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티

미성년들 01

허티 노란 장판

3000_PPS by 삼천
9
0
0

23년 포스타입 업로드 원고에서 내용 추가 및 삭제한 퇴고본입니다.

약 2만 자

허티 노란장판물


좆 같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미성년들

01

좆같아서 도망쳐야지.

올해 들어서 벌써 백여든아홉 번째로 내뱉는 말이다. 조금만 더 되뇌면 이백 번을 채우게 될 성싶은데 채봉구는 여전히 구질구질한 보육원에서 19살의 여름을 맞고 있었다.

도망은 무슨. 허구한 날 꼭두새벽에 눈 떠서 일과를 마치고 늦은 밤이 올 때까지, 도망칠 기회는 수도 없이 많건만 실제론 도주 시도 한 번 해본 적 없었다. 그냥 습관적인 혼잣말이다. 이룰 수 없어 좇는 미몽이자 스스로를 향한 작은 위안. 딱 그 정도. 이렇게라도 말해야 버틸 힘이 생기니 관성적으로 내뱉는 딱 그 정도의 혼잣말.

“채봉구. 니 퍼뜩 안 올 기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채이는 돌을 굴리며 궁상에 젖어 있으니 훌쩍 앞서 걷던 채사장이 눈을 시퍼렇게 떴다. 원래는 채원장이었는데 7년 전이었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보육원 아이들에게 자신을 원장님이 아닌 사장님으로 부르라 해 채봉구는 그를 채사장이라 불렀다. 속으로도 불렀고 사장이 없을 때 다른 보육원 애들에게도 그리 불렀다.

채사장은 어디 갔어? 채사장은 뭐 하는데. 그리 얘기하면 보육원 아이들은 기겁해서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형아! 쉿! 쉿! 경고했다. 조막만 한 아이들이 ‘그러다 사장님이 들어!’ 속삭이면 채봉구는 코웃음치며 보란 듯이 더욱 채사장, 채사장 불러댔다.

그 미약한 일탈을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로 여겼지만 우습게도 해소된 스트레스에 비해 채사장이란 말을 입에 담을 때 생기는 울분이 더 커 결국 마이너스다. 그른 입버릇이란 소리였다.

그걸 깨달은 지 오래건만 채봉구는 여전히 채사장이란 호칭을 고수했다. 그리 부를 때만큼은 채사장과 동등한 위치에 선 인간이, 혹은 그보다 위에 선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 까닭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퍼뜩 오라니까 뭘 멀뚱하게 서 있노.”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간다. 그래. 현실이 이렇다. 상상 속에선 마음껏 채사장을 깔보며 그와 동등한 위치에서 바락바락 대들었으나 기실 채봉구는 빨리 오란 말에 잽싸게 움직이지 않아 뺨이나 맞는 처지였다. 울긋불긋하게 부푼 볼이 화끈거리고 꺾인 고개가 뻐근하다. 제 폭력의 대상이 된 이를 시린 눈으로 내려다보던 채사장은 눈을 부릅 뜬 봉구에 이 새끼 봐라, 하며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채봉구가 늘 저 사장 새끼. 탈모나 와버리라지. 꾸준히 염원한 결과였다.

“봉구야, 니가 올해 몇 살이고.”

“19살이요.”

“20살이면 보육원 나가야 하는 거 알제.”

“네.”

“지금 계절을 봐라, 봉구야. 여름 아니가? 스무 살 되려면 반 년도 안 남았다. 퇴소할 때 좋은 일자리 얻으려면 빠릿빠릿하게 굴어야 하는데 니가 이러면 내가 번듯한 일자리 추천해 줄 수 있겠나.”

“아니요.”

인이 박이도록 들은 지겨운 훈계에 기계적으로 답하면서도 속으론 호박씨를 깠다.

번듯한 일자리 좋아하시네. 채사장이 말하는 번듯한 일자리는 대부분 심부름 센터의 막내로 일하며 온갖 수발을 다 들거나, 자동차 정비 센터로 위장하고 있는 폭력배 집단에 들어가 처맞거나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구르면서 달에 한 30만원은 버나. 아니. 먼저 퇴소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보다 못할 게 분명했다.

진짜 옛날이 좋았지.

채봉구는 노인네들이나 할 법한 혼잣말을 삼키며 10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지금이야 보육원 사정이 어느 조폭 영화에나 나올 만큼 개판에 초상이 났지만 원장 선생님이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보육원은 나름 살 만했다. 대학교 교수를 하다가 뜻이 있어 보육원을 차렸던 이전 원장 선생님은 신실함은 몰라도 돈 하나는 무지하게 많았던 종교 단체의 후원을 받으며 아이들을 곱게 키웠는데 그땐 아이들도 지금의 두 배로 많았고 선생님도 서너 명 더 있었다. 그렇게 동네에서 기장 큰 보육원이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후원이 끊기고 보육원이 휘청거리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전 원장 선생님은 1년 정도 사비를 대거 들여가며 보육원을 운영했으나 떠난 후원 단체는 돌아오지 않았고 정부 지원에 기대기엔 그 금액이 얄팍했다. 보육원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닌지라 콩알만 한 지원조차 여러 단체에서 나눠 가지거나 여러 단체를 랜덤으로 돌려가며 선정되곤 했기에 운영이 기운 보육원을 바로 세울 마땅한 방도가 이전 원장 선생님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어른이었으며 최소한의 도리를 다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봉구는 평가했다. 그만큼 노력하고, 매일 밤 한탄하며 아이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울면서도 다음 날이면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맑은 얼굴로 아이들을 대했던 분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전 원장 선생님이 자리를 채사장에게 물려주면서 보육원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채사장은 얼굴부터 한쪽에 화상 자국을 달고 있어 흉악한 사람이었다. 외형을 두고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배웠으나 채봉구는 채사장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공포를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왼쪽 눈가 위부터 시작해서 귀 옆까지 죄 문드러져 흉터가 깊은 얼굴은 악마같이 끔찍했고 기이했다.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뺨부터 맞았다.

'애새끼가 어딜 어른한테 눈깔을 그리 뜨노.'

