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한나절이었다. 눈부신 태양과 선선한 바닷바람, 항구를 가득 채운 고기잡이배와 무역선, 넘쳐흐르는 부, 선원들, 상인들, 아이들… 그리고 데이트. 레이젤은 확실히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데이트’가 꽤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부 도시 시장에는 검의 해안과 그 너머에서 가져온 물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고된 업무시간 중의 단비 같은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고위 하퍼는 무릎 위에서 제발 여기 좀 봐달라는 듯이 우렁차게 찍찍거리는 시궁쥐 한 쌍을 발견했다. 하퍼는 손에 쥐고 있던 냄새나는 두루마리를 내려놓은 뒤, 시궁쥐들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참이나 무언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끝에, 하퍼의 입에서 떨어진 첫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나 원
이른 저녁부터 ‘충동’은 시체처럼 곯아떨어졌다. 매일 밤 어김없이 꾸던 악몽도 극심한 피로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하는 건지, ‘충동’은 신음을 흘리지도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지도 않았다. 레이젤은 그런 연인의 머리맡을 한참 동안이나 지키고 있었다. 이따금 ‘충동’의 눈꺼풀이 움찔거릴 때마다 레이젤은 잔뜩 긴장한 채 은검을 그러쥐다가, 경련이 멈추는 것을 확
“기스양키는 여왕이 지정한 개체만 재생산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바알스폰은 어떤 종족과도 번식할 수 있고 말이야. 그러면, 바알스폰과 기스양키 사이에서는 아이가 태어날 수 있나?” “무슨 질문이 그래?” 창백한 여자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충동’이 제기한 생물학적 난제에 전혀 흥미가 없어 보였다. “나는 육종 전문가야. 유용한 생명체를 발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