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어느 병원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피를 볼 일이 달리 없으니까. 날이 밝고 나서야 의료계 밖에서도 눈치챈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병원은 패닉에 빠져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너무나 황당해서, 소문조차 빠르게 퍼지지 못한 이상 현상. 혈관에 피 대신 녹인 초콜릿이 흐른
벌어진 상처에서 갈색의 액체가 솟는다. 굳은 피의 갈색과는 다르다. 애당초 지금 막 솟은 피가 갈색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건 피라기엔 지나치게 끈적하고, 윤기가 흐르고, 그리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발렌타인데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 성 발렌타인의 순교를 기리느니 어쩌니 하지만 이미 상술로 변질된 지 오래다. 초콜릿 회사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