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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부터 후기

10주년 합작 |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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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완결 후, 이야기가 시작된 계기

미궁이 끝난 후 작중 인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적어보는 것이 이번 합작의 주제였습니다. 본 글은 미궁 완결 시점 이후, 잠뜰이 탈출하고 연구시설이 박살 난 후 프로젝트 유출의 위기를 느낀 미스틱에서, 이전 AI core 정보 제공자들을 불러들여 계약서 내용을 모두 기억에서 도려냈을 거라는 추측을 담아 적었습니다. 뉴스도 탈 만큼 큰 사건이 되었으니, 참가자들 중 정의로운 누군가의 입은 돈만으로 막을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기억을 제거하였다 하더라도, ‘제거된 흔적’은 남아있고, 그로부터 파생될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궁에서 우리가 보면서 울고 웃었던 그 모든 일을, 전부 없던 일로 그려지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래서 현실에 그 흔적이 남는 이야기를 상상했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가 D로부터의 덕개와 베이디입니다.

그리고 그 가상의 세계와 현실에 존재하는 기업 미스틱 사이에 있는 자가 바로, PD 공룡이죠. 미스틱의 목적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들에게 협력하는 듯 하지 않는 듯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그려보았습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자신 마음대로 손쉽게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가, 모종의 이유로 잠뜰을 찾아내어 함께 협력하게 되는 이야기를 상상하여, 덕개와 베이디 이야기와 별개로 또 다른 이야기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이야기가 D로부터 입니다.

제목, D로부터

본 이야기의 제목인 ‘D로부터’는 사실 굉장히 고민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단순하게 From.D와 같은 맥락인 것이 가장 첫번째 이유,

그리고 두번째 뜻은 D로부터 만들어진 프로그램, 이 검증과정 그 자체.

그리고 마지막 뜻으로는 잠뜰이 공룡으로부터 받은 제안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AI core 본체 검증 과정을 보고하는 문서이지만, 잠뜰과 공룡의 대화 부분은 서면에서 생략되어있을 것입니다. 제목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는 이야기 전체를 아는 여러분만 할 수 있을 겁니다.

To B_D, From D

이 글이 ‘미궁’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알고 이 이니셜을 보았을 때, 여러분께선 이게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셨나요?

B_D는 Bay_D를, D는 Duckgae를 떠올리시지 않았을까요? 거기다 덕개를 초반에 화자로 설정하여 덕개가 베이디에게 보내는 편지구나~라고 생각하게끔 의도하였는데

사실은 Business Director 이사님과, Dino 우리의 PD 공룡을 각각 의미하는 이니셜이었죠. 일부러 여러분을 낚아보려고 하였습니다. 몇 분이나 속으셨을지 궁금하네요:)

참고로 마감하는 주에 잠뜰tv에서 연구원 d라고 해서 dino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duckgae였다! 라는 영상이 하나 올라왔는데

소재가 겹쳐서 무척 쫄렸습니다.

아니 종종 쓰는 소재이겠으나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제가 먼저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영감받은 게 아닙니다. 그런 겁니다.

합작 페이지 배경 & 우표

합작페이지 이야기를 하자면, 일부러 배경화면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하얀 화면에 검정 글씨로 정했습니다. D로부터는 편지보다는, 상사에게 보고하는 ‘보고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은 공룡의 상사에게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만든 일련의 과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이 있는 편지지가 아닌, 회사에 보고하는 업무용 문서와 유사하게 보이기 위해 흰 배경을 선택했습니다.

우표는 기밀문서를 의미하는 로고를 담았습니다. 외부에 알려져선 안되는 극비 프로젝트의 보고서니까요. 우측 하단을 자세히 보시면 D.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제목 D로부터의 주인공, Dino를 의미하는 이니셜입니다.

덕개 두통의 이유

덕개가 베이디를 보고 머리가 아프거나 이상한 꿈을 꾸게 된 이유에 대해선, 간단한 버전과 복잡한 버전이 있습니다.

