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스트

그럼, 아름다운 열 송이의 장미처럼

잔인하게 사냥하여 피를 취해 치장을 하라

6. 영원히 구르는 동전 속에서

편지가 왔다.

미래에서.

사르네는 무슨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웃을 거리가 필요했다. 비웃음이라도 좋았다. 자신을 얇게 감싸고 있는 끈적한 점액을 웃음으로 씻어 내리고 싶었다. 그는 숨을 한번 들이키고 편지를 열었다.

귀족들은 사냥을 모른다.

귀족들은, 넓은 정원에 가둬놓은 여우를 쫓아 사냥놀이를 한다. 심지어 자기들이 쫓는 것도 아니다. 사냥개에게 맹렬하게 여우를 쫓아 달리도록 한다. 개들이 여우를 모는 동안 귀족들은 한담이나 나눈다. 여우가 지쳤을 때 귀족들은 어정어정 한가롭게 가서 여우의 숨통을 끊고 전리품을 얻었다며 의기양양해한다.

앞서 말했듯 이건 사냥놀이다.

사냥은 좀 더 아름답고 목숨을 걸고 서로 싸우는 것이다…….

다음은 뭐가 적혀있는지 몰랐다. 사르네는 격분을 하며 편지를 휴지통에 쑤셔넣었다. 사냥이 아름다운 사투라고? 고함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이빨 아래에서 산산히 갈려 다시 목구멍 뒤로 넘어갔다.

5. 비술사

아저씨!

사르네가 비명을 질렀다. 죽은 줄 알았던 초원 영양이 벌떡 일어나 발 뒷굽으로 아저씨의 턱을 갈겼다. 사르네의 가족을 살뜰하게 보살펴주던 사냥꾼이었다. 아저씨는 소리도 못 지르고 뒤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초원 영양은 갈라진 배때지에서 피와 내장을 흘리며 겅중겅중 광란하다 앞다리를 꿇고 드디어 거꾸라졌다. 사르네는 아저씨에게 치료를 해주려고 했지만 어른들이 아직 소년이 볼 것은 아니라며 억지로 끌고갔다. 이빨이 깨지고 턱이 갈라지고 눈이 충혈된 환자를 보는 것은 안 되고, 배가 갈려 안에 든 것을 흩뿌리며 발광하는 영양은 봐도 되는 것이었나?

어른 사르네는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어른들은 정결한 것, 운, 길, 행운과 같은 것을 들어 소년 사르네에게 빈사 상태의 아저씨를 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영양은……. 배가 갈린 영양은 그런 것이었다, 수확한 벼, 따온 사과, 그리고 배 가른 짐승.

소년 사르네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짐승들을 가둬놓고 놀이로 사냥을 한단 말이에요?

사르네보다 세 배는 더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지루한 일이지. 나는 항상 그걸 혐오했다. 하지만 너는 놀라는군. 혐오하는게 아니라.

하지만 사냥은 먹고살기 위한 것이잖아요. 놀이로 사냥을 한다는 건, 맛있는 고기 간식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요?

간식?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지?

사냥감은 어머니 나아마와 아버지 아짐께서 온 힘을 다해 싸우라고 준 선물이에요. 모든 것을 먹고, 입고, 써서 존중해야하죠.

그런가. 사냥놀이에서 얻은 사냥감은, 그냥 놀잇감이 되어 버려질 뿐이다. 혐오스럽나?

아니었다. 사르네는 혼란스러웠다. 우리 부족은 항상 절박했다. 생존해야했다. 오랜 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스스로를 속여야했고, 그래서 물자는 항상 부족했다. 물자가 부족하니 전사와 사냥꾼은 약했고……. 사냥은 벼르고 별러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노동이었다. 우리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 노동을 하는데, 이게 취미이고 놀이인 사람들이 있다고?

있죠, 아저씨…….

덩치 큰 남자는 이미 저편으로 걸어 사라지고 있었다. 사르네는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힘을 펼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었다. 그건 초원의 규칙이었다. 더 나아가 세계의 규칙일 것이다. 집 장식장 꼭대기에 있는 어머니의 장신구를 꺼내 챙겼다. 어른만 찰 수 있는 장신구였고, 잃어버리는 것은 큰 죄악이었다. 어머니 미안해, 사르네는 장신구를 찼다. 어른 사르네는 집을 나갔다.

