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잠경위 또한 오직 자신만을 믿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테니까. 잠경위는 그런 길을 걸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순환보직 기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관철시켜야만 했던 경위가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함. 그러나 그럼에도 굳건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걷기 위해 자신을 믿어야만 했을 테고. 그게 늘 긍
재판이 끝났다. 별다른 반전은 없었다. 피고인은 집행유예를 받고 법정을 떠났다. 미스터리 수사반의 네 명의 형사도 재판이 끝나자 법정을 나왔다. 공룡은 재판 결과를 듣자마자 확인할 것이 있다며 급히 떠났고, 각별은 그런 공룡이 불안하다며 따라 나갔다. 남은 네 명의 형사들은 그저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오늘 수고 많았어. 다들 내일 보도록 하지."
"보고서 올리고 왔어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 "으아아~이게 얼마만의 정시 퇴근이냐!" 공룡의 기지개를 피는 소리가 들리는 곳, 이곳은 어느 평일 오후의 미스터리 수사반이다. 며칠 동안 연이어 일어난 사건들을 전부 해결하고 보고서까지 마무리한 지금, 그들에겐 정말 간만에 휴일이 찾아온 것이다. 다들 서로에게 수고했다며 퇴근을 준비하고 있
부모님이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폭죽을 펑- 하고 터트리는 순간, 내 세상은 마치 신기루였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저 평범한 시골아이였다. 얼굴과 옷에는 흙이 사라지는 일이 없었고, 나비를 쫓아 들판을 뛰놀던 그런 평범한 소년. 그리고 그날은 내 다섯번째 생일이었다. 평소처럼 들을 헤집고 개울을 따라 걷다 해가 산에 걸릴 때가 되어서
⚠️미스터리 수사반 EP.9 월성동의 등불 스포 주의⚠️ ▶ 토요일 오전 11시 25분. ▶ 약속보다 조금 이른 시간. 5분도 전에 도착해 자릴 잡은 곳은, 길성동 한 피자 레스토랑 구석입니다. 수현은 오늘 이곳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이 있습니다. 수현에겐 오랜만의 휴일 점심 약속이다. 최근 들어 잔업도, 긴급출동도 잦았던 탓에 주말만 되면
태석씨, 여긴 비가 온다. 차에 탔을 때는 분명히 비가 왔는데, 이 방은 창문이 없어서 비가 아직도 오는지 모르겠네. 자기를 잠뜰 경위라고 소개한 사람이 사정청취를 듣겠다면서 왔어. 사실 나는 할말이 많이 없었는데, 어쩐지 이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어디서부터 이걸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역시
차가운 겨울 저녁이었다. 그새 짧아진 해는 벌써 사라질 채비를 하였고, 서늘한 냉기만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겨울바람은 그들의 코 끝을 빨게 지게 했으며, 그들의 외투 속으로 침입하려 하는- 그런 겨울 저녁이었다. 그런 겨울 저녁에 두 남성은 그들의 업무를 마친 후 퇴근을 하고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낙엽들이 그들의 발에 밟히며 바스
어느 겨울밤이었다. 제법 차가워진 공기가 그의 코 끝을 스쳤고, 매서운 바람은 힘이 죽어 가벼운 산들바람만이 거리를 활보하던 어느 겨울밤이었다. 조용한 골목길을 타박타박 혼자 걸어가는 그는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도 없다는 듯 무표정을 지은 채 앞으로 나아간다. 적막이 흐르는 골목길에는 그의 발걸음만이 남아있다. 그는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
“각별님! 일로 와봐요! 뚜따해야하는거 생겼어요!” “그려 그려 간다 가.” 그는 미스터리 수사반의 메카닉을 담당하는 경사, 각별이다. 능력자들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그는 최고로 인정받는 수사반에 소속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의 끈기, 성실... 즉, 근면함 때문은 아닐까. 언제나 휴식
포근한 봄날 아침이었다. 창밖에는 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집 안에는 부드럽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누군가 아침을 준비하는 듯하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눈을 끔뻑인다. 잠에서 덜 깬 그의 둔한 두뇌 작용은 그가 지금 침대에서 나오지 않으면 지각할 수도 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그는 뭉그적 거리며 침대에서 나왔다
“경위님. 여기 계셨습니까?” “라경장? 무슨 일이라도 있나?” 몸을 돌려 출입문 쪽을 쳐다볼 것도 없이, 어느새 난간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라경장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붉은 머리카락 위로 노을이 내려 한층 더 짙은 색으로만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는 한 쪽 손을 들어 들린 것을 잠경위에게 보여주었다. 캔커피였다. “이거, 티순경이 사왔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