그게 채사장의 첫마디였다. 정말이지, 8년이 지나도 바뀐 것 없는 사람이다. 그날 봉구와 함께 있던 보육원 아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조금 크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채사장은 조폭 놈들이 기업으로 성장한 중소 회사 사장의 지시로 퇴사 후 보육원을 운영하게 된 거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육원이 조폭 놈들의 손 아래에 놓여 미래의 막내들을 육성하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는 소리였다.

머릿수를 늘리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어릴 때 싹수 있는 놈을 데려가기 위해서, 칼질을 가리키고 사람을 썰어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고아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런 시커먼 속내 속에서 운영되었으니 보육원이 멀쩡히 돌아갈 일이 있나. 일주일 전, 2년 전인가 일찍 퇴소했던 형들을 만났는데 7명 전원이 이상한 형광 셔츠를 입고 껌을 찍찍 씹으며 돌아다녔다. 세상은 2010년이 되었건만 그들만 아직 TV 속에 나오는 1990년대 조폭이었고 채봉구는 그날 이후 도망치겠단 말을 부쩍 자주 하게 되었다.

미래를 향해 흘러가는 시대에서 거꾸로 퇴보하는 이들에게 속해 있으니 앞이 오죽 암울해야지.

“이거 신경이 완전 딴 데 가 있네.”

시선을 바닥에 두고 공상에 잠겼을 때 채사장이 말했다. 위기를 감지한 채봉구는 고개를 들어 얼른 아니라 대답했지만 결국 반대쪽 뺨을 또 맞았다. 왼뺨을 맞았으면 오른뺨도 내주라는 말을 강제로 실천하게 되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라 덤덤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여튼 채봉구 이거이거… 대가리만 커서는.”

툭, 툭.

채사장의 손끝이 봉구의 어깨를 건드렸다.

한 대 칠까.

치미는 짜증을 꾹 참고서 손가락이 밀면 미는 대로 휘청거렸다가 다시 중심을 잡았다. 전에 한 번 오기로 버텨봤는데 저도 모자라 밑에 애들까지 때리길래 채봉구는 되지도 않는 반항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보육원 애들은 나이에 비해 마른 편이었는데 그 뼈다귀 같이 얇은 몸을 때릴 데가 어딨다고 때려. 성인이 되어 칼을 쥐게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채사장 찌르기일지도 몰랐다. 그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거듭해서 손가락으로 툭, 툭. 어깨를 이어 머리까지 밀던 채사장이 퉤, 하고 신발 옆에 침을 뱉었다.

“비실비실해가지고.”

쯧쯧. 혀를 찬 그가 퍼뜩 오라며 다시 손짓했다. 19살이 되고 나서 한 달에 한 번 불려 가는 면담 자리였다. 사실 말이 면담이고 실상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제가 어디서 머물러야 할지 결정할 아저씨들이 이리저리 말을 나누는 자리였다. 면담 날이면 채봉구는 어김없이 비좁은 사무실 중간에서 전시된 상품처럼 덩그러니 선 채로 몇 시간을 서 있어야 했다. 저를 두고 오가는 말을 들으면서. 그게 싫어 도망 좀 칠까 했는데 결국 이번에도 도망치지 못하고 끌려가게 생겼다. 한숨을 삼킨 채봉구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애써 옮겨 직, 직 앞으로 걸어갔다.

면담은 이번에도 역시 쓰레기 같았다.

형님네는 저번에 데려간 놈 있지 않습니까. 이 새끼 생긴 것 좀 보세요. 이건 딱 업소 데려가야 하는 놈입니다. 업소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야, 저런 새끼들을 밑에 두고 있어야 한 번씩 기분 내고 그러는 거야. 그러다 다른 놈들한테 얕보입니다. 새끼야 우리가 아직도 폭력배냐? 조폭이야? 어? 이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워? 아이고 형님 그러다 상다리 부러지겠습니더. 야야, 봉구야 이리 좀 와 봐라. 형님들이 이렇게 싸울 때면 네가 애교라도 좀 부려야지 원….

그런 언성과 대화가 오가는 걸 듣고 있다가 나오려니 한 것도 없는데 몸과 정신이 지나치게 피로했다. 어차피 어딜 가든 좆같을 거 그냥 아무데나 보내주었으면 하는데 이놈의 면담은 이번에도 말싸움만 이어졌고, 일자리는 정해지지 않고 끝났다. 앞으로 몇 번을 더 해야 하는 건지. 이쯤 되면 서로를 형님이라 칭하는 돼지들이 저를 석상처럼 세워두고 구경하는 걸 즐기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돌아가는 길에 채사장이 끼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야기할 게 있으니 알아서 가라며 턱짓하는 채사장에, 봉구는 냉큼 사무실을 빠져나와 보육원으로 향했다. 괜히 더러워진 것 같은 옷매무새를 툭툭 털어내고 있으니 7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봉구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보기에는 7살 같아 보여도 어엿한 9살 소녀인 아름이었다.

“봉구 오빠! 어디 갔다 왔어? 오늘도 알바 가?”

“여기까지 나오지 말고 안에서 기다리라니까.”

“아름이 기다렸어. 그런데 오빠가 늦게 왔어.”

“그렇다고 여기까지 나오냐.”

“사과해! 안아줘!”

“허…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봉구는 건성건성. 성의 없는 사과를 건네며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 좋다고 배시시 웃은 아름이 오늘 하루 있던 일을 열심히도 떠들어 댄다. 보육원에 들어온 지 1년이 된 아름은 봉구를 가장 잘 따르는 아이 중 한 명이었다.

제게만 말이 많은 그 아이를 묵묵히 토닥이던 봉구는 아름을 침실까지 데려다 주고 이불을 잘 덮어준 다음 알바를 다녀오겠다며 인사하고 나왔다. 벽 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해 보니 면담 때문에 알바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이러다 잘리면 안 되는데.

딱 여름이 시작되던 6월, 채사장이 이젠 성인 다 돼 가니 네 용돈 알아서 벌라며 모든 금전적 지원을 끊어 겨우 구한 편의점 알바다. 보육원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편의점이었고 사장은 인품이 그닥 좋지 않은 인간이었다. 고등학생은 쓰지 않는 데 너만 특별히 봐주는 거라며 시급을 최저 시급의 절반이나 깎았고 작은 실수 하나라도 하면 머리를 때리며 돌대가리 새끼라 욕하기 일쑤였다. 알바생을 사람 취급할 생각이 없는 사장이었지만 인간 이하 취급은 채사장에게 실컷 당해 익숙해졌으므로 봉구는 그곳을 묵묵히 다녔다. 사실 거길 제외하면 달리 갈 곳이 없기도 했다.

