이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매운 연기가 간지럽혔으나 사이비는 울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작은 손을 움직여 자신을 들어올린 사내의 손을 잡았다. 그 움직임에, 남자는 놀란 듯 흠칫 하였으나 그건 아이인 사이비 자신과, 남자 그 둘 밖에 모르는 사실 이었다. 흠칫한 사내의 행동에 사이비는 기쁜 듯 환한 웃음을 지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손만해 보이는 아이의 얼굴에 잡힌 맑은 웃음에 남자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불길. 알맞지 않은 상황들 속에서 이 아이는 현실을 알기나 할까, 자신을 보고 방긋 웃어보이는 아이에 남자는 홀린 듯, 아이를 품에 안아 들였다. 그 행동이 좋은 건지, 아이의 입에서 꺄르륵- 하고 비명사이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 좋으냐. 네 어미와 아비를 죽인 자의 품에 안긴 것을."

주변의 열기 때문인지, 빨갛게 익은 아이의 얼굴을 툭 건드리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아이는 웃음으로 대신 답하는 듯 하였다.

"… 좋으면, 나와 함께 하겠느냐."

아이가 답을 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연신 아이의 의사를 묻는 남자였다. 착각일까, 남자의 물음에 아이의 고개가 끄덕여진거 같은건, 자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 것 같음이. 남자도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왜 이아이를 데리고 가려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 절 보며, 웃는 아이의 목을 쳐낼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순간의 변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남자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사이비는, 환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신도 나를 가엾게 여기셨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몇 년간 이어져온 행복한 나날에 사이비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사이비에게 주변인들은 광놈이라 부르기도 하였지만 사이비는 신경쓰지 않았다. 

처음엔, 자신이 잘 못 본 줄 알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게 되면서 자신이 알던이와 똑같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다정하고 착한 자신의 신이었다… 다정한 그는 자신을 성심성의껏 키웠다. 

남자는 천마라는 호칭이 싫은 듯 자기를 다른 호칭으로, 혹은 이름으로 불러라 하였으나. 사이비는 고집센 아이를 흉내내며 천마님이라는 호칭을 계속해서 부르게 해달라고 하였다. 천마님. 천마님. 그리 부르면 이내 못 말린다는 듯 제 머리를 쓰담는 남자의 손길이 좋았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손임을 아나, 그게 뭐 대수인가? 전생의 자신은 직접 부모를 죽였는데 말이다. 

천마가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는 뒷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저를 보며 불쌍하다 손가락질 하거나, 킬킬거리며 비웃기도 하였으나 신경쓰지 않았다.

"천마님,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거라."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면 피곤한 얼굴을 숨기고 자신이 앉을 자리를 내어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좋았다.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자신이었지만 남자가 먹여주는 당과는 좋아 건내는 당과를 넙죽 받아 먹으면, 흘린 부스러기에 제 볼을 쓰담아주는 손길이 좋았다.

이 다정함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신을 보고 악신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다정하기 짝이 없는 신이니. 그런 자신의 이유모를 숭배에 남자는 거북한 듯한 기색을 보였으나 사이비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다는 듯이, 순진한 아이의 탈을 쓰는 일은 사이비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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