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도에서 조조가 이기고 전선이 크게 북상했으나, 아직 원소의 세력도 건재합니다. 이대로 조조가 하북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장소의 보고에 손책이 중환자실 침대에 누운 채 앓는 소리를 내었다.
승자의 진영은 축제 분위기였다. 원소가 사무실로 썼던 방을 찾아간 조조는 제일 먼저 원소의 의자에 올라앉아 책상에 두 발을 올려놓았다.
“이제 빨리 관도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서황이 조조를 재촉했다. 아직도 관도는 공격받고 있었다.
조조는 허유를 자기 의자에 앉히고 서서 술병을 열었다.
“유비 사단이 형주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유표는 우리를 위해 주 방위군을 움직일 기미가 없습니다.” 저수가 원소에게 보고했다.
유비는 사단을 받자마자 신속하게 관도를 벗어나 동료들과 합류했다. 형주로 가는 것은 원소와 이미 합의한 일이기에 사단의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동안 유비는 지휘관들과 함께 지내며 친해지려 노력했다. 계급이 낮은 사람 높은 사람 가리지 않고 소홀하게 대하지 않았다.
손책의 패배 소식은 형주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대부분은 인접한 위협적인 세력의 나쁜 소식이니 기뻐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형주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그 이야기를 꺼낸 사마휘 교수는 심각한 기색으로 말을 꺼냈다.
광릉에 주둔한 손책군은 한당이 지휘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무혈입성에 도취되어 있었으나 요새의 기습 소식을 받았을 때는 신속하게 전투태세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상황은 훨씬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럼 일 이야기나 하자. 파구 분위기는 어때?”
“관우?” 장비의 얼굴이 도로 괴수처럼 무시무시해졌다.
오랜만에 좀 진취적인 의견이 나오자 사람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찬성하는 의견들도 뒤따랐다. 원소 생각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곳의 친원소 파를 규합하자고 친척이나 측근을 보내기는 아깝고 위험했다. 유비라면 영향력 적당히 있으면서도 잃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패였다.
“장관님.” 곁에서 눈치보던 허저가 물었다. “이대로 보낼 겁니까? 지금이라도 쫓아가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조의 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아보였다. 관우는 언제나 작은 것에 약했다.
“이건 조조군의 보급품 아닙니까?” 수레에 싣고 쏘는 포대도 아니고, 진짜 식량이나 린넨처럼 전투에 무관한 짐이 가득 실린 수레가 길을 막고 있다가 문추군과 맞닥뜨렸다. 수레를 몰던 조조군 병사들은 우왕좌왕 흩어져 버렸다.
문추와 유비가 먼저 백마의 황하대교를 건너고, 그 뒤로 원소의 전군이 따랐다.
조조군의 제 1군단 - 장료 군단은 서둘렀다. 이미 안량군이 백마에 먼저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장료가 거실을 둘러보았다. 넓은 공간인데 난방이 넉넉히 돌아가 따뜻하고 예쁜 액자나 꽃병도 어울리게 배치되어 있어 무척 호사스럽지만 이건 전부 배원소와 주창이 꾸며놓은 결과였다.
하북 전체에 총력전이 선포되었다. 관도에 모든 병력을 집중해 단숨에 조조군을 격파하고 허도를 점령한다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전환되었다.
서주 난민 담당 특별기구는 순조롭게 병사들을 모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여단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적었던 머릿수가 금방 불어났다. 흩어졌던 군인들뿐 아니라 피난 온 민간인들까지도 청주에 정착하기보단 유비 밑에서 싸우고 싶어했다.
“어...... 그 때?” 너무 까마득해지는 과거의 일에 유비는 두 눈만 깜박깜박 했다. 지휘관은 거의 신이 난 얼굴로 열심히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