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꺅!도요
탕! 커다란 칼이 도마를 내려치자 닭 목이 깔금하게 떨어졌다. 닭은 퍼드득 움직였지만 기절시킨 뒤였기에 큰 움직임은 없었다. 주인장은 석연찮게 입맛을 다시고 대충 설명했다. 이래서 닭을 먼저 기절시킨거야. 얘들도 아프면 발광……. 아니, 엄청 움직이니까. 너도 그렇지? 응! 파이퍼가 닭 목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눈알을 굴려 찾았다. 불안해진 닭 집 주
에녹의 오른쪽 귀 부근의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휑했다. 까마귀가 물어보니 에녹은 퉁명스럽게 그냥 스트레스성 탈모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냥 그러마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 때 까마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햇빛이 “탈모” 부분을 비추자 빛은 피부 부근에서 수많은 파편으로 깨져 산란했다. 까마귀는 무심결에 손을 뻗어 일순 반짝인 부분에 손을 댔다. 뭐
유해님 캐릭터 “주상현(혹은 석산)” 의 작품 도록입니다. 해당 포스트에 수록된 작품들은 가상의 작품입니다. 작품명 : 불면의 밤 (4호/유화) [작품 모티프 - 최승자 “기억하는가”] 작품 개요 : 페르시안 블루로 표현한 전화기를 위에서 내려다 본 정물화. (전화기는 90년대에 자주 쓰인 납작한 전화기) 배경은 나이프로 거칠게 죽였으며, 전화기는 그
6. 영원히 구르는 동전 속에서 편지가 왔다. 미래에서. 사르네는 무슨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웃을 거리가 필요했다. 비웃음이라도 좋았다. 자신을 얇게 감싸고 있는 끈적한 점액을 웃음으로 씻어 내리고 싶었다. 그는 숨을 한번 들이키고 편지를 열었다. 귀족들은 사냥을 모른다. 귀족들은, 넓은 정원에 가둬놓은 여우를 쫓아 사냥놀이를 한
셋의 프로파간다 작성으로 시작. 셋과 에녹전생이 약속을 한다. 서로 죽음이 왜곡되면 알려주도록. 근데 어퀘 알려준단 말인가.... 죽었는뎈 (그러겤) 에녹전생의 죽음. 국가 권력이 시키는 것에 반해 피난민을 우선적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사망에 이르르고 만다. [그 뒤에 뭔가 숨겨져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 소문을 무마하기 위해 에녹전생의 죽음을 (상부의 지시로
디어는 끈적하고 미끌한 액체를 밟고 뒤로 나자빠졌다. 뒷통수를 심하게 찧어 머리가 왕왕 울렸다. 뺨에 액체가 툭,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실금이 간 곳부터 액체가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바닥에 고인 것일 터.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테오! 디어가 소리치며 빠르게 몸을 추슬렀다. 머리가 여전히 울렸지만 그런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다시 한번 더
드롭박스를 클릭하자 그 안에 숨겨진 시체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15cm 인형 크기의 작은 시체들이었다. 시체들은 한데 엉켜 팔이 짓눌려 빠지고 배가 터져 내장이 비어져나왔다. 디셰인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두 다리로, 탄탄히 바닥을 딛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그는 날아가 서가에 온 몸으로 부딛혔고 팔이며 옆구리가 끊어질 듯이 욱신거렸다. 침을 뱉었다. 내장은
미래전쟁교단의 벡스 기술을 이용한 최첨단 예측 시스템. 광고의 핵심 문구였다. 날씨, 주식, 부동산, 당신의 삶을 이루는 전반을 예측해보십시오. 에녹은 코웃음을 쳤다. 돈에 미쳐있으나 어떻게 돈을 벌어야하는지 모르는 천박한 이들이나 이런 애플리케이션에 목을 멜 것이다. 선봉대 측은 약간 다르게 생각했다. 미래전쟁교단, 벡스. 두 광고 문구에 붉은 펜으로 동
모든 사람들이 에녹을 쳐다보았다. 마치, 장례식에 화려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것 처럼. 사람들이 날 알지 못할 터인데, 어째서 저들은 나를 노려보고 있단 말인가? 에녹은 그러나 주눅들지 않은 발걸음으로 흰 꽃을 바치고 식장을 나섰다. 등 뒤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녹은 애써 그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에녹은 인적사항이 적한 서류 한 다발
디어는 받은 꽃다발을 말리려 벽에 잘 걸어두었다. 나름 신경을 써서 배치를 해놓았다. 노란색 프리지아였는데, 프리지아의 화사한 빛깔은 디어의 고풍스러운(정확히는 촌스럽고 할아버지같은) 취향에 다소 죽은 감이 있었다. 디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좀 정리해보았다. 물건 몇 종류를 치운다 해서 집 전체의 고루함이 가시지는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새벽제비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게 정말 어둠이면 어쩔건가? 까마귀가 기억을 되찾은 것이, 사바툰과 어둠의 영향때문이라면, 정말 그렇다면……. 그러게. 디어는 어쩔 생각이었을까? 그는 그 질문을 새벽제비 편에 띄우면서 어떤 답을 찾고 있었을까. 아니 뭐……. 자네, 아나 브레이 생각나나? 아나스타샤 말이네. 디어가 뭐라고 말하던 새벽제비는 흥미가
1. 미친 남자 그리고 사랍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몇 안되는 군중이 수군거렸다. 가엾게도 아들을 잃고 미쳐버린거야. 사랍은 날카롭게 갈아 푸르게 빛날 지경인 식칼을 들고 디어에게 찾아왔다. 그의 눈은 눈물에 젖어있었지만 총명하고 냉철하게 빛났다. 사랍은 칼을 내밀었다. 찌르려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찌르려고 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는 칼을 요리할
배신당했다. 버림받았다. 페르슈는 간신히 도망쳤다. 한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뼈가 튀어나오고 피가 질질 샜지만 고스트를 꺼낼 수는 없었다. 실천의 세력이 고스트에게 속박기구를 날릴 것이었다. 이빨을 깍 깨물고 뼈를 힘주어 밀어넣었다. 눈 앞이 하얗게 변하고 기절할 것 같은 고통이 그를 벼락처럼 내리쳤다. 배신당했다, 그는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에녹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까마귀겠거니 싶어서 돌아보지 않았다. 상대방도 조용히 그를 지나쳐 찬장을 보고 있었다. 방 하나짜리 작은 집이었다. 죽은 사람은 해적, 세 번째 희생자이다. 두 번째 희생자와 똑같이 식탁에 엎어진 채 죽었고, 시신 앞에는 검은 잉크를 탄 물이 담긴 컵이 있었다. 그 옆에는 만년필이. 이번엔
에녹은 거울을 노려봤다. 젖은 앞머리에서 물이 떨어졌다. 거울 속에 있는 그를 닮은 사람은, 똑같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그건 그냥 그를 흉내내는 것 뿐이다. 공허한 눈동자를 보라. 야광주처럼 그냥 하나의 돌멩이 같았다. 그런 인형같은 눈빛을 견딜 수 없었다. 에녹은 소리를 질렀으나, 거울 속 남자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나를 배신한다.