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백업 창고
임시 연성 보관
타로, 당신이 울지 못할 때 내가 대신 울어줄게요. 성찬은 손등으로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꼬박꼬박 형이라고 붙이던 호칭은 어디로 갔는지, 쇼타로는 속으로 조용히 웃으며 흐트러진 그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준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쉽사리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준 건 처음이라서. 그게 또 속도 없이
*소재 주의 누군가는 말했다. 삶은 공평하다고. 불공평하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끝인 죽음은 공평하니, 결국 공평한 것이라고. 오오사키 쇼타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삶은 불공평하다. 불공평하니까, 죽음이라도 공평해야 어느 정도의 수지타산에 부합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오사키 가문, 일본 가부키 명문 가문. 자신이 태어났을 때 집안은 말 그대로
입술에 맺히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달리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숨결이 닿는 거리, 성찬은 고개를 다시 한번 숙여 시선을 마주하지만 쇼타로는 그마저도 피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성찬은 쇼타로의 생각이 궁금했다. 도대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그 순하고 다정한 얼굴 뒤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모든
기차 안은 또 다른 세계 같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시간과 공간이 흐트러진 세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거리. 지구 둘레의 4분의 1. 일곱 번 바뀌는 시차, 그리고 일곱 시간의 시차. 모스크바로 향하는 우리는 과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2024년 12월 31일. 새해를 기차 안에서 맞이하는 사람들. 고독하지만 고독하
스물아홉 정성찬은 팔자에도 없는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 서 있었다. 나 러시아 가려고. 친구들에게 처음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조차 황당할 만큼 뜬금없는 소리였다. 네가 좋아하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의 팀) 경기를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EPL(*영국 프로 축구 리그)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닌, 왜 갑자기 러시아냐고. 열아홉에서 스물
분명 낭만주의가 많은 인간을 망쳤다고 했다. 그리고 정성찬은 자신이 이 빌어먹을 낭만주의에 망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다. 빌어먹을 오오사키 쇼타로라는 낭만에 잠겨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빠져나오지 않겠다고. 시간이라는 얇고 날카로운 쇠붙이가 세밀한 구멍을 내고 낭만이라는 감정이 서서히 빠져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