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규대협

02 노을 + 초콜릿

비정기 1천자 챌린지 (원래 키워드 노을 + 발렌타인 기념)

해가 느릿느릿 저무는 하교길, 저 멀리서 변덕규를 부르는 목소리가 온 골목에 울려퍼졌다.

변덕규는 언덕 위에서 커다란 남자 형상이 양팔에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내려오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그의 앞으로 걸어온 윤대협은 잠시만요, 라고 말하더니 그의 양팔에 잔뜩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쇼핑백을 길바닥에 내려놓았다. 내려놓는다기보단 팔을 쭉 피고 와르르 쏟아내는 것 같았다. 변덕규는 ‘받은 선물을 소중히 하라’며 쓰러져 있는 쇼핑백들을 일으켜 세워 가지런히 정리했다.

그러는 동안 윤대협은 평소보다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더플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가방의 지퍼를 열고 가지각색의 작거나 큰 박스들 사이로 손을 푹 넣어 한참 무언가를 찾더니, 어렵사리 상자 하나를 찾아내 꺼내들었다. 겉면에는 흰색 바탕에 분홍색 리본이 그려져 있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정사각형 상자였다.

“아까 주신 초콜릿은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다들 자꾸 불러세우는 바람에 드릴 기회가 없었네요.”

무려 본인이 만든 초콜렛이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며 초콜릿을 건네줄 때, 윤대협은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네가? .. 알았다. 고마워, 잘 먹을게.”

왠지 떨떠름한 감사멘트에도 아랑곳없이 미소지으며 인사를 하고, 짐을 챙기고 등을 돌려 집으로 걸어가는 윤대협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그의 귀끝이 약간 빨개진 것 같았지만 아마도 노을빛에 물든 것 같았다. 변덕규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신의 손에 들려진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윤대협이 초콜렛을 만들었다고, 그것도 직접 만들어서 날 줘? 이건 무슨 농담인지, 변덕규는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머리에 물음표를 잔뜩 채운 채로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는 조금 엉성한 하트 모양의 초콜렛을 하나 집어들어 와작 씹어보았다. 그 초콜렛은 아주 달았고, 분유 맛이 났고, 입안에서 잘 녹지 않고 덩어리지며 겉돌았다. 어릴 때 요리사 연습을 하겠다며, 나름 진지하게 만들던 초콜릿 만들기 키트를 완성하면 딱 이런 맛이 났다. 한 마디로 별 맛이 없었다.

변덕규는 그 맛없는 초콜렛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웠다. 그러고선 붉은 노을보다 훨씬 새빨개진 얼굴이 화끈거려 한참 손바닥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아침에 농구부원들에게 돌린 초콜렛보다는 좀 더 좋은 것을 윤대협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상자를 가방에 고이 넣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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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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