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시온 분관에 마련된 틸라의 개인 휴게실은 대도시 곳곳의 여관처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의 방을 빌려 쓰는 것처럼 편안함을 가장한 가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잠이 들겠다고 말하고 들어왔지만, 사실은 잠이 오지 않았다. 틸라는 잠깐 일자 침대 소파에 앉았다가, 이곳에 왔던 첫날 대바구니에 담겨 다과와 함께 놓였던 포도주 한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