3. 정의의 逆

어느 때 보다 좋을 수가 없다. 사르네는 영웅이었다. 그의 명성은 아짐 대초원 자락까지 뻗어나갔다. 아마 자신의 부족도 자신의 이름을 들었겠지. 하지만 사르네는 의자에 앉아 침통하게 자신의 대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걸어온 길은 올바른 길이야.

그러나 결과는 올바랐는가? 항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사르네 자신이 잘 알았다. 사르네는 선이 곧 선으로 보답받는 세상에서 살지 않았으니까. 올바른 가치와 함께라면 올바른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그는 항상, 항상 마음 속으로 되뇌였다. 암흑을 다루는 법에 대해 골몰해보았다. 선과 악, 사실 그 모든 것은 모호하다. 그것을 관통하는 진실 하나……. 그 진실로 암흑기사는, 아니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그 진실은.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

절박한 사냥 속으로, 절박한 노동 속으로, 뼈와 살을 깎는 추위와 그것을 막지 못하는 천막 속으로, 장신구를 잃어버린 채 바닥을 더듬으며 우는 어머니의 품 속으로, 절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건 생존의 장이었다. 나는…….

제노스가 살아있다는 소식이다.

새벽의 링크펄로 들어온 이야기였다. 사르네는 자신의 절망에서 빠져나와 공중을 아무렇게나 떠다니는 물건들을 헤치고 첨벙거리며 나아갔다. 그의 목소리는 부글거리는 공깃방울에 막혀 들리지 않았다. 코우진의 주술이 풀린 것 같지는 않았다. 부글부글, 부글부글, 사르네의 기쁨은 기포가 가려주었다.

나는 노동을 하기 위해 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거기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칠 것이다. 절박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사르네는 다짐했다.

나는 내가 느끼기로 한 절박함만 느낄 것이다.

1. 검을 든 왕

사실 이 이야기는 권태로운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못할 뻔 했다. 남자는 모든 것을 가졌고,

그런 것들에 질려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지루해 할 뿐이었으니까.

아아 어느 황태자처럼 태어나자마자 정상인의 몸을 걸친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정말, 끔찍하게도, 자신의 힘으로 정상인의 몸을 쟁취하였다.

사자성어로 하면, 어디보자, “자수성가” 라고 하던가. 남자는 자수성가하여 모든 것을 얻었으며,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 지루해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동료들에게 웃는 낯이었으며, 맹주들에게는 진지한 낯이었고, 혼자 있을 때는 그 모든 가식과 권태에 질려 자신의 대검을 관리한단 핑계로 어느 전직 황태자를 베고 있었다.

이런 것으로 희열을 느끼느냐. 내가 너를 과대평가 한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군.

황태자가 조용히 웃었다. 그는 황실의 예법에 맞춰 늘 고귀하고 고고했다. 사르네는 제노스의 면상에 발길질을 했다.

왜, 내 추잡한 면을 보니까 너도 역겹냐?

넌…….

그건 거의 속삭임이나 다름없었다.

사냥의 희열을 아는 것이 아니었나?

즐거워보이던 사르네의 표정이 싹 굳었다. 그는 제노스의 목이 부러지기 직전까지 밟았다. 생리적으로 나올 법 한 소리도 내지 않고 제노스는 사르네를 도발한게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사냥? 네가 사냥이 뭔지는 알아? 그게 놀이야?

아저씨! 사르네는 턱이 으스러진 채 저만치 날아가 경련하는 아저씨를 보며 절규했다. 죽은 줄 알았던 초원 영양이 벌떡 일어나 발길질을 해대며 날뛰었는데, 거기에 턱을 맞은 것이었다. 아저씨는 살았다.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그 뒤로 아저씨는, 한쪽 입가로 침을 흘리며 흐릿한 눈동자로 지평선 너머를 보며 앉아만 있었다. 사르네의 가족은 아저씨가 베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얼마간 돌봐드렸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사르네의 집은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다…….

오호라, 그러고보니 나와 싸우는게 사냥이라고 했지? 사냥에 대해서 일말의 지식도 없는 주제에……. 환상만 가져서는.

그렇다면 네가 아는 것은 사냥인가?