그렇게 오만 욕을 얻어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고 첫 월급 봉투를 손에 쥐니 편의점 사장은 이 새끼 독하다며 감탄했다. 그 뒤부턴 조금 규칙이 널널해져 근무 시간 10분 전에만 출근하면 되었다. 이전에는 30분이었는데 테스트 통과라며 20분을 줄여준 게 악마 새끼인 건지, 개새끼인 건지. 사람처럼 살라며 욕하고 싶었지만 20분 줄어든 게 어디인가 싶어 감사하다 허리 숙인 뒤 하는 첫 출근이었다. 늦으면 안 돼 걸음을 서두른 봉구는 편의점에 도착해 카운터를 정리했다. 그 뒤 편의점 로고가 크게 박힌 조끼를 걸치고 나면 일할 준비는 끝이었다.

재고를 살피고 정리하고, 발주를 넣으며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덧 시간이 8시가 되었다. 그 사실도 모르고 넋을 놓고 있던 봉구는 편의점 문에 걸린 풍경이 딸랑, 흔들리고 나서야 손님이 왔음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확보되자 코앞에서 지난 보름간 지겹게도 봤던 얼굴이 보였다.

“오늘도 있네요. 주말에도 있던데 여긴 알바를 형밖에 안 써요? 사장이 돈 되게 없나 보다. 아니면 형이 시간이 많은 거거나.”

“…….”

까져가지고 피어싱도 끼고 머리도 밝게 염색한 놈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도은호. 양아치처럼 생겨선 교복 셔츠에 명찰 하나는 꼬박꼬박 달고 다녔다. 노란 명찰에 쓰인 이름을 힐끗거린 봉구는 할 것도 없으면서 괜히 카운터 물품 정리하는 척을 했다. 다른 아이들이었다면 핸드폰이라도 만졌을 텐데 봉구에겐 그럴 만한 돈이 없었다.

대답이 없자 도은호가 카운터 코앞까지 걸어와 기웃댔다.

“형 저 방금 형한테 뭐 물었는데. 혹시 못 들었어요?”

“계산 도와드릴까요.”

“오늘따라 왜 더 무시하는 것 같지. 내가 어제 핸드폰 번호 물어봐서 그래요? 그거 작업 건 거 아니라니까. 그냥 형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물어본 거예요.”

“계산 안 할 거면 나가주시죠.”

까칠한 말에 도은호가 철없이 킥킥 웃었다. 도은호는 2주 전쯤 편의점에 나타난 이상한 놈이었다. 입고 다니는 옷이며 신발은 가난한 주제 패션엔 관심이 많아 여러 메이커를 알고 있는 봉구도 익히 아는 명품들이었는데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보기에는 묘하게 품위가 없고 단정치 못했다. 그 와중에 생긴 건 더할 나위 없이 양아치라 코 묻은 애들 돈 뜯어 명품 사 입는 놈인가 싶었다. 그렇게 확신하려던 찰나 도은호가 카운터에 딸기 우유 하나 놓고 사라졌다. 함께 남겨진 마시면서 하라는 쪽지에 의외로 생긴 것과 달리 좋은 놈인가 싶어졌고 그게 나흘쯤 반복됐을 때다.

‘내가 준 딸기 우유 마신 거 맞아요? 그거 마시면 키 큰다던데 하나도 안 큰 것 같네.’

닷새째 편의점에 꼬박꼬박 출석하던 도은호가 봉구를 빤히 보더니 대뜸 그런 말을 했다. 덕분에 채봉구는 도은호를 향한 내적 평가를 미친 새끼로 정정했다.

그렇게 당하고도 사람을 믿은 제가 바보지.

더 꿋꿋하게 인간 불신하며 살겠다 마음먹었는데, 그날 표정을 구기며 딸기 우유를 얼굴에 내던진 게 꽤 인상적이었던 건지 도은호는 그 이후로도 매일 같이 출석해 키는 컸냐며 쓸데없는 도발을 해 왔다.

‘형이에요? 체구는 애 같은데 분위기는 묘하게 연상 느낌이 나서 물어봤어요.’

‘왜 이 시간에 알바하고 있어요? 나보다 형이면 고3 아닌가? 공부해야지. 형 양아치야?’

‘머리카락은 원래 분홍색인 거예요? 분홍색은 색 빨리 빠지는데. 염색 돈 많이 들잖아요. 아, 그래서 편의점 알바 하는 건가?’

게다가 말까지 많아 오면 조용히 입 다물고 가는 날이 없었다. 손님이 드문 편이라 시급을 적게 받아도 할 만했던 편의점 알바를 고단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한 명이라 눈을 가늘게 뜨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놈을 응시하자, 할 거 없으면 꺼지라는 눈빛을 알아들은 건지 도은호가 불현듯 아, 하는 탄성을 내뱉고 손가락을 들었다.

“그럼 저 저거 하나 주세요.”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던 봉구는 시야에 들어오는 종이곽을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담배잖아.”

“네.”

“너 담배도 펴?”

양아치처럼 생겼고 재수 없긴 해도 말하는 거나 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영 질이 나쁜 놈 같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도은호는 편의점을 방문한 지난 2주간 욕 한 번 입에 올린 적 없었고, 난폭하게 군 적도 없었다. 오히려 폭력적이었던 횟수는 딸기 우유를 그의 얼굴에 던진 적 있던 채봉구가 더 많았다.

그런데 담배라니.

의외라는 눈빛이 잠깐, 그리고 쓰레기를 보는 듯한 감정이 확실히 피어오르자 구겨진 표정을 본 도은호가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 형 진짜 웃기네. 설마 내가 진짜 담배 피겠어요? 그럼 담배 이름 얘기하면서 달라고 했겠지. 나 저거 이름도 몰라.”

