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흘러간다. 아마 그건 가로막을 수 없었던 죄책감이 원인일 거라 생각한다. 나는 왜 여기 있지? 그러니까, 왜 하필 너였지? 누가 내 마음을 읽고 있다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진창이니까. 무엇보다도 놀랐던 건 그게 정답도 오답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였다. 누가 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