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다음생에는 이 빌어먹을 직종 안해야지. 돈도 조금 주면서 부려먹기는 엄청 부려먹고, 워라벨 하나 챙겨주지도 않고, 가스라이팅만 해서 자존감 떨어트려서 내가 좋아하던 것을 더이상 순수하게 좋아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 같은것은 하지 않을거라고. 차라리 좋아하던것은 취미로 남겨두고 돈을 많이 벌수 있는 일을 할것이라고. 만약 시간이 돌아
권력을 가진 이는 그가 지배당하는 이에게 떠받들어져 살아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없다면 천둥벌거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므로 그들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농노부터 궁전의 요리사까지, 권력자 곁에 기거하는 수많은 피지배자들은 그에게 거슬리지 않으면 다행인 존재들이다. 이는 영주가 수많은 영민들의 이름을 단 한개도 알지 못하는 일과 결을 같이한다.
평평하게 서 있던 몸이 사선으로 턱 기울어졌다. 황급히 뒤를 돌아본 짧은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 딱 멎었다가, 거짓말처럼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시커매졌다. 귓가를 매섭게 하는 소리도, 쿵 하는 소리도, 뜨뜻한 것이 콸콸 쏟겨지는 축축하고 기분 나쁜 소리도, 무어라 소리지르는 것도 모조리 휙휙 지나가 사라지고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꼭 이래야만 했던 겁니까?" 으득, 남자가 이를 갈았다. 육신의 상처만이 모든 상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 점에 입각한다면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죄다 엉망진창이었다. 죽어가는 자와, 그의 옆에 선 자. 그 이전에 마주 보았던 자들 모두가.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는 중년의 말과 함께 철커덕 하는 쇳소리가 강압적으로 눌린 침묵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