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time apocalypse:

remake

쪄뱅온。 by 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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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 및 음주, 흡연, 죽음과 시체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해일이었다.

건물 틈을, 창틀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그것을 해일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삼켜지지 않으려 내달렸으나 등 뒤에서는 우지끈 하고 무언가 부러지거나 으개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으며, 그도 아니면 비명이었다. 

뒤통수로 튀어오는 절망, 비탄, 아비규환. 포말은 각기 다른 이름을 달고 흩어져 온몸을 끈적하게 타고 내렸고, 그 사이로 터져나오는 숨은 입천장을 겨우 스치는 간절함이었다.

그런 진창이었다. 디딜 때마다 발목으로 핏물이 튀는. 질척거리는 아스팔트 바닥을, 그것이 실제로는 무엇인 줄 알면서도 아스팔트 바닥이라 믿고 짓밟는.

살고 살았고 살기도 했었고, 살지 못했고 죽었고 죽었던 때도 있었던, 그 모든 것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문대져 엉킨 진창이었다. 

그 위에서 숨을 쉬었다. 그 위에서 심장이 뛰었다. 우심실 좌심실 하는 근육은 숨 가쁘게 조여들었다가 나비처럼 뻗어나간 뼈대를 들이 받으며 뛰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금방이라도 멎을 듯이.

그래서 지금 간절하게 터져 나온 숨소리와 역동이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선명했는지. 연거푸 휘저은 손 끝엔 피가 발갛게 몰려 저릿거렸고 그럴수록 목구멍엔 신물이 올랐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든 게 버겁고 지치고 피로하고 불안하기만 한 세상에서. 최선일까? 때로 드는 의구심과, 최선이지 않을 건 뭐야. 때로 드는 뻔뻔함과. 한데 뒤섞여 갈피도 없이 달리던 길

그는 비로소,

비로소 도망치기를 그만두었다.

어차피 휘몰아칠 물결이라면. 그렇게 정해진 운명이라면 차라리 아주 휩쓸려 이 무용한 고난을 내려놓으리라고, 생각은 절박한 달음박질 끝에 내려놓은 한숨과도 같았고, 곧 천천히 잠들어가는 호흡 속에 뿌리내리듯 섰다.

밀려오는 양일(洋溢)을 향해. 몰아칠 물결을 향해. 연신 시계추처럼 흔들리던 손이 멈추고 두 발은 땅을 온전히 딛고 있었으며,

야 정공룡 !

그러나 그때 손을 붙잡은 건 내 키보다 낮은 물 속이었고, 결코 물거품으로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파도였다.

첨벙, 때 아닌 바닷물 소리가 귀를 울린다. 단숨에 머리까지 잠겨 허우적거렸으나, 곧 발은 무거운 물결을 헤치고 붙잡힌 손에 이끌려가듯 헤엄을 쳤다. 수영으로는 져본 적이 없었는데, 당겨 붙잡는 손이 강인하고 단단해 그 손에 이끌려 달렸다. 몸부림치듯 박찬 물결 사이로. 방향을 모르고 뛰었다.

수많은 사람 – 아닌 – 의 아우성과 그들이 뻗어 올린 손을 발버둥치듯 딛고 박차며 달렸다. 그렇게 그는 손이 쥐고 올라선 난간을 단단히 붙잡았으며,

그렇게 첫 숨이었다. 나사가 허술하게 박힌 알루미늄 발판을 딛고 고개를 디밀었을 때. 그때 그 감각이란. 깊은 물 속에 잠겨 있는대로 휘젓던 몸을 간신히 그 바깥으로 쳐들었을 때와 같아서. 이 세상에 처음 머리를 내민 초아처럼 지난하고 지긋지긋했던 과정을, 삶과 죽음이 뒤섞인 몇 치 아래의 진창과 다시 허물어들어 파도로 몰아치는 더미를 뒤로 하고 그는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밀린 숨을 몰아쉬었으며,

너 미쳤어 ?

날카롭게 쏘아붙인 목소리가 그를 향했을 때

그때 그는 그 공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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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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