미궁은 덕개의 뇌 구조를 복제한 것 뿐이니, 실제 기억이 남아있을리가 없죠. 그래서 덕개의 꿈을 보면 베이디의 탈락자 인터뷰 대화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만큼은 덕개가 절대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들어가 있죠.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냥 운명론적인 우연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고요,

복잡하게 가자면,

뇌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이 있고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도 나뉘어져 있죠. 하지만 저희가 아는 것은 그뿐이고 실제로 어떻게 신경이 작용하여 기억을 저장하고 특정 기억부분만 흐릿해지는 것인지는 사실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신경과 기억이 1대 1로 저장되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특수 구조를 갖췄다는 설도 있지만 여전히 모르죠. 

하지만 미스틱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뇌를 이용한 완벽한 ai를 구현하고, 정말 효율적이게도 실험에 실패한 뇌를 팔아먹을 생각까지 하는 기업이니까요. 기밀 프로젝트에 군수 기반 시설로 돈까지 벌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이들에게 있어 미궁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밀로 관리해야할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렇기에 싱크홀 사건 이후, 그들은 이 실험이 세어나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을 겁니다.

그전까지는 기억을 굳이 제거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굳이 그들에게 거액의 돈을 줬을 리가 없으니까요. 돈으로 입막음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였겠죠.

하지만 싱크홀 사건 이후엔 다릅니다. 그만큼 위험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누군가는 수사 기관에 협력하려고 마음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외에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겠죠. 그들은 그저 인공지능의 발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그게 거대한 싱크홀을 만들어낼 정도로 폭발력을 가진 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을거니,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질 것이고요. 어쩌면 미스틱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장 최악은, 놓쳐버린 vip 잠뜰이 그들과 접촉하여 미스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협력받는 것이죠.

귀찮은 변수는 줄여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미스틱은 그들을 모두 다시 불러들여 기억을 제거합니다. 제거한 시기는 두 번, 정보를 제공한 날과, 기억을 제거한 당일입니다.  덕개의 기억 중 한나절이 전부 사라진 날은 덕개가 미스틱으로 불려와 기억을 없앤 날이고, 그날 없앤 기억엔 이전에 2천만원을 받기 위해 한 계약을 하는 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특히 핵심코어들에겐 추가적인 제제를 가합니다. 참여자들을 마주쳐도 그 일을 떠올리지 않게 하는 것이죠. 특정 날짜의 기억만 모호하다, 미스틱에게 연락을 주고받은 기억은 있다, 이 정도 기억은 남아있는데 그 정도 정보만 가져도 공통점은 생겨날 수 있고, 그렇다면 미스틱을 의심할 수도 있게 되니까요. 제공 기간부터 싱크홀 사건까지 기억을 통채로 지우기엔 지나치게 부자연스럽고, 그렇다고 죽여버리기엔 현재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은지라 뒷처리할 인력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인류애가 있어서 살렸을 거라 생각하진 않고요. 

하여 보다 깊이 연관되었고 그로인해 구심점이 될 수도 있을 핵심코어의 사람들에게만, 참여자들을 마주쳐도 추가적으로 생각이 뻗어나가지 않게끔 추가적인 제제를 가했습니다. 그나마 현대 연구 중에 이와 가까운 것은, 특정 얼굴을 보면 반응하는 신경 세포가 있다는 연구가 되겠네요. 뇌과학 연구 중에, 얼굴 형태를 인식할 때만 반응하는 뉴런 혹은 특정 얼굴을 볼 때만 반응하는 뉴런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경우엔 덕개가 특정 참가자들의 얼굴을 보아도 그를 인식하는 세포가 반응하지 못하게 한다, 등으로 아주 러프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제 작용 방법은 더 복잡할 것이고 저도 정확히 어떤 원리일지는 설명하지 못해 여백으로 남겨놔아 할 것 같습니다. 미래의 이야기니까요, 한가지 가능성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이해하실 것은 그저 덕개는 베이디와 달리 추가적인 제제가 가해졌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추가적인 제제의 부작용으로 덕개는 베이디와 접촉했을 때, 베이디와 달리 덕개는 이상하게 두통이 생기죠. 알 수 없는 꿈도 꾸게 되고요.

뇌라는 것은 아직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그것은 미궁이 있을 미래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전산적으로 구현하는 기술력이 있다 하더라도, 생물이 가진 뇌의 변화성을 완벽하게 제어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정해진 코드대로 흘러가는 인공지능과 달리 생물은 계속해서 변화하니까요. 

