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님네(220호)

[짓큐?미레] 나의 에로스

“미레야. 아, 이렇게 부르는 게 아닌가?”

어둠 속에서 남자의 보랏빛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그것은 미레를 본능적으로 움츠리게 만들었다. 어렸을 적 괴담으로나 들었던 침대 밑 괴물을 목도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물론 남자는 침대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 한 가운데에 떡 하니 서있었던 지라 좀 다른 이야기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눈이 선명하게 웃어보였다. 아니, 웃었던가? 미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얼굴이 가까워져왔다.

“대답, 안 해줄거야?”

코끝이 맞닿는다. 미레는 그 접촉에 놀라서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기분이 되었다.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고 있자, 그것이 귀엽다는 듯 그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미레야.”

익숙한 눈빛인데 낯설다. 익숙한 목소리인데 낯설다. 그녀의 짓큐는 이렇게 은근한 목소리를 내는 이가 아닌데. 저렇게 한 입에 집어 삼키고 싶은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보지 않는데.

“누구야?”

그래서 그렇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할 말을 예상했다는 듯이 남자는 바로 대답했다.

“너의 짓큐 미츠타다.”

이제야 겨우 직접 네 눈동자를 보게 되었네, 남자는 즐거운 듯이 말한다. 조금 몸을 움직이자, 머리카락이 스치며 그녀를 간지럽혔다.

“네가 좋아하는, 너를 좋아하는. 너의 짓큐 미츠타다.”

그녀에게 말하듯이, 혹은 스스로에게 되내이듯 말하는 목소리는 사람을 홀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남자가 손을 들어 그녀의 목을 어루어만졌다. 그 손길을 상냥했다가, 딱딱하게 굳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보니 알겠군. 나는 너를 사랑스럽게 여기는구나.”

달콤한 고백을 듣고 있는데도, 미레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꿈이면 좋겠다. 꿈이 아닐까. 눈을 감았다 뜨면 다정한 나의 오빠가 일어났냐며 반겨주지 않으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가를 스치는 입술의 온기가 생생해서, 그녀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싶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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