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대한 캐붕 주의 정수리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불시에 휙 들어올리면, 앞에 앉은 '그'는 어김 없이 필기노트를 내려다 보고 있다. 참 빠르기도 하지. 30분이 넘도록 어떤 글씨도 적히지 않은 새하얀 페이지는 눈감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살짝 붉어진 채 무섭도록 굳은 얼굴은 영 무시하기가 힘들다. 나는 탈탈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