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백업 창고
낭만주의가 많은 인간들을 망쳤다. 적어도 모든 인간은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정성찬은 자신이 이 빌어먹을 낭만주의에 망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삐딱하게 보는 것이 훨씬 편했다. 염세적으로 굴고, 아주 약간의 다정함으로만 굴러가도 세상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낭만에 물드는 건 한순간이다. 정말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을 맛보면 낭만에
누구에게나 어떤 향수처럼 평생에 걸쳐 줄곧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십 년이 지난 현재. 정성찬은 여전히 누군가의 꿈을 아주 가끔씩 꾸곤,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 불시착으로 만났던 숲은 공사가 진행된 후, 화려한 이름을 가진 아파트 단지가 세워졌다. 이 사실을 쇼타로가 알면 어떤 반응일까. 시원섭섭한 표정을 짓거나, 아님 울창하던 숲에게
쇼타로에게 다정함이 본성이라면, 소유욕은 성찬의 본성이었다. 넓게 보면 무심하게 보였지만, 나의 것이라는 바운더리가 만들어지는 순간, 무조건적으로 손에 잡히는 거리에 존재해야만 했으니. 유년시절 가지고 놀던 로보트도, 애착 베개도, 탐험가를 꿈꾸며 오랜 시간 동안 함께했던 망원경과 미니 손전등, 모험가 키트까지. 로보트의 팔이 하나 빠지고, 망원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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