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데이] 언박싱 카나리아 11

원수

https://www.youtube.com/watch?v=VXMiWzZNv_Y

"여기가 네 방이야?"

"응. 네 집 처럼 편하게 있어."

책상에는 액자들이 많았다.

액자들이 그렇게 많았지만, 나구모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날 왜 여기로 데려왔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말해. 그리고 날 무사히 보낸다고 약속해줘.”


“…….”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죽어버릴 거야.”


“연못에 있을 때 처럼 말이지?”


“….그래.”


알카마르에 있을 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때 허공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꿈을 꾸는 나구모와 연결된 건 줄 정말 몰랐다.


이곳은 어떻게 된 세상일까. 내가 생각했던 현실이 아닌 것만 같다. 애초에 만화책에 빙의 된 게 맞는 걸까.


나구모는 내가 죽는다고 해도 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럼 그렇지. 암살자에게 정의는 없다. 암살자에게 동정을 바랄 순 없는 거다.


가쿠 처럼 날 죽여보라지. 내가 곱게 죽어주나.


“너, 우리 가문에서 탐나는 인재가 될 것 같은데?”


“기껏 생각한 게 그거니. 더 좋은 걸 생각해봐, 나구삐.”


“….그렇게 부르지마.”


“왜? 가족과 떨어져서, 그 라멘 가게 아저씨가 네 부모 같아졌어? 정말 그런 거야?”


하지만 기억해.


그 사람은 네 실체를 아는 순간 실망하고 말 거니까.


“…꽤 말투가 날카롭네. 블로그에도 그렇게 쓰지 그랬어. 아니면….그 양키랑 만나는 것도 걱정하지 않았을텐데.”


“뭐?”


너, 내거 해킹한 거야?


“아니. 네가 처음 가입 했을 때 부터 내가 널 구독했어.”


그 회사 지분, 우리 부모님이 갖고 있거든.


“…….”


“놀랐나보네.”


“그래.”


나는 피곤해졌다. 가쿠 처럼 날 죽이는 것도, 토라마루 처럼 날 흥미롭게 쳐다보는 것만도 아닌 이 호기심 괴물이 버겨웠다.


긴장감이 어색한 나머지 그의 눈을 바라봤다.


‘아’


심연이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검은 색만 보였다.


생각 보다, ‘검은색’ 세 글자가 떠다니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생각하고 말하는 타입이 아니어도 그렇지, 저렇게 큰 심연에 삼켜진다면…


난 죽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뭘 물어보고 싶니.”


“모든 것.”


“모든 것?”


“그래.”


네 이야기 부터 시작하자. 그 전에,



꾹-


“악!”


“도장 찍었어. 우리는 계약한 사이니까, 지켜야 해.”


널 안전하게 보낼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게 …뭔데.”


“계약서. 너와 난 동업자가 된 거야. 학교는….옮기지 않아도 돼.”


“내 의사는 하나도 없는 계약서를, 내가 받아들인다고 그게 되겠니.”


“왜 안되지?”


널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네 신변을 지켜준다는데.


“지금이라도 널 넘길 수 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그 대신 일하라고 하는 건데, 그게 나쁜 거야?”


네 동생도 지켜준다는데도?




“……넌 정말 동정심이 없구나. 스스로도 알고 있니?”


“하하,”


야.



“그랬으면 내가 널 구하지도 않았겠지.”


나 또한 여기 서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말하는 나구모의 얼굴은 너무나 슬픈 동시에 괘씸해서, 그만 그에게 말해버렸다.



“언젠가 내가 죽어도 다시 살아날 거라 믿는 애가 있어. 네가 그 애보다 더 후회할 거야.”


“아, 걔?”


너무 심했지. 여자 아이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니.



“난 그래도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그래서 질문이 뭐였는지 말해.”



그제서 나구모는 흡족스럽게 말했다.



“네가 얼마만큼 죽는지 확인해 본적 있어?”


“뭐?”


“없으면….내 옆에 있어줘.”


선택은 자유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한 자유는 선의의 거짓말이고, 계약서에 손이 찍힌 이상, 또 그가 변덕을 부릴 수 있는 우월한 입장인 이상 내 자유는 없었다고.


자유는 그저 단어일 뿐이었다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신이 보고 싶어.'


그러나 밖을 바라봤을 때, 노란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온통 하얀 세상 밖에는.



*****


xxxx년 xx월 xx일

원수를 사랑하라니요.

차라리 죽음을 사랑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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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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