키득거리던 이가 재밌다는 듯 눈꼬리를 훤히 휘어 보였다. 놀아난 느낌에 표정을 굳힌 채봉구가 입술을 사리물었다. 피곤하다. 지치고 짜증이 났다. 왜 이런 장난에 당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고개를 숙이고 죽을 사를 세 번, 참을 인을 세 번 번갈아 입에 담고 있으니 쓸데없이 장난스러운 소년이 말을 걸었따.

“담배 달라고 해야 대답해 주는구나.”

“…계산 안 하실 거면 가시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답하니 도은호의 웃음이 진해졌다.

“담배 달라고 하려 했는데 안 되겠다. 형 고딩한테 담배 팔아서 알바 잘리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거 하나 계산해 주세요.”

카운터 앞에 배치돼 있던 딸기향 젤리 하나를 데스크 위에 올린 이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천오백 원입니다. 무념무상으로 대꾸하며 카드를 받으려는데 별안간 덥석 손이 붙들렸다.

“……!”

화들짝 놀란 봉구는 황급히 붙들린 손을 빼냈다. 잡힌 순간은 찰나였는데 어느덧 손아귀에 무언가 들어와 있었다. 그사이 도은호가 멋대로 카드를 밀어 넣었는지, 계산이 끝나 카드를 뽑아달라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아연실색해져 있는 동안 젤리를 봉구 쪽으로 밀어 넣은 도은호가 웃으며 한쪽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고쳐 들곤 손을 흔들었다.

“형이 번호 안 주길래 내가 주고 가려고요. 그 번호로 연락해요. 연락하면서 젤리도 먹고요.”

내일 보자 얘기한 이가 질척거리던 것치고 미련 없이 편의점을 빠져나간다. 불타는 남의 속과 달리 시원한 걸음걸이였다.

딸랑.

악당의 퇴장을 알리는 풍경이 울린다. 폭풍이 휘몰아치고 지나간 듯 정신이 없어 눈썹을 찌푸렸던 봉구는 손에 들린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망설이다가 슬쩍 펼쳐보니 도은호의 것으로 추정되는 숫자 11개가 삐뚤빼뚤 휘갈긴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성격다운 글씨체다.

-연락해용♥

어울리지도 않는 하트까지 붙인 메모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채봉구는 그 번호를 한참이고 바라보다 이내 손안에서 구겨 영수증 버리는 상자에 던져넣었다. 연락할 핸드폰도 없는데 번호 하나 당당히 남기고 간 고딩 하나 때문에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피어오르는 불쾌감이 자격지심인 건지, 아니면 질투인 건지 그도 아니면 그냥 이 삶을 향한 염증인 건지.

손끝에 찝찝한 느낌이 감돈다. 도은호에게 붙들렸던 부위가 따가운 것 같아 벌레 털 듯 손을 털어내고 덩그러니 남은 젤리에 시선을 두었다. 분홍색 젤리 포장지 위로 담배 하나로 저를 놀리던 얼굴이 떠올라 겨우 잠잠해졌던 속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기분이 확 나빠져 젤리까지 버리려 했던 봉구는 분홍 봉지를 쓰레기통에 처박기 직전 알바 가지 말라고 보채던 아름의 얼굴을 떠올리고 손을 멈칫거렸다.

삐진 아이 푸는 데 달콤한 과자만 한 것이 없는데.

…젤리는 죄가 없지.

결국 봉구는 깊은 고민 끝에 퇴근 길에 젤리 하나를 챙겨 보육원으로 향했다. 처지가 이렇다. 지겹도록 싫은 새끼가 준 선물 하나 거절하지 못해서 구걸 하듯 받아 챙겨야 하는 처지가.

좆같아서, 진짜.

새삼스럽게 제 위치를 다시 알게 돼 얼굴을 쓸어내리며 소리 없이 앓았다.

도은호가 싫다.

사실 그가 제게 이렇다 할 큰 죄를 지은 건 아니었다. 삶이 휘청거릴 만큼 도 넘은 장난을 친 것도 아니고, 폭행이나 폭언을 퍼부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채봉구는 도은호가 싫어 미칠 것만 같았다. 오히려 저를 함부로 막대하지 않기에 더욱 싫었다.

새벽에 일어나 어린애들을 씻기고, 등원 준비를 하고 애들이 먹을 아침을 차린 다음에야 지각하지 않기 위해 뛰어야 하는 삶에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의 저녁을 챙기고 알바에 나가야 하는 삶에서, 새벽 1시까지 알바하고 돌아와 씻고 2시쯤 지쳐 잤다가 6시에 다시 일어나야 하는 삶에서 도은호의 존재는 딱 채사장만큼의 재앙이었다. 그가 호의를 베풀면 베풀수록 제 위치를 적나라하게 인지하게 되니까.

겨우 딛고 있던 땅도 무너질 것만 같다. 11자리의 전화번호를 받고도 연락할지 말지 결정할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는 제 사정이, 내키지 않은 젤리를 받고도 버린다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제 위치가 진절머리 나 실증을 삼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을 벅벅 그어 가려버렸다.

여유가 있어서 이딴 생각이 드는 건지, 버틸 힘이 없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제 상태를 종잡을 수 없어 길게 마른세수를 반복했다. 그러다 죽은 눈으로 고개를 젖혔다.

"진짜, 어디 도망이라도 갈까…."

보육원엔 개새끼가 살고 편의점엔 미친 새끼가 찾아온다. 오갈 데도 없는데 걸음하는 곳마다 재앙이 있으니 살기가 좆같아서 도망이라도 가야겠다. 백아흔 번째 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채봉구는 그 현실에 순응하듯 느릿느릿 걸었다.

새벽 1시 17분.

여러 상념에 젖어 평소보다 늦게 귀가했는데 불이 켜진 보육원에 눈이 커질 무렵이었다. 방에서 아이들이 달려 나오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혀어어엉! 아름이가, 아름이가!”

“봉구, 오빠아…. 아름이 이마가 막, 막 계속 뜨거워. 알려준 대로 차가운 수건 얹어도 안 가라앉아.”

“…뭐?”

난장판인 보육원에서 봉구의 시선이 느릿하게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이불을 덮은 채 색색 위태로운 숨을 내쉬는 아이가 보인다. 딸기 맛 젤리를 손에 들고 돌아온 봉구를 반긴 건 열이 40도까지 들끓는 아름이었다.

“혀어엉….”