제노스가 물었다. 그의 눈이 궁금증으로 반짝였다. 사르네는 차마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제노스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8. 봄의 세 처녀

그는 권태에 익사하고 있었다……. 아니, 권태로움이라고 이름붙이긴 했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임을 사르네는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 안에서 무언가가 움트고 있었다. 암흑, 힘에 잡아먹힌다, 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아니다. 그것보다 더 끔찍한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사르네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에오르제아도, 아짐도 아닌 라자한의 음식을 선택했다. 라자한의 음식은 입에 익지 않아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황홀했다! 이토록 다양한 향신료라니. 물론 몇몇은 맞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쁜 정도로 안 맞는 음식은 아니었다. 스프 안에는 적어도 5 종류의 향신료가 들어있었고, 기름진 고기는 그들만의 방법으로 밑간을 해놨다. 자극적이면서도 육질이 부드러웠다. 푸슬푸슬 부스러지는 쌀밥을 적당히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쿰쿰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또 향신료를 넣었다. 향신료는 흰 쌀에 노란 색을 입혀 더더욱 맛깔스럽게 보이게 했다. 문득 이 식도락이 어린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부족으로 돌아가

이름과 출신을 숨기고

머리가 깨져가면서 다시 사냥을 한다면 나는 만족할까.

사르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사르네.

내가 지금까지 죽여온 상대는

왜 사냥감이 아니었다는 것이지?

사르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그쳤다.

그러게. 왜 그들은 사냥감이 아닌가. 그는 여러가지의 이름으로 대검을 들었다. 약자의 이름으로, 때로는 맹주의, 때로는 새벽의, 때로는 혁명군과 해방군의 이름으로……. 하지만 사르네는 제노스처럼 사람들을 죽이면서 내가 사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어쩌면 사냥보다 더 추잡한 일이라 그런 것일까. 영민한 사르네는,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기분에 가슴이 답답했다.

2. 찬란하라, 태양이여!

다시 그 지긋지긋한 사냥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실 길을 나서고 사르네는 평탄한 여행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사르네는 뒤쥐고기도 못 사 상해가는 림사로민사 멸치를 며칠 씩 깨작깨작 먹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것을 원동력 삼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앞으로 발을 내딛은 것도,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궁핍한 불씨는 이제 찬란한 태양이 되었고,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은 올바른 일인가? 옳지 않은 일인가?

그게 뭐가 사냥이야.

사르네가 어린 모험가의 길드의뢰를 돕다 픽 웃었다. 어린 모험가는 발끈해서 대들었다.

제가 저렇게 커다란 닉스를 잡았잖아요. 닉스 가죽은 사냥 부속물로 요긴하게 쓰일거구요! 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사냥이 뭔데 그래요?

내가 생각하는 사냥? 사르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영양과 아저씨에 대한 나쁜 기억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고 그는 무기를 챙겼다. 그가 자주 죽인 것은 사람이었다. 최근엔 말이다. 제국군, 죄식자. 모두를 제압만 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효율성” 을 들이밀고 그들을 도륙하면서 왜 자신은 사냥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이건 기만인가? 옳지 않은 일인가?

10. 지팡이 납품 : 10개

아니면 이 모든 것은 실패한 완벽주의인가?

4. 쏟아지는 소년

이제 슬슬 거기서 나오도록 해라.

사르네에게 누군가가 큼직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마주잡았다. 우툴두툴한 굳은살. 여러 무기를 쥐어본 사람의 것이었다. 커다란 손은 사르네를 끈적한 점액 속에서 쑥 꺼내주었다. 뿌리가 뽑힌 것 처럼 사르네는 잠시 비틀거렸다.

왜지? 제노스. 혹은,

위아로트.

사르네는 도발하려고 했으나, 제노스가 선수를 쳤다. 어차피 그깟 이름갖고 그를 도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그를 도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는 스스로가 도발되고 싶을 때만 미끼를 물었다. 징그러운 사람이었다. 폐허가 된 갈레말드가 펼쳐졌다. 그 한가운데 바브일 탑이 서있었다. 각자의 욕구에 충실하던 탑이었다.

왜 하필 여기지?

사르네가 비아냥거렸다.

여기에서라면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의 결투를 벌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아니. 난 내가 싸우고 싶을 때만 싸운다.