그 작은 실수와 빈틈이 덕개와 베이디의 접점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방화벽 코어가 무너졌을 때도, 베이디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텍트의 해제가 영향을 미쳤었었죠. 그런 데이터가 다 반영이 되어있는 제거 프로그램을 사용하였을거고요. 그래서 베이디와 관련된 것을 처리하는 부분의 영향권은 일부러 제한할 만한 수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룡이 파고든 것이 바로 그거였고요. 

PD 공룡

사실 공룡의 파견은 미스틱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사안입니다. 기억 제거를 담당한 팀에서는 깔끔히 지웠으니 괜히 더 자극해서 위험요소를 제공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반면 왜 미궁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어디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검증하려던 팀은 데이터 제공자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글 초반에 기울어진 글씨체로 나온 부분이 바로 그 회의에서 나온 내용의 일부를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회의 결과, D를 검증을 위해 파견하기로 하였습니다. 미궁 프로젝트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한 자이면서, 여기서부턴 저의 상상력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미스틱과 연관되어 있어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PD를 말이죠. 그라면 가장 최적의 방법으로 데이터 추출 정도를 검증하고 돌아올 거라고 다들 생각하였으니까요. 그렇게해서 이사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인 공룡이 현장에 파견됩니다.

이번에 다룬 내용은 공룡이 많은 참가자들 중에서도 덕개와 베이디를 확인하는 이야기입니다. 참가자들 중에서도 거주지가 유사했고, 프로젝트 내에서 두 사람이 보인 반응을 통해 한 번에 검증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여 두 사람의 행동 반경 등을 전부 조사하고,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볼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죠.

여담으로, 덕개와 베이디가 가장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인 진상 등장 장면은 인터넷에서 본 실제 진상 사례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진상이 하는 짓이 너무 유치하고 낯간지러워서 쓰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사실, 공룡은 한 가지 목적이 더 있었죠. 그들의 VIP 잠뜰을 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미스틱 내부에서 잠뜰의 처분에 관해서는 빈말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공룡은 모종의 이유로, 잠뜰이 그런 끝을 맺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공룡은 자신과 덕개, 베이디가 한 자리에 모이면 잠뜰이 나타날 것을 알면서도, 내심 나오지 않기도 바랐습니다. 기왕 탈출한 거, 멀리멀리 도망가 이미 이 일에 깊숙이 관련된 자신 대신 일상을 누리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잠뜰은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것을 공룡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 놓아준 후, 다시 돌아온 잠뜰의 손을 잡게 되지요.

마치며, 이야기 그 후

덕개도 베이디도, 떠올릴 기억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떠올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스틱에 들렀었고 기억이 제거되었었다라는 것뿐이지, 미궁 프로젝트 안에서 그들이 공유했던 시간이 아니죠. 덕개가 느끼는 것은 그저 기억이 제거되고 추가적인 제제를 가한 것에서 파생된 막연한 느낌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앞으로 쌓아갈 기억은 그런 허상보다 훨씬 값진 것일 겁니다. 그들이 얼마나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지, 우리는 이미 미궁 프로젝트 안에서 보고 왔으니까요. 현실에서 덕개와 베이디가 좋은 친구가 되어 서로에게 조금 더 다채로운 하루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잠뜰과 공룡의 경우, 이런 평화로운 일상과는 조금 다른 날이 기다리겠지요.

도청 장치를 부순 공룡은 잠뜰에게 선택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하였습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알기 위해선 반드시 잠뜰이 필요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잠뜰을 끌어들이는 것도 조금 망설였기 때문에. 하지만 잠뜰은 다시 대담하게 들어왔고, 공룡은 그 기회를 이제 놓치지 않기로 결심하죠.

잠뜰과 공룡은 어떤 일을 꾸미게 될까요? 공룡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결국 미스틱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YJ의 다음 목적은?

이것저것 많은 떡밥을 남기고 떠난 미궁이니, 일부러 이 글에서도 모든 것을 회수하진 않았습니다. 분명 미궁2가 나와서 떡밥을 수거해주겠죠? 그때까지 제가 이 글을 쓴 것처럼 여러분도 상상으로 빈 공간을 채워나가며 미궁을 즐겁게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또 다른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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