아름을 간호하고 있던 12살, 13살 아이들이 봉구를 돌아보며 울음을 토했다. 그 울음들이 두통을 유발해 봉구는 한숨을 내쉬며 건조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진짜, 사는 게 뭐 이리.

같은 건지.

자존심까지 굽혀 가며 들고 온 젤리는 얼마 가지 않아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정신을 차리고 아름을 끌어안자, 열이 올랐음을 증명하듯 뜨거운 팔이 봉구의 목을 감쌌다. 오빠아… 아름이 아파…. 애 같은 투정에 신물이 난다. 아름의 열이 제게까지 전해져 오는 기분에 봉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치미는 욕설을 참았다. 안 그래도 애들은 체온이 높은데 아프기까지 하니 체감상 평소의 배로 뜨거운 것 같았다.

“오빠아아….”

“이아름.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언제부터 열났어. 병원 가야 할 것 같아?”

시발.

채봉구는 그리 물으면서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병원 가야 할 것 같아? 는 개뿔. 당연히 데려가야지. 애 열이 미친 용암처럼 들끓는데.

그런데도 그리 물은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없어서, 채사장은 애새끼들이 아파 뒤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아서, 보육원은 병원까지 너무 먼 거리에 있었고 이 시간에는 응급실이 아니면 갈 데가 없어서, 응급실은 그냥 병원보다 비싸니까.

돈, 돈, 돈. 그 거지 같은 이유로 애가 아픈데 이딴 질문이나 하고 있다. 금전은 항상 봉구를 길가의 개미보다 못할 만큼 납작하게 만들었다. 가난은 이렇게 사람의 숨통을 조여 존엄성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형아…. 아름이 많이 아파?”

아름보다 두 살 많은 승효가 그래도 오빠라고 걱정했다. 많이 아프냐는 그 물음이 아름의 답을 대신하는 것 같아 표정을 흐린 봉구는 이제 헉헉 가쁜 숨만 간신히 내쉬는 아이를 보다가 결국 보육원을 나섰다. 채사장 그 새끼는 보육원 원장이면서도 보육원 안에 없어, 연장자는 자신뿐이었다. 아파서 죽겠다는 애를 책임질 수 있는 게 저 하나라는 소리다.

치솟는 짜증을 삼키며 가방을 열어, 어제 받았던 월급봉투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가뜩이나 최저 시급의 반만 받았고 주휴 수당도 받지 못해 처참한 돈이었는데 아름의 병원비며 약값을 생각하니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픈 애한테 아무거나 먹일 수도 없었으니 그럴듯한 죽을 사주려면 또 돈이 든다. 응급실이 있는 병원은 멀어 야밤에 택시비로만 만원이 깨지게 생겼다.

너는 왜 아파서.

무심코 든 생각에 봉구는 지레 놀라 제 입술을 깨물었다. 니가 채사장도 아니고 뭐 이런 생각을 해? 스스로를 다그치며 치미는 울화를 억눌렀다.

어린아이는 원래 자주 아프다. 아름은 보육원 아이 중에서도 특히 몸이 안 좋은 편이었고 물에 잘못 빠진 날이면 독감을 앓는 게 당연한 수순일 정도로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제가 몰려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

일진이 뭣 같다 채사장이며 도은호며, 하다못해 아름이까지. 오늘 하루간 무엇 하나 제 위치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없어 아름을 끌어안은 힘이 거세졌다. 오빠아…. 작은 목소리가 열기 속에서 울먹인다. 그 감정에 함께 휩쓸려 울고 싶어졌으나 꾹 참고서 아름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을 방으로 돌려보냈다. 아름이 괜찮을지 걱정하는 아이들들을 좋은 말로 달래는 동안, 시시때때로 울컥하는 속에 비해 눈가는 건조했다. 눈물 한 방울 흘릴 기력조차 없다는 듯이.

“…오빠.”

“조금만 기다려. 지금 병원 갈 거야.”

재촉하는 아름을 달래고서 길을 나섰다. 새벽이다. 길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택시를 부르려면 큰길까지 나가야 했다. 아름을 안은 채로 한참을 뛴 봉구는 숨을 헉헉거리며 한적한 도로에서 발을 오가는 차가 없는지 살폈다. 야밤에 지나는 택시가 없어 큰길로 나오고도 20분을 더 허비해야 했다.

“으으….”

“조금만 참아.”

우는 애를 달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5분이 더 지난 후에야 택시 한 대가 빵! 하고 시끄럽게 클랙슨을 울렸다.

기적이다. 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아름을 한 팔로 안아 들고 남은 손을 흔들자 차량이 인도 근처에 멈춰 섰다. 재빨리 탑승한 다음 가까운 응급실을 얘기하니 택시 기사가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보곤 혀를 끌끌 찼다.

“하이고. 아프면 한창 곤란한 나이일 때네. 갓난애들보다 저렇게 큰 애들이 아프면 더 골치 아파.”

“빨리 가주세요.”

“…거참.”

말 한마디 했다가 면박에 가까운 눈빛을 받은 택시 기사가 멋쩍어하며 차를 몰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깨달은 건지 그 이후로 쓸데없는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용한 차 안에선 오직 아름의 힘겨운 숨소리와 봉구의 한숨만 간헐적으로 울려퍼졌다. 택시 기사는 한숨이 들릴 때마다 입이 근질거리는지 자꾸만 뒤로 시선을 주었으나 봉구는 그 눈빛을 의식해서 아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거리를 빠르게 주행하는 택시 위에 올라타 있으니 품에 커다란 짐을 안고 있어도 약간은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그 해방감은 택시비를 계산할 때쯤 무너졌다.

“기사님, 저….”

주머니에서 꺼낸 봉투를 쥐고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살짝만이라도 깎아달라 할 순 없나 싶어 눈치를 보다가 입술을 꾹 깨문 순간이었다. 탁탁,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 했던 기사가 아름을 한 번 살피더니 이내 라이터를 집어넣곤 말했다.

“만원만 줘.”

30분이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나왔음에도 그리 말하는 택시 기사에 봉구는 홀쭉한 봉투에서 이만 원을 꺼내려다가 말고 기사의 눈치를 봤다.

삼천 원도 많이 깎아 주는 건데….

