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데이] 언박싱 카나리아

새장에 갇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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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아…..”


“안 죽네.”


“….내…ㅎㅡ….마…”


“혀를 깨물어도 안 죽는 구나.”


신기하다는 듯 말하는 나구모. 웃는 나구모. 예쁜 나구모.


중성적인 나구모


그 애를 대신해서 총알을 맞았고, 그 애를 대신해서 칼에 찔렸다.


‘뭘 위해서?’


난 왜 빙의를 했지?


난 왜 이곳에 있지?



난 왜 감옥에 있을까.



'죽어!’



푹-



“…컥……….”


“아슬아슬 했어, 케이.”


넌 정말 쓸모가 있구나.



“….엿먹어….”


나는 나구모의 뭘 까.


나구모는 나의 뭘 까.


신을 만나지 않은 것도, 연구소를 가지 않은 것도 점점 희미해진다.


나구모는 학교에 다니고, 나는 그가 갈 때 오렌지 주스를 사달라고 한다.


‘겨우 그걸로 되겠어?’


이거 먹어.


몸에 좋아.



‘필요 없어.’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바빴다.


신은 어떻게 지낼 까, 나와 같은 심연을 만났을 까 생각해보다 그만둔다.


너무 많은 생각은 죽음이야.


나는 이제 지쳐가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고 점점 눈 안의 생기가 꺼질 때, 흔히 동태눈깔이 될 때, 나구모가 그런다.


‘우리 놀이공원 가자.’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탄다.



끼끽끽-하는 소리와 함께 롤러코스터가 내려간다.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언젠가 ‘친절한 솜사탕’에서 솜사탕을 판 게 기억나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피해!!!!!”


그래. 저렇게 이상한 양키가 날 향해 칼을 휘두를 때도, 나구모가 저렇게 놀란척을 한 것에 웃겨서 웃음이 나온다.



“우욱……”


쿨럭이는 나를 보고 양키가 말한다.


“살아있네.”


금발이 아닌 것에 안도한다. 시바님을 여기서 볼 필요는 없으니까.


유일한 낙은 블로그.


가지도 않은 맛집 후기를 올린다.


[안녕하세요~오늘 점메추 갑니다~><]


그러면 개새끼 이모티콘과 함께 시바님이 쪽지를 보낸다.


[이거 좋습니더]


선물은 전해주지 못했다고, 신상 턴거 아니라고 구구절절해도


[됐슴다]


라고 넘어간 시바님.



언젠가 만난 적 있다고, 미래에서 만난 적 있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모르겠다.


어느 새 나구모에 이끌려 갖은 일을 하고, 그 애가 통학하고 난 다음 고요함을 만끽한다.



‘평화롭네.’


벌써 죽어본지 508번째.


3년이 지난 것 같다.



몸에 대한 변화가 느껴지고, 스스로가 성인이 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섬세한 새끼.’


어디서 구해오는지, 나에게 맞는 옷들을 구해오는 나구모. 


한 달에 한 번 앓을 때 마다, 잠을 못이루는 나에게 자장가를 부른다.


필요 없는데.


‘네 얼굴만 봐도 잠 깨.’


‘좋네.’


그렇게 나랑 평생 있어.


‘…..’


‘왜 대답이 없어.’


네가 가쿠보다 더 한 놈이라서.


가쿠는 정신적으로 괴롭지 않아.


그럼 구피가 말한다.


‘꿈에서 본 너는 내가 필요했어.’



개소리.



난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어.


생존하고 싶은 게 다였지.





.

.

.



시간이 또 지나는 게 느껴진다. 어느 날 구피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오는 거다.


풀썩



‘이대로 있어. 5분만.’


그리고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후-하고 불 때 내가 움츠리는데, 눈물도 못흘리는 게 울지도 못하고 그러는 것에 이상한 감정이 든다.


네가 왜 울려고 그래


내가 울고 싶어


날 보내주지 않을 거잖아



계약은 언제까지나 네 마음대로였고, 시간이 지날대로 지나도 보내주지 않는 네가


울 자격이 있어?



그걸 알았는지, 나구모가 그런다.


‘이건 덜 신사적이었어. 그만 쉬어.’



인간 같은 표정에 약간의 희망이 든다. 


설마? 혹시?


얘가 날 보내줄까?


그러나 그 다음날, 다시 웃는 표정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일할 시간이야.'


