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팁 전력

그 물에 녹아 흐르는 것은

뜰팁 전력 '물' | 이세계 삼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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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태어날 때도 죽을 때도 물속이니까

첫 호흡도 마지막 숨도 우릴 둘러싼 물에 녹아있고

떠나간 이를 그리며 흘린 눈물도 물속에 담겨있기에

이 물이야말로 우리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리라


수면 아래로 수 백 미터나 되는 깊이에 있는 곳인데도, 신기하게 용궁은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다. 물결칠 때마다 용궁의 건물을 비추는 햇빛이 춤을 추듯 흔들렸는데, 용왕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아마 이곳을 떠나면 가장 아쉬워할 풍경 중 하나이리라.

"머지않았군."

"....."

링링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용왕은 빠른 시일 내로 풍운의 신이 되어 이곳 용궁을 떠날 것이다. 이는 분명 기쁘고 축하할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거의 평생을 다해 모셨던 분과의 이별이라는 것은, 축하할 일인 것과는 별개로 링링에겐 슬픈 일이었다.

"링링."

"...네, 용왕님."

"조만간 계승자의 시험이 끝날 것 같구나."

"그 말씀은...."

"내가 풍운의 신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딸을 보러 다녀와야겠구나. 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링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다. 자신이 이 물속에서 첫 호흡을 할 때부터 봐왔던 자에게, 이젠 작별을 고해야 했다. 침울해하는 링링에게 용왕은 웃으며 말했다.

"아쉽느냐? 네가 잔소리를 해야 할 대상이 하나 줄어드는 건데."

"평생을 모신 자인데 어찌 아쉽지 않겠습니까."

"허허, 녀석. 아직 어리구나."

용왕은 다시 용궁을 내려다보았다. 떠나기 전에, 이곳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 안에 담아가려는 것 같았다.

"용왕님께 이 용궁은 어떤 곳이었나요?"

용왕은 별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는 듯 잠시 링링을 돌아보았다. 링링의 시선은 물결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는 용궁을 향하고 있었다. 용왕은 웃으며 자신도 용궁을 내려다보았다. 어린아이들이 물살을 가르며 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담겼다.

"내 평생이 녹아있는 곳이지."

용왕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따듯하게 용궁의 백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릴 휘감으며 자유롭게 흐르는 용궁의 물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을 바라보던 순간들. 내게는 이제 영원히 추억이 될 그 시간과 감정들이, 이 물에는 고스란히 담겨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더 그리워질, 아름다운 곳이지."

용왕의 말엔 그리움과 약간의 아쉬움이 담겨있었다. 링링은 그런 용왕을 바라보다, 시선을 용궁으로 돌리며 말했다.

"허면 저는, 당신의 평생이 녹아 있는 이곳을 계승자님과 함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다짐의 말을 내뱉는 링링의 눈은 눈물을 참는 듯 붉어져 있었다. 용왕은 따듯하게 미소 지으며 대견하다는 듯 링링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여명동에 계승자가 내리는 빗줄기가 용왕의 옷자락을 적셨다.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어서일까. 용왕은 자신의 딸이 내리는 비가 마치 용궁의 물처럼 편안하고 따듯하다고 생각했다.

"이곳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많은 것들이 그리울 것 같아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떠나기 전에 딸과, 이곳 여명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딸아, 링링, 용궁의 백성들과 여명의 사람들이여.

"너희들이 만들어 갈 새로운 날들을 응원하며 기다리고 있으마."


"아."

링링은 무언가 느낀 듯, 용왕의 방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그 때문에 물건 하나가 링링의 손에서 벗어났다. 물결을 따라 물건이 떠내려갔지만, 링링은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떠나셨군요, 용왕님."

알고 있었고, 각오하고 있었던 이별이다. 준비도 되어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이별의 순간이 오니, 링링은 자신이 생각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가버리셨군요...."

떠나간 이를 그리며, 링링은 울었다.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처절하게 울었다. 링링의 눈물은 그리움을 담은 물방울이 되어, 물결을 따라 흔들리다 물속으로 녹아 사라졌다. 누군가의 평생이 녹아있는 물은, 이제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흐른 눈물에 담긴 기억까지 품은 채, 그자가 평생을 걸쳐 사랑했던 용궁을 휘감아 안으며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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