깎아달라 한다면 그만큼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는데 기사가 받지 않은 금액은 그보다 더했다. 이래도 되나 싶어 망설이고 있으니 택시 기사가 휙휙 손을 저었다.

“돌아갈 때도 택시 타야 할 텐데, 아니면 이만 원 주고 갈 때 공짜로 타고 가든가. 기다려 줄 테니까.”

이번엔 기사가 봉구의 시선을 못 본 체하며 얼른 돈 주고 들어가서 일 보라는 듯 무신경하게 굴었다. 결국 봉구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소중히 꺼내 기사에게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병원비 계산하고… 만원 또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 말이 뭐라고 목구멍에서 막혀 튀어 나오질 않는다. 몇 번 입을 달싹여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입에 담지 않은 말이라서 그런가. 그놈의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에. 그 자존심 하나 못 굽혀 택시 기사의 말을 무시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아 낯이 다 뜨거워졌다.

‘봉구야. 살다 보면 자존심 그런 게 밥 먹여 주는 거 아니다. 심보는 곱게 써야 해.’

아주 어릴 적 할머니가 해준 말이 왜 지금에서야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근래에도 종종 떠오르긴 했지만 채봉구는 전부 코웃음치며 무시했다. 먹고 사는 게 없는데, 자존심이라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그런데 그렇게 내세운 자존심은 늘 채봉구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지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게 채사장인지 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득 울컥해 입술을 꽉 깨물자 택시 기사가 만 원을 받아들며 봉구의 품을 향해 눈짓했다.

“애 운다. 얼른 들어가.”

그제야 아름이 히끅거리는 게 들려 정신 차린 봉구는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가 응급실 안으로 뛰었다. 아름은 응급실에서도 한참을 울다가 주사를 맞고, 호흡기 치료를 받은 다음 해열제까지 들고 나서야 제풀에 지쳐 잠이 들었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수납 도와드릴까요?”

아름을 조심히 안아 든 채 한참을 서 있으니 간호사가 조심스레 묻는다. 육만 원. 야간 진료라서 다른 때보다 비용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돈 없는 학생처럼 보이기 싫어 표정 변화 없이 지폐 여섯 장을 내밀자 간호사의 친절한 배웅이 떨어졌다. 봉구는 한껏 얇아진 봉투를 쥐고 택시로 돌아갔다. 택시 기사는 빈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정말로 1시간이 넘도록 기다려 줘,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택시를 잡느라 생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다.

“…애가 애를 들고 뭐 하는 건지….”

만원을 내밀고 차에서 내렸을 때 들리는 작은 속삭임. 동정이 가득 깃든 말에 봉구는 제 옷을 내려다보고 웃었다. 교복. 학생임을 증명하는 적나라한 복장에 괜한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도 제가 왜 웃는지 모르겠어 그저 허탈히 서 있으니 택시 기사가 고생한다는 말을 끝으로 도로를 끼고 저 멀리 사라졌다. 그 차의 뒷모습을 멍하게 응시하던 봉구는 매연 냄새가 사라질 즈음에야 눈동자에 초점을 되찾았다.

팔만 원.

하루 동안 생긴 총 지출을 계산하고 봉투를 열어봤다. 십팔만 원. 삼십만 원도 채 들어있지 않은 봉투는 사장에게 건네받았을 때보다 더 줄어있었다.

“식비 감당이 안 되겠는데.”

이제 새로운 달이 시작된 지 하루였다. 다음 월급을 받기엔 까마득했는데 나갈 돈은 많았다.

돈, 돈, 돈.

어른이 되면 이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다 지겨워 죽겠고 좆같아 죽겠다. 이렇게 된 거 그냥, 고등학교 자퇴하고 채사장이 소개해 주는 일이나 받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무리 처맞는 일이라도 편의점 알바 월급보단 많이 주겠지.

차라리 늙은 아저씨들이 제 소속을 두고 벌이는 입씨름이라도 빨리 끝났으면 했다. 느린 걸음으로 보육원 안에 들어가자 모두가 잠들어 조용한 공기가 지친 봉구를 맞이했다. 조심조심, 발소리 나지 않도록 신경 써 아름의 방에 들어가니 승효가 엎드려 자고 있었다. 걱정 말고 푹 쉬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끝까지 불안을 못 놓아 여기서 잠든 모양이었다.

너희 처지나 내 처지나 결국 엇비슷한 팔자라고 생각하며 아름부터 눕히고 승효를 안아 들었다. 품 안쪽의 무게가 조금 더 묵직해진다. 승효마저 제 방으로 돌려 보내고 나니 어느덧 새벽 4시였다. 그때도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씻고 나오니 새벽 4시 30분이 되어 있어 바깥 하늘이 퍼렇게 변했다. 죽은 눈으로 밝아진 방에서 벽에 걸린 시계를 노려보다가 눈을 감은 봉구는 기운 없이 방문을 닫았다.

달칵.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처럼 방문이 굳게 닫혔다.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하루치의 일을 곱씹다가 걱정을 밀어내고 몰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날, 채봉구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무단결석을 했다.

 

*** 

“돈 좀 주세요.”

짝!

말하기가 무섭게 고개가 돌아갔다.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뺨이 부어오르는 게 느껴져 눈을 가늘게 뜨고 채사장을 바라보자, 배불뚝이 채사장이 눈썹을 잔뜩 구긴 채로 채봉구를 흘겨보았다.

“다시 말해 봐라.”

“어제 아름이 아파서 응급실 가는 데 든 비용이 8만원이에요. 이제 용돈도 안 주시는데 그 비용까지 제가 감당하기엔 힘들어서, 그 돈이라도 주셨으면 하는데요.”

“애새끼 죽든 말든 니가 챙기고 니가 거둔 새끼면 니 알아서 감당해야지. 돈은 멋대로 써놓고 맡겨 놓았다는 듯 달라 하면 뭐, 어쩌라고.”

역설적인 말이다. 채봉구는 단 한 번도 보육원의 애들을 거둔 적이 없었다. 거둬져 보육원에 있었을 뿐이지. 그런데도 제 책임을 모두 회피한 채 무정하게 대꾸한 채사장이 담배 꽁초에 불을 붙였다. 그가 내뿜는 희뿌연 연기가 고스란히 봉구의 얼굴로 향했다. 매캐한 연기를 맞으면서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있자 채사장이 독한 놈 다 봤다며 혀를 내둘러다. 익숙한 말이다. 편의점 사장한테도 들었던 그 말.