그럼 그렇지.  이 돈 추종자.


‘이거 다 모아서 너 줄게.’


‘안 믿어.’


‘진짠데. 혹시 알아? 너 따라다니는 그 은발머리도 죽일 수 있을지…..’


‘그럴 거면 지금 죽였겠지.’



게다가, 넌 걔랑 나중에 대립하는데 걔가 죽겠니?


아서라.


.

.

.

다시 성인의 나이가 될 무렵, 구피가 장미 다발을 내밀었다.


‘노란 장미는 기적이래.’


아직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필요 없어. 계약서 내놔.’


성인 됐잖아.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구피는 내게 무거운 수트케이스를 건넨다.


‘이게 뭔데.’


‘그동안 모은 돈.’


‘……정말? 나 준다고?’


‘그래. 대신….’


‘아, 그럼 그렇지. 네가 대가 없이 줄리가 없지. 이번엔 또 뭐니?’


대체 몇 번을 죽어줘야 계약이 없어질 건지.


이쯤 되면 알카마르와 만나도 곱게 죽어줄 마음이 있었다.


구피때문에 죽는 거랑, 그 악동들한테 죽는 거랑 무엇이 다르단 거야.


상대만 다를 뿐, 죽는 건 똑같은데.



내가 툴툴대자 구피는 애교있게 말한다. 다 큰 성인이 애교떠니 징그럽다. 그런데 귀엽다고 생각하는 나 또한 짜증난다.



‘케이….’


‘실실대지 말고 말해.’


‘나랑 반지 맞추자.’


‘반지?’



웬 반지.



얼떨결에 걔가 잡는 손에 이끌려 반지를 보게 된다.


‘손님, 로즈 골드는 어떠신가요?’


‘좋네요. 그걸로 하죠.’



‘자, 잠깐만요. 저….야,'


‘왜?’


가격이 심상치 않았고, 그걸 고집스럽게 내 손가락에 끼워주고 계산까지 하는 구피가 심상치 않았다.



결국 반지를 빼지도 못하고 가게를 나왔다.


‘영수증, 영수증 줘봐.’


‘어라- 미안. 영수증 보는 타입인 줄 모르고 버렸는데….’


‘이…이…거짓말쟁이!’


‘하하-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거야? 그래도 이정도면 발전한 거겠지….’


‘뭐라는 거야! 빨리 반지나 환불하고 와!’


다이아몬드 캐럿이 어찌나 부담스러운지….그러나 막상 빼면 어떤 일이 있을지 몰랐다.



‘뭔 생각이야 이자식.’


“케이, 저거 보러가자. 보니 앤 클라이드래. 우리 같지 않아?”


“….난 기관총에 맞아 죽고 싶지 않은데.”


“무슨 걱정이야. 내가 막아줄텐데.”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 말을 해.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나라면 널 막아줘도 살아남겠지만-윽! 뭐해!”


갑자기 나구모가 턱에 대고 촉 촉 입술을 갖다 댔다. 


종종 그 애가 키스 연습 하자고 꼬실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걸 겨우 부정했지만, 그리고 왜! 나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케이. 네가 그런 말을 할 때 사랑을 믿을 것 같아.”


“……넌 사랑을 모르잖아.”


“맞아. 그래도 괜찮지 않아? 적어도 난….”


그 '은발' 보다 인정 할 줄 아니까.



따끔-



“……”


“아직도 악몽을 꾸는 거 알아. 그때 마다 내 방에 들어오라고 했는데….”


한 번도 나한테 오지 않았지. 연락도 안하고.



“야, 네가 그 암살자 그득한 학교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전화 하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럼 지금은 올 수 있다는 얘기네.”


손을 잡은 게 더 꽉 잡혔다.


“…..오늘이 생일이라고 해서 여길 데려온 건데….


성인이 될 걸 축하해, 케이.



성인이 되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다 해서 이 세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난…왜 이곳에 있는 건지도 모른 체 갇혀 있다.


종교도 버리고, 가족도 버렸다.


성호를 긋지 않은 것도 몇 년 째.


내 머릿속에 누군가의 말이 들린다.


[성적 부도덕, 더러움, 무절제한 성욕, 해로운 욕망, 탐욕과 관련해 땅에 속한 몸의 지체를 죽이고….골로세서3:5]


피식



“구피야.”


“응?”


예쁘게 웃는 구피.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작게 속삭였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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