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 재난과 기적은 어떤 동질성을 공유하는 것 같기도 했다. 예고 없이 삶을 꿰뚫었다가 다 녹아 없어져 버리고 나면 사라지지 않을 상해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게 된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그로부터 오는 허무를 견디는 건 이제 현대인이 갖춰야할 일종의 소양이었다. 낡은 기억이 묻은 꿈에서 눈을 떴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아득해져 눈을
※ 욕설 및 음주, 흡연, 죽음과 시체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해일이었다. 건물 틈을, 창틀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그것을 해일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삼켜지지 않으려 내달렸으나 등 뒤에서는 우지끈 하고 무언가 부러지거나 으개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으며, 그도 아니면 비명이었다. 뒤통수로 튀어오는 절망,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