참 희한했다. 살아오면서 독하다 소리를 들은 적이 몇 없었는데 암담한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으니 독하단다. 그럼 뭐, 이딴 현실 개나 주라며 나가 뒤져야 안 독한 걸까. 살아있으면 독한 새끼인 걸까. 자조적으로 웃으니 담뱃재를 봉구 있는 데로 부러 툭툭 턴 채사장이 입을 열었다.

“학교부터 가고 돈 달라는 소리 해라. 전화 오게 만들지 말고. 학교는 왜 안 갔는데.”

가오리처럼 못생긴 눈이 봉구를 훑었다. 그래도 꼴에 학생이라도 학교 하나는 뺀질나게 등교해서 중학교 개근상을 타오더니 웬일로 놀았냐, 따위의 눈이었다. 억울함을 삼키며 아침 일을 복기했다. 새벽 4시 30분이 넘어서 잠들고 나니 다시 눈을 떴을 땐 오후 1시였다. 눈을 붙일 때만 해도 오늘은 늦잠 좀 자겠거니 했지만 이렇게까지 푹 잘 줄은 몰랐다. 그 모든 게 혼자서는 등원도 제대로 못 하는 애들이 맏형 하나 편히 자게 내버려두겠답시고 저들끼리 옷을 갈아입고, 신을 신고 하며 몰래 나간 결과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사실을 알아차린 다음 얼마나 황당했던지.

자신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 보면 몇 번이고 더 아파도 기꺼이 업고 뛸 수 있었다. 원래 채사장에게 돈을 받아낼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쓴 돈 받아야겠다며 꾸역꾸역 따귀 들이밀고 여기 서 있는 것도 그 까닭이었다. 저를 위해 뭐라도 해보겠다는 동생들이 있었으니 봉구도 뭐라도 뭐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으니 설 곳이 이 자리밖에 없는 거다.

팔만 원을 다 받아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만 원, 이만 원. 그게 아쉬워서 말을 꺼내 봤다.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긴장 속에서 말문을 뗐다.

“돈이 없어서요.”

“뭐?”

“돈이 없어서 못 갔어요.”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채사장의 손이 또 올라왔다. 한 대 더 맞겠거니 싶어 눈을 감자 곧 에이씨 하고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채사장이 지갑에서 꺼낸 초록색 지폐 두 장이 얼굴로 날아왔다.

“나 원, 재수가 없으려니…. 니도 참 지독하다, 지독해.”

더러워서 준다는 듯 마지못해 날리는 돈이다. 봉구는 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채사장의 지갑을 들여다보았다. 지갑 안이 노랗다. 진한 노란색으로 가득해서 시선을 두고 있자 그 눈빛을 알아차린 채사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눈독 들이지 말라는 신호로 때리는 시늉 한 번 취한 이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사라졌다. 봉구는 눈에 한가득 담아냈던 노란 지폐를 떠올리며 바닥에서 초록색 지폐 두 장을 주웠다. 같은 두 장인데 노란색으로 바뀌기만 하면 10만원이다. 그 이치가 참 덧없었다.

“…그래도 아름이 죽 살 돈이랑 애들 간식 살 돈은 되겠네.”

형 잔다고 작은 손발로 고생해서 나간 애들한테 뭐라도 줄 건 되겠다 싶어 지폐를 들고 일어나는데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툭, 얼굴에서 떨어지는 것이 있길래 바닥을 응시했다. 회색 아스팔트에 검은 얼룩이 하나둘 생기고 있었다.

툭, 툭, 툭. 얼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숫자가 많을수록 동그란 얼룩도 늘어난다. 그것들이 열 개가 넘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인지한 봉구는 젖은 얼굴을 팔뚝으로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휘청.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고작 일어나는 행동 하나를 못 해 몸이 좌우로 기울었다. 간신히 힘을 주어 버틴 순간이었다.

불시에 벼락같은 깨달음이 뇌리를 강타하며 후두둑 갈무리했던 눈물이 다시금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짧게 탄식을 삼킨 봉구가 고개를 숙였다. 손 안에서 지폐가 구겨진다. 채사장에게 뺨 맞은 적이 한두 번도 아니건만 왜 눈물이 나나 했더니….

빌어먹을 돈, 거기에 묶여 내가 같잖게 잡고 있던 자존심까지도 방금 팔아먹었구나. 얼굴에 담배 연기 맞아가며, 뺨 맞아가며, 개근상 포기해 가며 그렇게 팔아먹었던 거었구나.

미처 생각도 못 했다. 깨달았을 땐 일이 다 벌어지고 난 후라 이미 저만치 채사장이 가고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손아귀를 응시했다.

빳빳한 초록 지폐 두 장.

채봉구의 자존심은 십만 원도 아니고 이만 원짜리였다. 그토록 집요하고 고귀한 척해가며 지킨 것이 참으로 덧없는 금액이었다. 그게 어이없어 웃은 봉구는 지폐 두 장을 꼬깃꼬깃 쥔 채로 한참을 고민하다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곧장 편의점으로 가 사장님께 부탁해 알바 시간을 늘렸다. 오후 6시에서 새벽 2시까지로. 시간이 늘어난 대신 출근 시간도 훨씬 당겨졌다. 되찾았던 20분의 시간이 사라지고 다시 근무 시작 30분 전까지 출근하게 된 봉구는 이제 아침에 아이들 아침밥을 챙기면서 저녁밥도 미리 만들어 놔야 했다.

하루는 더 길어졌는데, 채봉구의 삶은 더 짧아졌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편의점 유니폼을 입으면서도 당장 내일부터 바뀔 하루가 썩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아 멍하게 일을 했다. 손님이 오면 죽은 얼굴로 안녕하세요, 했고 갈 땐 안녕히 계세요 했다가 날아오는 물병에 얻어맞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있으니 별안간 볼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화들짝 놀라 앞을 바라보았다.

“뭘 하고 있길래 손님이 오는지도 몰라요? 형 이러다 알바 잘리면 저 누구랑 놀아요.”

도은호다.