아, 그러셔? 내가 봤을 땐 시도때도없이 싸우자고 들이대던데.

내 때와 네 때가 맞지 않았을 뿐.

어떻게 한 마디도 지질 않냐, 사르네가 지쳐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걷지도 않았다. 그냥 그 폐허 속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익숙해지지 않는 추위가 사르네를 베고 지나갔다. 그는 거기에 맞설 만큼 용감했다. 항상 그래왔다. 그것은 용기라고, 다들 말해왔지만, 아니다. 그는 항상 벼랑 끝을 걸어왔고, 벼랑 끝에서 도망치기만 했다.

한번 날아볼 생각은 없나?

제노스가 그의 생각을 읽은 양 물었다.

사람은 날 수 없어.

사르네의 답이었다.

7. 船을 6번 찔러라

나룻배가 있었다. 사르네는 그곳에 칼 여섯개를 갖다 꽂고 항해했다. 깃발 대신, 그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첫번째 칼.

제노스가 유빙을 피해 나룻배를 저었다. 다행이 유빙은 치명적일 정도로 크지 않았다.

두번째 칼.

제노스가 말했다.

이 곳은 항상 얼어있는데, 이례적이군. 예년과는 다르게 갈레말의 기후가 좀 따듯해진 것일지도.

세번째 칼.

사르네가 말했다.

이 곳의 기후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를 죽일 커다란 빙하는 없다는 데에 안도하자고.

네번째 칼.

제노스가 말했다.

우습군. 그렇게 혈투를 벌여놓고선 물에 빠져죽을까 걱정하다니.

다섯번째 칼.

사르네가 말했다.

자살 실패하고 먹은 마멋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다더라.

여섯번째 칼.

제노스가 물었다. 마치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처럼 말하는군.

누구도 자살을 해본 적은 없었다.

9. 물구나무를 선 고고한 여왕

날기 위해선 절벽으로 떨어져야한다. 올바른 말이다. 사람에게 날개가 있었다면 아주 올바른 말이었을 것이다. 사르네는 받아들여야했다. 물론, 진실을 짊어지기 위한 어깨는 가득 찼다. 그래도 어떻게든 진실들 위에 진실을 올려놔야했다.

제노스는 종말의 끝에서 죽었잖아.

방 정리를 하다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지금 온 편지였다. 그가 편지를 열어보았을 때, 거기에는 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마무리는 이렇게 되어있었다.

네가 한 것은 사냥인가?

사르네의 답은 이것과 같았다.

번외. 이지러지는 달이란

사르네는 크면서 어머니와 여동생들과 달리 자신의 몸이 순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 무당님께서 말씀하시길 여자들은 달과 같이 차고 이지러지는 존재라 뭇 것의 죽음과 삶을 관장해야만 한다고 해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관장할 수 있나요?

글쎄. 그건 조상들이 네게 알려줄거란다.

남자들의 일에 대해 귀뜸을 듣기 전 사르네는 부족을 벗어났다. 여성들의 몸이 달의 변화와 같이 한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건 그냥 생리적인 것이었다. 하필 달의 주기와 일치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사르네는 점차 자신이 순환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귀찮다고, 달거리.

모험가 길드에서 불꽃 루가딘이 쩌렁쩌렁 외쳤다.

맨날 배아프고, 아래는 축축하고, 어쩔 때는 일도 못 나갈 때가 있는데. 아-! 남자들이 부럽다!

가끔 사르네는 그의 이름이 장미인 이유를 생각하곤 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평안을 바라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나. 아니면 더 큰 뜻이 있었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쓸쓸함이 사르네를 깎아 사르네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는……. 가끔 자신이 운명에 따라 휩쓸린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어머니 하이델린보다 더 큰 신이 있다면, 그 신이 커다란 손으로 나의 운명을 쓰고 있다면 나의 자유의지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는 사냥을 생각했다. 그건 강제로 순환을 끊는 행위였다. 그러면서, 가장 약한 개체를 제거하여 초원의 균형이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행위였다. 그런 고귀한 행위이면서 나의 목숨을 걸고 상대방을 죽여야하는 노동이었다.

하지만 그걸 누가 평가하겠는가?

아이가 남자로 태어났다고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것 처럼, 우리에게는 그걸 평가할 힘이 없다. 영원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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