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院垈)리는 망한지 오랜디?”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야? 그만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건만 마을 하나가 홀랑 망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가을걷이가 막 끝낸 논바닥 위, 구름 한 점 없는 퍼런 하늘에 홀로 쨍한 해님이 비웃는 듯 했다. *** 며칠 전, 허리가 뻐근하도록 몸을 수그려가며 벼를 베고 있을 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