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실에도 음악을 틀 수 있을까요.

미수반 1화 스포 있음

코코아 by 미데미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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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씨, 여긴 비가 온다.

차에 탔을 때는 분명히 비가 왔는데, 이 방은 창문이 없어서 비가 아직도 오는지 모르겠네.

자기를 잠뜰 경위라고 소개한 사람이 사정청취를 듣겠다면서 왔어. 사실 나는 할말이 많이 없었는데, 어쩐지 이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어디서부터 이걸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역시 처음 만난 것부터 말하는게 좋겠다 싶었어. 있지, 그 날에도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어, 기억나? 태석씨가 우리 여관 로비에서 연주를 했었잖아. 듣는 사람이 많이 없었지, 이게 다 비가 와서 그래. 해가 맑은 날이였으면 그것보다야 듣는 사람이 많았을텐데. 그래도 나는 그게 참 좋았어. 태석씨가 읇어주는 가삿말이 다 나에게 하는 말 같았거든.

태석씨가 간만이라고 만든 자작곡을 나한테 들려주러 왔던 것도 기억이 나.

비가 와도 태석씨 노래를 들으려고 오는 사람이 늘었던 것도 기억이 나네.

이제 더 노래부르기는 힘들겠다고 섬 숲쪽에 조용히 지낼거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이 나. 그때 나한테 테이프를 줬었잖아. 그거, 아직도 우리 여관에서 틀고 있거든. 태석씨가 직접 연주하는것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정말 기뻤어.

있지 태석씨,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사고가 났을 때도 비가 정말 많이 왔는데

태석씨를 마을 공동묘지에 묻을 때도 비가 정말 많이 왔는데.

"경위님."

"네."

"여기 음악도 틀어주시나요."

그 놈, 내 마음을 흙발로 밟아놓은 놈. 아무것도 모르면서 뻔뻔스럽게 자주 섬에 들락거리면서 돈을 요구했다지.

나는 이제야 태석씨 연주를 혼자 들을 수 있게 됐는데.

"그건 어렵겠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 태석씨.

내 손수건이 다 젖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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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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