당연하다는 듯 가져온 딸기 우유를 볼에 대준 이가 눈이 마주치자 싱글벙글 웃는다. 무표정일 땐 험악한 인상이 눈동자가 휘어지는 순간에는 하염없이 순진하고 장난스럽게 보였다. 몽롱한 눈동자에 초점이 바로 잡히자 계산을 위해 딸기 우유를 내려둔 이가 카운터 앞으로 성큼 다가와 탁자를 짚었다. 앞으로 그림자가 지며 도은호의 얼굴이 그늘처럼 봉구에게 내려앉았다.

“왜 연락 안 했어요? 기다렸는데.”

“…….”

“뭐, 괜찮아요. 한 번만에 연락 올 거란 생각은 안 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가져왔어요.”

씨익 웃은 도은호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두 번 접힌 종이를 펼쳐 보인 그는 전화번호 열한 자리를 손수 가리키며 연락 좀 해달라 요청했다. 그러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데, 그 안을 노란 지폐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이 빠져 웃은 봉구가 딸기 우유와 함께 놓인 번호를 눈에 담았다. 시선을 눈치챈 도은호가 실실 웃었다.

"어때요. 정성이 좀 갸륵한가? 그래서 연락할 마음이 막 드나?“

장난스러운 어투가 간신히 잡고 있던 자존심과 이성의 끈을 모조리 싹뚝 썰었다.

"없어.“

그 대꾸에 도은호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도 연락 안 하면, 다음엔 형한테 핸드폰 달라고 해도 돼요?”

“없다고.”

“에이. 그런 식으로 차는 건 유행 지났는데. 애초에 수작 거는 게 아니라 전 그냥 형이랑 친―.”

“없다고. 없다고, 없다고! 그냥 핸드폰이 없어서 연락 못 하니까 네 번호 갖다 치우라고!”

“…….”

바락! 기를 쓰고 내지른 소리에 도은호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봉구는 뒤늦게야 제 입에서 터져나간 말들을 자각하고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우스운 일이다. 소리라도 되는 대로 지르고 나면 속이 좀 편할까 싶었는데, 막상 내질러도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답답하기만 해 입술을 콱콱 씹고 있자 갑작스러운 고함에 한참 멍하게 있던 도은호가 말없이 파란 지폐 한 장을 꺼냈다. 본능적으로 계산해 달라는 소리임을 눈치챈 봉구는 그걸 받아 딸기 우유의 바코드를 찍었다. 팔백 원이요.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원을 이백 원으로 거슬러준 순간 모든 게 끝났음을 직감했다.

해방인 거다.

이렇게까지 싫은 티를 냈으니 한소리 얻어들은 도은호는 더 이상 편의점을 찾지 않을 거였다. 그럼 자신의 알바는 한결 편해진다. 제 처지를 알게 돼 비참한 날도, 한 살 어린 새끼보다 나은 점 하나 없어 지레 느끼는 자격지심도, 저를 한심하게 만드는 모든 것도 사라질 거다.

그렇다면 인생도 더 나아지겠지. 그럼 후련해야 하는데 왜….

생각만큼 속이 후련하지 못하다.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와중에도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모든 불행의 원인을 그에게 돌리려 하고 있으니 이백 원을 받아 간 도은호가 곧 가방에서 펜과 영수증 하나를 꺼내 들더니 영수증 위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커다란 체구를 쪼그리는 데 망설임이 없다. 자존심도 없는지 한참 구겨진 채 글씨를 적던 도은호가 곧 파란 글씨가 가득 적힌 영수증을 건넸다.

“…이번엔 진짜 깜짝 놀랐네요. 저 형이 목소리가 이렇게 큰지 오늘 처음 알았어요. 나중에 뭐 가수 해도 되겠다. 그리고… 죄송해요. 형이 핸드폰이 없을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뭐, 꼭 폰이 있어야 연락하나. 핸드폰 없으면 편지해요.”

자기가 말하면서도 조금 멋쩍은 건지 평소보다 횡설수설, 맞지도 않는 맥락으로 말을 이어가던 이가 이내 시원스럽게 웃었다.

“답장은 내일 받으러 올게요.”

다시 한 번 죄송해요.

봉구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이고 눈을 찡긋거린 도은호가 늘 그랬듯 미련 없이 편의점을 나섰다. 향수인지 샴푸 향인지 판단이 안 서는 잔향이 카운터에 옅게 남아 그의 존재를 알렸다.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영수증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딸기 우유 하나와 자기가 먹을 흰 우유 하나를 카드로 계산해 가길래 내주었던 영수증이 글씨를 빼곡하게 품은 채로 탁자 위를 나뒹굴었다.

-우리 교복 같은 거 알아요? 2학년 7반 도은호. 보고 싶으면 찾아와도 돼요. 오 저거 너무 수작질 같아서 지움 근데 형 고3인 거 맞죠? 키가 너무 작아서 설마 동갑한테 여태 형이라고 하고 있었나 해서 ㅎㅎ 답장 안 하면 동갑이라도 생각해도 되는 건가?

영수증이 뭔 거울도 아니고, 도은호의 성격이 고스란히 비쳐 보였다. 봉구는 활자로도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이가 남겨둔 영수증을 내려다보다가 그것을 움켜쥐었다. 바스락. 영수증 구겨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귓가를 울린다.

…도은호가 싫다. 자신을 한없이 작은 새끼로 만들 때는 언제고 핸드폰 하나 없는 놈을 평범한 사람으로 돌려놓는 그가. 자신을 보육원의 누구, 아름의 보호자, 채사장 밑에 누구, 편의점 알바 누구 가 아닌 채봉구로 보는 그가.

이유 없이 와서 안 그래도 혼란한 머릿속을 전부 흔들어놓는 그가 싫었다.

그래 봤자 잘 사는 새끼면서, 저 같은 놈 하나에게 뭐 그리 흥미가 있어서….

봉구는 손에서 구긴 영수증을 투시하듯 손등을 바라보다 기이한 바람이 몰아치는 마음을 느끼고서 깊게 눈을 감았다.

이른 새벽에 있던 아름의 사건부터 시작해서, 택시 기사와의 대화, 채사장, 그에게서 받은 이만원, 편의점에서의 모든 소란까지.

참… 하루가 길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너무 길었다.

미성년들 01 마침

02로 이어짐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