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쇼콜라 로맨틱 -해답편-
20240215
이변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어느 병원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피를 볼 일이 달리 없으니까. 날이 밝고 나서야 의료계 밖에서도 눈치챈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병원은 패닉에 빠져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너무나 황당해서, 소문조차 빠르게 퍼지지 못한 이상 현상.
혈관에 피 대신 녹인 초콜릿이 흐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제대로 붉은 피를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을 정도였으니까. 아니면 단순히 대부분의 초콜릿 피 소유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건지도 모르지. 이상하게도, 그들은 죽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산소 운반조차도 녹인 초콜릿은 수행할 수 없는 게 분명한데도.
상식에 어긋나는 초월적 현상.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오후가 되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료인들의 안내 영상이 SNS에서 퍼지며 혼란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니 이제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때다. 도대체 왜 피가 초콜릿으로 변했는가?
과학적인 원리를 따져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야 어떤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원리를 따져 보아도 혈액 전량이 한순간에 다른 액체로, 그것도 식품공학의 산물인 달콤한 초콜릿으로 뒤바뀌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으니까.
하필 초콜릿이었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에. 그러니 이것은 분명히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 …
사실, 나는 답을 알고 있다.
내가 이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고, 피를 초콜릿으로 바꾸기는커녕 그냥 수제 초콜릿을 만들 줄조차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이건 단지 직감. 혹은 모든 일의 원흉이 나에게 넣어 준 깨달음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냥 헛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확신한다.
누군가의 전하지 못한, 좋아하는 마음. 그것을 받은 것이 원인.
코에서 흐르는 초콜릿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보는 너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범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꽤 유머 감각이 있는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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